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많은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는데, 민의를 대변한다는 도의원들이 복구활동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국민 세금만 충내고 있으니 한심스러울 따름입니다."연일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전 시군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면서 공무원들이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의회 도의원들이 수백만 원 상당의 음식과 술을 먹으며 '그들만의 만찬'을 벌여 비난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일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12명의 도의원들은 군산 리츠프라자 호텔에서 연찬회를 했다. 이번 연찬회는 전북도와 도교육청 소관의 결산심사에 앞서 사전 의원 간의 의견교환과 심도 있는 심사진행이라는 명분으로 열렸다.
하지만 군산지역은 463mm의 기록적인 집중폭우와 산사태로 1명이 숨지는 등 도내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연찬회는 당연히 취소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김호서 의장 등 도의회 의장단은 지난 11일 군산 수해현장을 찾아 피해 및 복구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이날 도의회 예결위는 당초 계획대로 오찬은 물론 오후 늦게까지 만찬을 벌였다. 특히 도의원들은 군산 지곡동 K한우전문점에서 150여만 원 상당의 음식을 먹었고, 전통주도 곁들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오후 6시부터 진행된 만찬에서는 24명이 한상에 12만 원 상당의 고급 음식을 먹으며 여흥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만찬자리에는 김완주 도지사도 참석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군산 지역은 이번 집중호우로 벼 4885ha, 원예작물 32ha, 밭작물 124ha 등의 침수로 농민들이 사활을 건 복구 작업을 벌였다. 또 닭·오리 5만4500두가 폐사되고 주택침수와 절개지 유실 등의 큰 해를 입었다. 또 군산 옥도면 개야도리에서 사망자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도의회 안팎에서는 김 의장이 전날 군산 수해현장을 다녀왔던 만큼 연찬회를 연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도청 하위직 공무원 100여 명은 호우 피해가 발생한 군산과 익산지역에서 복구지원에 나서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도의회 관계자는 "당초 계획됐던 행사로 취소할 수 없었다"며 정례적인 연찬회로 심도 있는 의정활동을 위한 것으로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군산시민 최정훈(34)씨는 "입만 열면 강한 의회와 일하는 의회를 강조하시던 의원님들에게 천재지변보다 연찬회가 그렇게 중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