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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신문을 읽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위원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구요. 그곳에서 모두의 목소리를 내주고 계신 위원님을 생각하니 교실에 엉덩이 붙이고 있는 제가 부끄럽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희망버스로 향하려 합니다(장하지요? ㅋㅋ)."

중학교 3학년생이 13일로 189일째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한테 쓴 편지다.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는 지난 10일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로부터 '희망엽서'를 받았는데, 그 속에 중학생이 쓴 편지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해당 편지는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9학년(중3) 조우경 양이 쓴 것. 편지지 3장에 연필로 정성들여 써서 보냈다. '가족대책위'는 지난 10일 '희망엽서'를 한데 모아 담으면서 이 편지를 별도로 챙겼다.

경찰이 '2차 희망버스'의 거리행진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릴 집회를 불허한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인근 태종로에서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도경정씨(오른쪽)가 "남편들이 다시 배를 만들겠다는 염원으로 종이배를 접었다"며 "참가자들이 남은 엽서에 희망 메시지를 적어달라"며 부탁을 하고 있다.
 경찰이 '2차 희망버스'의 거리행진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릴 집회를 불허한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인근 태종로에서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도경정씨(오른쪽)가 "남편들이 다시 배를 만들겠다는 염원으로 종이배를 접었다"며 "참가자들이 남은 엽서에 희망 메시지를 적어달라"며 부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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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경 양은 "그래도 아직 김진숙 위원님 같은 분도 계시고 희망버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도 이렇게 많으니 대한민국은 살만해질 것 같아요"라며 "실오라기 같은 빛을 발견한 청소년의 마음은 기쁩니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세상은 달라지겠죠"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조우경 양이 김진숙 지도위원한테 쓴 편지 전문이다.

김진숙 이모께 우경이가 바칩니다! 안녕하세요. 편지 쓰는 입장에서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볍씨학교를 다니는 9학년(중3이에요) 조우경이라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대안학교입니다. 국가에서 인정받지 않은 채(못 받은 게 아니라 안 받은) 저희 맘대로 맘껏 펼치는 그런 학교죠. 하지만 저희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한진중공업이 생계를 이어갈 일자리를 빼앗겼다면 저희는 배움을 이어갈 학교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고나 할까요. 저희가 자리잡고 있는 옥길동은, 보금자리 주택지구 3차에 속해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게다가 옆엔 바로 유치원이 자리잡고 있는 저희 학교 터는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법에 저희의 보금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지금은 LH의 어마어마한 빚으로 공사가 중단되었지만, 언제 다시 포크레인 돌아가는 소리가 날지 몰라 조마조마한 볍씨 가족들입니다.

김진숙 위원님의 조그마한 관심도 저희에겐 씨앗이 되어 싹을 틔웁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시간이 되시면 검색창에서 '볍씨학교'를 쳐주셔서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신다면 더더욱 감사할 것 같습니다. 아유~ 학교 소개가 너무 길었죠? 다 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우선 김진숙 '위원님'이 아닌 '이모'라는 호칭을 쓴 이유는 그렇습니다. 친한척 좀 하고 싶어서요! 멋있는 분이시잖아요. 저도 멋있는 분과 좀 친하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얘는 나랑 얼굴 한번 본 적 없으면서 이모는 무슨 이모야. 별꼴이야' 라고 생각하셨더라면 '아! 나에게 소녀팬이 한 명 더 늘었구나'하고 너그럽게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위쪽의 생활은 괜찮으신가요? 그 쪽은 덥기는 더 덥고 춥기는 더 춥겠죠? 어쨌든 35m 위에서 보는 하늘은 더 이쁠 것 같네요. 음, 제가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자세히 알게된 건 학교수업시간이었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신문을 읽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위원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구요.

그곳에서 모두의 목소리를 내주고 계신 위원님을 생각하니 교실에 엉덩이 붙이고 있는 제가 부끄럽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희망버스로 향하려 합니다(장하지요? ㅋㅋ). 그곳에서 '아직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하며 희망도 느끼고 싶고, 그 희망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옮기는 발걸음이 위원님께도 힘이 되었음 좋겠네요! 그리고 솔직히 이런 곳은 놀러고도 가잖아요? 이래서 신명나게 놀 때 위로 손 흔들면 같이 흔들어주세요!

그래도 아직 김진숙 위원님 같은 분도 계시고 희망버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도 이렇게 많으니 대한민국은 살만해 질 것 같아요! 실오라기 같은 빛을 발견한 청소년의 마음은 기쁩니다.ㅠㅠ(←기도의 눈물). 이런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세상은 달라지겠죠? 그 때가 되면 지금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눈물을 닦고 활짝! 웃는 날이 오겠죠? 얼릉 그들이 눈물을 닦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모!(시작과 끝은 이모로 ㅋㅋ) 지금까지 보시느라 눈 아프셨죠? 저도 손이 아프네요. 일부러 양 많아 보이려고 조그만 편지지에 썼어요. 이런 사랑과 정성의 양념이 잔뜩 담긴 편지를 안 읽는 건 아니시겠죠? 전 이모를 믿습니다. 제가 글씨체가 점점 변하는 게 느껴지대요(편지 쓰면서 연필 두 번이나 깎았어요. 그럼 엄만 제게 연필심 안 버렸다고 뭐라 하겠죠). 그럼 이제 인사드릴게요. 마지막으로 매일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연습을 하고 계신 김진숙 이모께 언제든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우경이가 씀. 2011. 7. 8. 희망버스 타기 12시간전.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9학년(중3)인 조우경 양이 김진숙 지도위원한테 쓴 편지의 일부다.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9학년(중3)인 조우경 양이 김진숙 지도위원한테 쓴 편지의 일부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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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길용 지회장 경찰 출두... 사측, 모든 고소 취하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채길용 지회장이 12일 오후 영도경찰서에 출두했다. 채 지회장은 지난 6월 27일 조합원 동의 절차 없이 사측과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 서명하고 파업 종료를 선언한 뒤 줄곧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서 지내왔다.

채 지회장은 경찰 출두에 앞서 낸 "민주노조사수와 정리해고투쟁 승리를 위해 끝까지 투쟁해 주십시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리해고분쇄투쟁 전선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공과를 뒤로 하고 모든 책임을 지고 경찰에 자진출두한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사측에 대해, 그는 "금속노조 소속인 한진중공업지회를 인정한다면 금속노조와의 교섭을 인정해야 한다"며 "정리해고 철회를 중심으로 하는 현안문제에 대한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해, 그는 "85호크레인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라며 "조합원의 진정한 승리를 위해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길용 지회장은 "현장조직력을 정비하고 투쟁전열을 세우기 위해서도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며 "이미 복수노조가 시행되었다. 회사는 지쳐가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어떠한 책동을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노조 지회는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으며, 김창봉 부지회장이 지회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채 지회장에 대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집단적 건조물 침입, 집단적 폭행, 집단적 퇴거불응, 집단적 손괴, 공동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특수절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11일 오후 채 지회장에 대한 모든 고소를 취하했다.


태그:#한진중공업, #희망버스, #김진숙 지도위원, #볍씨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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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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