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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해외연수팀이 30일 5마력짜리 선외기를 장착한 인조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두만강을 유람하고 있다.
 여천NCC해외연수팀이 30일 5마력짜리 선외기를 장착한 인조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두만강을 유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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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푸른 물에 ♬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의 내 님을 싣고
떠나간 그 배는 어디로 갔소 ♪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해외연수 3일째, 말로만 듣던 두만강(豆滿江)에 왔다. 앰프를 통해 뗏목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일행들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눈물 젖은 두만강>은 원래 김정구씨의 노래다. 나에겐 어릴 적 어른들이 술에 취해 흥얼거리던 것을 따라 부르다보니 어느덧 세대와 관계없이 애창곡이 된 지 오래다.

국민가수 나훈아씨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온몸에 전율이 흘러내렸다. 시대를 초월한 한 맺힌 노래 한곡이 얼어붙은 마음을 녹아내리게 하는 카타르시스의 역할을 한다는 것도 이 노래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마 당시 7080세대들에겐 요즘 소녀시대의 'Gee'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막상 그 노래를 이곳 두만강에서 직접 들으니 구슬픔이 배가된다.

"그리운 내님을 우린 언제 다시 만날꼬?"

연길에서 룡정구경을 마친 후 일행들은 약 1시간 40분 동안 버스를 타고 두만강이 위치한 도문으로 향했다. 함경북도 남양시 강령군에 위치한 두만강은 북한과 중국의 경계선으로 한반도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우린 한반도의 끄트머리 전남 여수에서 수만 리 길을 헤치고 이곳까지 왔으니 어쩌면 걸어서 하늘까지 아니 끝에서 끝까지 온 셈이다.

차창너머로 보이는 북한땅에 '21세기 태양 김정일 장군만세'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간판이 보인다.
 차창너머로 보이는 북한땅에 '21세기 태양 김정일 장군만세'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간판이 보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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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두만강을 중국에서는 도문강이라고 부른다. 천지에서 발원된 물은 압록강, 송화강, 두만강 3갈래로 흐른다. 결국 흐르는 물은 동해와 서해에서 만난다. 백두산 천지의 물줄기를 따라가는 길이 재미를 더한다. 두만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나라의 국경이 나뉘는데 북으로 오를수록 강 하류지점이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양국의 차이는 확연하다. 중국 국경은 숲이 울창한 데 비해 북한쪽은 민둥산이다. 맞은편 북한 땅에는 '21세기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간판이 선명한데 이쪽은 별다른 구호나 간판이 없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드디어 국경선이 있는 도문에 도착했다. 잠시 가이드의 말이 이어진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오신 분들 십중팔구가 아직도 탈북자가 있나 없나 묻습니다. 지금부터 4~5년 전인 2006~2007년까지만 해도 많은 탈북자가 두만강을 건너왔어요. 그런데 북한에서 탈북을 방지하기 위해 감시체계를 강화했죠. 최근 후진타오와 김정일이 만나 협약을 맺어 탈북자가 중국으로 오면 이제는 중국정부도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 땅이 보이는 가운데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 끝에 '변경선'이라 표시되어 있다.
 북한 땅이 보이는 가운데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 끝에 '변경선'이라 표시되어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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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탈북해온 주민들을 더 이상 돌려보내지 않고 국경 근처에 탈북자를 수용시설에 강제수용시킨다는 것. 북한 역시 주민들이 탈북자가 줄을 잇자 감시체계를 강화했다. 이내 국경근처를 민둥산으로 만들었고, 50m마다 땅굴초소에는 군인들이 2명씩 경계근무와 함께 아무도 모르게 초소 사이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철통감시로 탈북자의 동태를 완전 차단해 아직까지 탈북자가 생겨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드디어 중국과 북한의 경계선인 두만강 전망대에 도착했다. 중국매표소 옆에는 '국문에 올라 이국의 풍치를 구경하라'고 쓰인 문구가 이색적이다. 이곳은 양국의 국경지대다. 다리 하나를 가운데에 두고 '변경선'이라 표시되어 있다. 이곳은 더 걷고 싶어도 더 이상 가지 못하는 다리다.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두만강 푸른물은 옛말이다. 두만강 하류 뗏목 아래로 누런 흙탕물이 흐리고 있다.
 두만강 푸른물은 옛말이다. 두만강 하류 뗏목 아래로 누런 흙탕물이 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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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뗏목을 탄 여천NCC사원들이 두만강을 관람하고 있다.
 인조 뗏목을 탄 여천NCC사원들이 두만강을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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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두만강을 따라 뗏목을 타는 두만강 관광 부두에 도착했다. 5마력짜리 선외기를 장착한 인조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두만강을 따라 유람이 시작되었다. 두만강 하류인 강의 깊이는 얕은 곳은 약 1m 내외란다. 빠져도 다리만 딛고 일어서면 설 수 있는 곳이란다. 또한 강은 진한 흙탕물만 유유히 흐른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은 어데갔노? 이게 푸른 물이여 완전 똥물이제, 4대강이 필요한 것은 이곳이구만."

두만강 푸른 물은 옛말인 듯싶다. 아니면 상류만 푸른 물이던가. 뱃사공이 선외기에 시동을 걸자 배가 서서히 출발한다. 흙탕물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뱃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눈물 젖은 두만강>이 더 구슬프다. 마치 강 너머로 고향을 두고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길 잃은 실향민처럼 느껴진다.

이는 나만이 가지는 생각은 아닌 듯싶다. 다들 찹찹한 맘으로 북쪽을 바라본다. 50m마다 있다는 초소에 북한군 병사가 나와 손을 흔든다. 북한군이란 생각에 문득 겁이 났지만 군복을 입은 병사의 모습이 선명하다. 마치 대학교 1학년생 조카뻘 정도의 어린나이다. 우리도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뱃머리를 돌려 선착장에 도착했다.

북만강 맞은편에서 보초를 서던 북한군 병사가 관광객을 쳐다보고 있다.
 북만강 맞은편에서 보초를 서던 북한군 병사가 관광객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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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에서 조선족들이 만든 두만강 막걸리에다 북한산 명태에 한국 고추장을 찍어 마시는 막걸리 한잔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두만강에서 조선족들이 만든 두만강 막걸리에다 북한산 명태에 한국 고추장을 찍어 마시는 막걸리 한잔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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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행은 부두에 내려 기념사진 한 컷을 남겼다. 또한 이곳에서 '두만강막걸리'로 통일을 염원하는 건배주를 들었다. 여기에 오면 유명한 것이 있단다. 중국 조선족들이 만든 두만강막걸리에다 안주로는 북한산 명태에 한국 고추장이 만나는 막걸리 한잔의 하모니가 바로 그것. 분단의 아픔을 직접 체험하고 세계평화와 남북의 통일을 위한 막걸리 건배주는 그야말로 진미로다.

강물도 달밤이면♬ 목메어 우는데~
님 잃은 이 사람도 한숨을 지니
떠나간 그 님이 보고 싶구나 ♪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도문강(두만강) 관광부두에서 여천NCC해외연수팀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문강(두만강) 관광부두에서 여천NCC해외연수팀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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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두만강, #통일 , #여천NCC노사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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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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