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보강: 14일 오후 2시 47분]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려는 움직임에 한나라당 내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겠다'며 권 수석 임명을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대표는 1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권 수석의 법무장관에 대한 의견을 요구받고 "인사 문제를 당론으로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게 하지 않겠다.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들어오는 건 적절치 않다'는 주장에 반대한다"며 "청와대 수석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진 검찰총장이나 감사권을 가진 감사원장으로 가는 것은 안 되지만, 법무부장관은 법무 행정을 하는 자리인데, 그 자리에 민정 수석이 못 간다면, 경제수석이 기재부 장관으로도 가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2006년 8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려는 것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의 김형오 원내대표와 유기준 대변인이 반대 발언을 한 것이 법무부장관의 역할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홍 대표는 "정치적인 입장에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문재인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려 했을 때는 검찰 조직 내에 극한 반발이 있었다. 검찰 경험이 없고 법무행정을 모르는 분이 장관을 하려 한다 해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커서 (청와대가)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지금 거명된 인사(권재진 수석)는 검찰에서 에이스급으로 충분히 활동하던 분이고 검찰 내 반발도 없다. 문재인 수석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이 권 수석 임명에 반대하면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서고, 남경필 최고위원도 이 문제를 논의할 긴급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홍 대표는 "의원총회 소집 여부는 요구서가 들어오면 원내대표가 판단할 사항이다. 남 최고위원이 긴급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하면 다시 얘기해보겠다"고 답했다.

 

'정치력 부족'에 동의, 소신 없어야 정치력 있는 것 아닌가?

 

 

최근 최고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정치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정치력 부족이란 지적은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정치력을 발휘하려면 자기 것을 다 내놓고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소신이 좀 뚜렷하지 않아야 정치력이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정면돌파해왔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 8월 안상수 대표의 당직인선) 당시 반대한 것은 경선 과정에서 나를 원색적으로 비방한 사람에게 당직을 주려는 것에 대해 반대해 내가 퇴장을 했던 것"이라며 "나는 그 다음날 출근해서 그 문제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 안 했는데, 이번에도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이) 똑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날 퇴장하고 그 다음부턴 당직 문제는 일체 거론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감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중진의원들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홍 대표는 "민주당쪽으로 분위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내가 한나라당 대표가 되니 그 쪽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그쪽에서 몸부림을 치는 것 같은데, 그건 민주당 사정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한나라당 방식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19대 총선에 대해 홍 대표는 "한나라당이 이대로 가면, 120석을 전후해서 얻을 것 같다"며 "한나라당이 친서민 정책을 강화하고 당이 한마음이 되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면 140석 전후로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선전하는 것이고, 이후 대선도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어른에 큰절이 문제? YS는 '초기에' 잘했다는 것"

 

대표 당선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큰절을 한 것과 관련, 홍 대표는 "YS가 나를 정계에 입문시켜줬다고 해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15대 국회에 들어가면서 YS를 도와드렸고 서울 압승에 일조를 했다. 신세진 것이 없다"며 "어른에게 큰절을 하는데 언론에서 문제 삼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 방문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내가 대통령 참 멋지게 했다"고 한 말에 홍 대표가 '그렇습니다 각하'라고 답변한 것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실제 YS에 대한 평가가 그러하느냐'는 질문에 홍 대표는 "(YS 집권) 초기에 그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YS의 집권 초기 지지율이 90%를 넘었다.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정치인·공직자 재산등록 등 YS초기 개혁정치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좋아했느냐"며 "내가 이야기 한 것은 어른에 대한 예의"라고 답했다. 홍 대표는 "그걸 ('초기에 잘하셨다') 어떻게 얘기하느냐. (YS가) 팔순이 훨씬 넘으셨는데, 기분이 업(UP) 돼 있는데 거기서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부연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하라고도, 하지 말라고도 못 하겠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있고 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 대해선 "투표하는 것, 사실 답답하다. 답답한데, 이왕 저질러 버렸는데, 한나라당 소속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게 방향은 맞다 싶은데, '하지 마라' 하지도 못하겠고, 당 내에선 (반대하는) 많은 의견이 있는데 '하라'고도 못 하겠고…"라고 곤란한 처지를 내비치면서 "지도부 간 별도 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키겠다'는 발언을 강조해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선 "다른 (한나라당) 주자들 지지율 다 합쳐도 (박근혜를) 못 따라간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선 여야 주자들 지지도를 다 합쳐도 못 따라 가는 경우도 있다. 현재의 객관적인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박근혜가 가수 이미자라면 민주당은 수퍼스타K로 대선 후보를 키우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홍 대표는 "이미자씨가 씨스타 효린의 노래도 잘 부른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라며 "부총리까지 하신 분이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일축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 대표가 군소 주자에 힘을 실어서 박근혜와 엇비슷한 게임이 돼야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홍 대표는 "당 대표가 약한 사람을 떠받쳐주고 그러면 그 자체가 불공정"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오세훈, 김문수, 이재오 등 경선주자들이 단일화하면 문제가 다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홍 대표는 야당 대선 주자에 대해선 "현재로선 한나라당에 가장 벅찬 상대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관계 개선할 시기지만, 북한 내부 상황이 굉장히 복잡한 모양"

 

한편 이날 홍 대표는 하루 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내용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지만 "국가 기밀이다"라며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홍 대표는 자신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자'고 제안한 것에 이 대통령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는 뉘앙스를 전했다. 홍 대표는 "지금이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할 시기이지만, (대통령 말을 들어보니) 북한 내부 상황이 굉장히 복잡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고,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 최명길 MBC 보도제작국장,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위원, 조봉래 연합뉴스 정치에디터가 홍 대표와 토론을 벌였다.


태그:#홍준표, #권재진, #관훈클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