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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혁명> 표지
 <세금혁명> 표지
ⓒ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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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통틀어 의적이 하는 일은 부당하게 걷어간 세금을 다시 시민이나 백성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오죽하면 그런 의적을 바랄까. SBS 드라마 <시티헌터>를 보면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위에 나서고 있을 때, 눈물의 사과까지 한 명문대학 재단 이사장 김종식(최일화 분)은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이나 기부금을 모두 비자금으로 빼돌린다. 그 비자금 액수는 무려 2천억 원에 이른다.

비자금에는 학생들이 알바를 통해 만든 등록금이나 이윤성(이민호)의 어머니가 평생 김밥과 떡볶이를 만들어서 모아 기부한 10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 드라마에서 높은 등록금 해결방식은 의적의 행동이었다. 즉, 시티헌터 이윤성이 비자금으로 빼돌리는 돈을 중간에 가로채서 학생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이 근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비록 이사장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등록금체계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한 번의 의로운 행동이기에 지속적이지 못하다. 항상 의적의 행동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선대인의 책 <세금혁명>은 단순히 '시티헌터' 같은 의적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제도적인 모색을 통해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반값등록금이다.

저자는 세계경쟁력 1위인 핀란드의 비결은 바로 세금을 올바르게 걷고 잘 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반값등록금도 세금을 잘 걷어서 제대로만 쓰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2009년 이후 410조 원의 공공부채가 토건사업 등 시대착오적인 사업을 통해 증가한 것에 비하여 수월한 문제라고 본다.

얼핏 보기에 대학등록금과 국민의 세금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사립대학이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 대학에 정부의 막대한 자금이 지원되는 것은 그 자체가 국민의 세금이 엉뚱한 비자금으로 빼돌려지는 것과 다름없다.

세금과 재원 정책 그리고 교육제도의 촉매가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등록금을 비롯한 교육문제의 해법으로 공교육 시스템을 주장한다. 공립학교의 교육적 역량 강화에 재정을 적극 투입하고 사립학교의 경쟁교육정책을 중단하거나 철회해야 한다고 본다.

등록금 인상의 '핑계'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책

우선 대학등록금이 오르는 명분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흔히 각 대학은 대학 등록금이 교육의 질에 비해 매우 싸다고 말한다. 또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등록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물가 수준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해외 명문 사립대들은 하나같이 등록금이 고액이라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주장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반론을 제기 한다.

미국의 지난 20년간 물가지수는 173.0으로 상승해했고, 하버드 대학 등록금은 264.5로 상승했다. 즉, 물가보다 1.53배 많이 상승했다. 한국의 경우 소비자 지수는 273 상승한 반면, 국공립대 등록금은 517로 물가보다 1.89배 더 올랐다. 그런데 사립대 등록금은 607로 물가보다 2.23배 올랐다. 심지어 전문대 등록금은 857로 물가보다 3.14배 올랐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학 등록금 오른 상황에서 양질의 교육적 혜택을 한국의 학생들이 받았는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하버드를 비롯한 해외 유수의 대학이 한국과 달리 대학원 중심, 연구 중심 대학임을 강조한다. 하버드의 경우에도 주로 경영대학원이나 법학대학원, 의학대학원 중심이다. 이런 대학원의 졸업생들은 대부분 전문직종이 보장되기 때문에 취직난을 걱정해야 하는 학부 중심의 한국대학하고는 비교할 수 없다고 본다.

여기에 각종 명목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일반 대학원일수록 장학금 비율이 많아 거의 부담이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 사립대학인 게이오대학의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83만8천 엔 전후 수준인데 이를 장학금으로 차감하면 24만 엔 정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1인당 국민총생산으로 실질등록금을 나눌 때, 고려대의 경우 34.9%, 연세대는 35.2%였고 게이오대는 17%였다.

비용 측면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지만, 편익 면에서도 비교가 안 된다. 예컨대, 하버드대의 경우 교수는 1만1022명이지만, 연세대의 경우에는 학생 수가 거의 두 배이면서 교수가 4178명에 불과하다. 물론 하버드 교수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수두룩하다. 저자의 이런 설명으로 단순 액면으로든 질적인 비교로든 한국의 등록금은 비싸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교육은 공적 서비스... 시장 원리에만 맡길 수 없어

한국은 이런 미국을 제외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비싼 등록금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사립대의 비중이 너무 높다. 사립대의 비중이 가장 높고, 국공립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점을 생각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이라고 한다. 미국의 학생 중 67%가 국공립대 등록금(5700달러)을 내지만 한국 학생은 78%가 사립대등록금(8500달러)을 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비싼 원인이 바로 공공과 민간이 적절하게 분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공공부담율은 23.1%인데 민간부담율은 76.9%나 된다. 대부분의 OECD국가가 공공재원을 절반 정도 이상 부담하는 것과 구별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선진 국가에서는 정부 등 공공무문에서 맡는 등록금을 한국에서는 대부분 가정에서 부담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공공적 교육재원을 외면하는 사이 사립대학은 팽창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등록금을 올리다보니 한국 부모들의 등골이 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가 전적으로 교비 회계의 총수입 가운데 대학 재정의 3분의 2인 68%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충격적이다. 전입금은 6%, 기부금 수입은 3%에 불과하다. 더구나 사립대는 평균 10%의 적립금을 쌓고 있는데 대부분 건축기금인데, 연구 기금이나 장학기금 등은 거의 없다. 결국 사립대들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려서 건축 부동산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는 교육기관 세제 감면혜택을 부여해 방조했다. 당연히 학생지원이나 복지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하버드는 등록금 비중이 20%이고, 재단 기금운용으로 34%를 채운다. 게이오 대학도 총수입에서 등록금은 18.2%에 불과하다. 특히 사립대는 정부의 지원확대, 지역과 독지가의 기부금을 모두 자신의 사유재산으로 만든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대학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등록금이 비싸다면 지원을 하지 않으면 된다. 과연 실제적으로 비싸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인 효용이 적은데도 학생들이 사립대학에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이득이 있기 때문에 비싼 등록금임에도 항상 경쟁률은 높다는 주장이다.

교과부 등의 사립대학에 대한 지나친 통제는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본다. 또한 대학들은 모두 사적 이익만을 채우고 교육 서비스는 형편없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몇몇 해외 대학의 단순 통계지표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은 단순 서비스가 아니고 공적인 성격을 가진 서비스라고 할 때 분명 시장의 논리에만 맡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공공의 부담을 늘리려면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책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3조 원이면 대학 무상교육까지 가능하다

저자는 세금을 통한 대학 등록금 줄이기에 대해서 몇 가지 주장을 정리한다. 일단 서울과 수도권의 사립대가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지방 국공립 대학에 재원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분의 1 이하로 떨어뜨리고, 양질의 교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국공립대학의 명칭도 모두 '한국1대학, 2대학'으로 통합하고 인센티브를 주어 순환근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사립대 진학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국공립대로 유도하고 사립대의 등록금을 낮추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 비용의 낭비방지를 통한 공교육강화를 강조한다.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을 1년 무료로 할 때 1조 5600억 원이 드는데 이는 4대강 사업비 22조원으로는 14년간 무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이 3조 원대면 가능하다는 잠정추계도 제시한다. 대출제도상의 결합으로 높은 이자율(5.8%)에 복리방식의 등록금 대출은 파렴치한 생색내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많은 선진 국가들의 학자금대출제도가 저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익을 위해 고액 등록금에 의존하는 한국 사립대학의 지나친 비대화를 우려하고, 이를 견제하는 국공립교육을 바로잡는 것이 반값등록금의 실현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여기에 각종 국가의 낭비성, 소모적인 국가예산을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지식정보화시대의 근간인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본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포퓰리즘 정책 행태가 아니기에 더욱 건전한 세금지출이 젊은 청년세대에게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한다. 이러한 지적들이 맞다면,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에서 주장하는 개인적인 대응만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세금과 재원 정책의 공공 복리적 사회 파급 효과에 청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것으로 우리 자신의 생존과 삶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 <세금혁명>(선대인 씀, 더팩트 펴냄, 2011년, 15000원)
* 교보문고 '북모닝CEO'에 실린 글입니다.



세금 혁명 -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

선대인 지음, 더팩트(2011)


태그:#세금혁명, #반값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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