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평구가 '의회의 추가경정예산(안) 부결'이라는 큰 풍랑을 만났다. 최근 불거진 의회와 집행부간 소통 부족문제가 더 부각됐다.
부평구의회에서 1회 추경(안)이 부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8월 말에 열릴 예정인 임시회에서 다시 추경(안)을 심의해야하는 처지라 집행부의 업무 집행에 차질이 우려되기도 한다.
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추경(안)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 발생은 구가 추경에 편성한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구가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에 응모해 선정된 사업으로, 산곡동 58-3번지 뫼골공원 안에 3층짜리 마을회관을 신축하고, 그곳을 거점으로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예산은 총8억원이다. 특별교부세 2억원, 시비 5억원, 구비 1억원으로 충당된다. 이밖에 주민협의체에서 3000만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행정복지위) 심사에서 사업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고, 일부 의원은 집행부의 주장과는 달리 주민들의 의사와 반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상임위는 이 사업의 예산 8억원을 삭감하는 것으로 하고 수정한 추경(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예결특위에서도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은 논란이 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에서 삭감한 사업 예산을 부활시킬 것을 주장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활을 반대했다. 결국 표결한 결과 '3대 3' 동수 의견으로 상임위의 수정안이 부결됐고, 구가 당초 제출한 원안도 같은 결과로 부결됐다. 예결특위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이 3명씩 참가했다.
14일 열린 본회의에 추경(안)을 직권 상정하는 방법(=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거나 의장이 직권 상정)이 있었으나, 직권 상정을 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의회 관계자와 민주당 의원들은 "예결특위에서 부결한 사항을 직권 상정한다는 것은 예결특위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직권 상정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안)이 부결돼 구는 공무원 급여 2개월 치, 하반기 무상급식, 청천2동 보건지소 운영 등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게 됐다.
"집행부와 의회 간 소통 부재, 갈등 키워"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집행부의 의회와 소통 노력 부족을 꼽는 시각이 많다. 14일 본회의에 앞서 만난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집행부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민주당 이재승 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원안이 부결되면 공무원 급여도 안 된다(=지급할 수 없다)고 말한 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다. 오늘 와서 설명했다"고 집행부를 질타했다. 이후종 의원도 "오늘 당장 (본회의를) 해야 하는데, 오늘에서야 급하다고 말했다"고 혀를 찼다.
한나라당 박창재 의원은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을) 위원장(행정복지위원장)에게 보고도 안 하고, 의원들에게 설명도 안 했다. 예산팀이 이제 와서 이야기하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유순 의회 운영위원장은 "집행부가 의회와 의장을 무시한다. 오죽하면 자당이 자당 구청장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냐"고 말했다.
본회의 후 만난 민주당 황기웅 의원도 "구청장의 자존심도 이해하고, 신은호 의장의 자존심도 이해한다. 비전기획단이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사전에 설명도 없고, 자료도 부실했고, 몇 차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변한 게 전혀 없었다"고 집행부를 질타했다.
심지어 의회 관계자도 "(추경안을) 통과시킬 것이면, 민주당 등에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해) 전문위원 등도 전혀 몰랐다. 상임위에 제대로 된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예산이 없다보니 의원들이 민감한 상황이었다"며 "마을회관 짓는 사업이 비밀이냐. 집행부와 의회 간에 상생을 위한 소통이 부재하다"고 의회와 집행부의 관계를 지적했다.
홍 구청장 임시회 앞당기자고 제안, 의회 운영위원장 거부 14일 본회의에 앞서 홍미영 구청장은 민주노동당 김상용 의회 도시환경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8월 30일 예정된 임시회를 앞당기자고 제안했다. 홍 청장은 본회의에 추경(안)이 직권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공무원 급여와 하반기 무상급식 예산 처리가 당장 급했기 때문이다.
김상용 위원장은 홍 구청장의 제안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김유순 의회 운영위원장은 임시회를 앞당길 이유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유순 위원장은 14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업하려면 의원에게 사전에 보고하고 협조를 구했어야한다. 마음대로 해놓고 설명도 제대로 안 하고 예산만 올려놓았다. 공무원 급여도 8월까지 책정돼있다. 임시회를 당초 계획대로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