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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자 <동아일보> 사설
14일자 <동아일보> 사설 ⓒ 화면 갈무리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2009년 6월에 일방 해지한 서울시교육청-교원노조 간 단체협약(단협)이 14일 2년 만에 다시 체결됐다.

이 같은 단협 공백 해소에 대해 일부 보수신문이 '독소 조항' 부활이라면서 맹비난을 하고 나섰다.

공정택 목소리 이어받은 <동아>, "독소 조항"

<동아일보>는 이날 아침 사설 '서울시교육청, 단협 독소조항까지 되살렸다'에서 단협 내용을 집중 공격했다. 이 신문이 단협 조항들을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한 근거는 사설 앞부분에 나와 있다.

"새 단협안에는 2008년 당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정상적 교육정책 집행을 막는 독소조항이 다수 포함됐다'며 전면 해지를 통보했던 단협 조항이 대부분 부활돼 들어갔다."

공 전 교육감이 '독소조항'이라고 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독소조항으로 규정했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이어 이 신문은 같은 사설에서 '교원의 인사위원회 참여'를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인사권과 관련된 사항은 처음부터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교장이 인사를 할 때 학교별 인사자문위원회를 통해 교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이 신문은 "새 단협안이 시행되면 교사들이 시교육청의 인사원칙 수립에 개입하고, 교장의 인사권 행사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교원 인사가 교사의 입김에 따라 멋대로 흔들리면 학교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사자문위 설치는 정부가 만든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교과부 훈령 제214호)에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제34조를 보면 "임용권자(교육감)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사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단위학교별 교원인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학교 민주화를 위해 이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35조에서는 '교원인사자문위원회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임용권자가 정한다'고 했고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전체는 이 위원회에 교사들이 참여하는 내용으로 지침을 내려놓고 있는 상태다.

또한 '인사권과 관련된 사항은 처음부터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 신문의 주장 또한 <동아>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결국 <동아>는 단협 꼬투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교과부 훈령을 비난한 셈이 된다. 교과부를 향해 외쳐야 할 소리를 번지수를 잘못 잡아 서울시교육청과 교원노조에 한 셈이다.

 14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14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 화면 갈무리

같은 사설에서는 또 "'교사가 학습지도안을 자율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별도로 결재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교장은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전국 초중고 가운데 학습지도안을 결재 받는 곳은 거의 없다. 지도안 결재는 '지도안 파일 짜깁기'와 '전시용 시간 낭비' 지적에 따라 이미 10여 년 전에 거의 사라졌다. 지도안을 보기 좋게 만들 시간에 교재 연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금천 전교조 사무처장은 "정부에서 만든 교육과정과 검정 교과서를 갖고 연간, 월간 지도계획서에 따라 교육하는 상황에서 결재용 지도안을 또 만드는 것은 전시용이었기 때문에 결재 관행이 거의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는 "(지도안 결재가 없으면) 2008년 전북의 한 중학교에서 전교조 소속 김모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 180여 명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간 것과 비슷한 일이 발생해도 학교장은 속수무책일 수 있다"고 적었다.

학교 민주화 조항이 독소조항이라고?

학교 체제를 모르기 때문에 이런 용감무쌍하고도 엉뚱한 사설이 나오는 것이다. 학생을 학교 밖으로 인솔할 때는 수업지도안이 아니라 '현장체험학습계획서'를 만드는 것이고, 이것은 당연히 결재를 받는 것이다.

이 신문은 같은 날 나온 '단독'(?)이라고 명기한 기사에서는 "근무상황카드나 출퇴근시간 기록부를 폐지한다"는 단협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출퇴근시간을 알 수 없어 교장의 학교운영 자율권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또한 번지수가 틀렸다. 서울지역 대부분의 초중고는 이미 근무상황카드나 출퇴근시간 기록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박형준 전교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99%가 사라졌지만, 한두 개 학교에서 지문인식기 등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단협 내용에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신문사 기자들이 편집국장 앞에 있는 출근부에 사인하지 않는 것처럼, 교사들도 교장이나 교감 앞에서 출근부에 도장을 찍지 않고 있다. 상당수 신문사가 그런 것처럼 대부분의 학교 관리자들은 교사들의 출근 여부를 '메신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언제든 자동 확인할 수 있는 상태다.

 14일 오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왼쪽 3번째)이 이병우 전교조 서울지부장(왼쪽 2번째) 등 교원노조 대표들과 함께 단협 체결서에 서명하고 있다.
14일 오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왼쪽 3번째)이 이병우 전교조 서울지부장(왼쪽 2번째) 등 교원노조 대표들과 함께 단협 체결서에 서명하고 있다. ⓒ 윤근혁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단협 조인식 인사말에서 "이번 단협은 평교사 중심학교, 수업 중심학교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집단 자율의 성과"라면서 "집단 자율과 학교 민주주의를 넘어서 교실 민주주의까지 가기 위해 이번 단협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의 다짐을 가로막는 몇 가지 장벽이 있다. 그 장벽 가운데 하나가 '사실 비틀기' 보도를 일삼아 하는 <동아일보>와 같은 보수언론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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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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