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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5일로 191일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사측이 주말 밤에 강제진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사측은 "장비 점검이며, 강제진압 준비는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중이고, 중간 높이에는 4명의 정리해고자들이 지난 6월 27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해고자들을 지원·격려하기 위한 '3차 희망버스'가 전국에서 오는 30일 부산으로 오는 가운데, 85호 크레인 강제진압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한진중공업 사측은 85호 크레인과 같은 모양과 규격(높이)인 84호 크레인에 대해 점검작업을 벌여 왔다. 두 크레인은 같은 레일에 있어 84호 크레인을 움직여 붙이면 85호 크레인으로 쉽게 건너 뛸 수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사측이 85호 크레인 밑에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그물망을 치고 있다며 강제진압 준비작업이라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측은 강제진압 준비를 분주히 해왔습니다 크레인 밑의 부자재를 말끔히 치웠고 84호 크레인 수리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사설 특공대를 동원해 84호 크레인을 85호로 접근시켜 진압한다는 작전입니다"며 "이번 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새벽! 다시 한진으로 달려오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밝혔다.

 

김진숙 "밀면 떨어질 수밖에"

 

김진숙 지도위원은 16~17일 사이 새벽 등 밤에 강제진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1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답이 없다. 밀면 떨어져야죠"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의 휴대전화 배터리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짧게 통화했다. 다음은 김 지도위원과 통화 내용이다.

 

- 지금 85호 크레인 주변 상황은 어떤가.

"회사는 매트리스를 깔아 놓았고, 그물도 치고 있다. 84호 크레인을 수리하고, 레일도 손보고 있다. 강제진압은 밤에 진행될 것 같다. 85호 크레인과 84호 크레인은 구조와 높이가 같다. 레일로 당기면 바로 건너 뛸 수 있다. 답이 없다."

 

- 강제진압은 언제 할 것으로 보는지?

"회사의 작업 진행 정도로 볼 때 내일(16일) 새벽이나 일요일(17일) 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중에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이 없을 때 할 것으로 보인다."

 

- 회사에서 강제진압한다면?

"답이 있나. 없다. 밀면 떨어질 수밖에."

 

- 85호 크레인 중간에 4명의 해고자가 있는데?

"그 사람들도 그러고 있다. 다 미쳤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 3차 희망버스가 오는 30일 온다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회사는 그 전에 진압하려는 것 같다. 회사는 사설특공대를 훈련시키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경찰은 아닌데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 부산 영도 주민들은 희망버스에 반대한다.

"한진중공업은 73년 동안 영도에서 성장해 왔다. 지역을 위해 제역할을 해왔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받아들여지면 회사는 필리핀으로 공장을 빼갈 것이다. 지금 당장 불편함은 있겠지만, 한번 둘러보면 주민들 집안에도 노동자가 있을 것이다. 노동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보듬어 안아 숨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희망버스 반대 입장을 낸 주민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 정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 한진중공업 사측은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과 했던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 보면 김진숙 지도위원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고 되어 있는데, 회사에서 강제진압할 것이라 보는지?

"회사가 노사합의를 어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한진중공업 사측 "점검작업 하고 있다"

 

반면 한진중공업 사측은 강제진압 계획을 부인했다. 한진중 사측 관계자는 "최소한 안전장치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우리가 어떻게 진압하나. 진압하려면 6개월 전에 벌써 했을 것이다. 경찰도 못하는데 회사가 진압할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84호 크레인과 관련해, 그는 "점검 차원이다. 청소하고 있다. 6개월 동안 거의 점검을 하지 않았다. 크레인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대형 태풍이 온다는데 걱정이다. 몇 해 전 태풍 '매미' 때 부산 감만부두의 크레인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는데, 고정장치 잘못이 원인이었다"면서 "크레인은 한 군데 오래 있으면 안 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점검도 해야 한다. 85호 크레인은 6개월 동안 점검을 하지 못했는데, 태풍이 오면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트위터에서는 무슨 특공대를 보낸다고 난리가 났는데, 그런 것은 없다"면서 "크레인 중간에 4명이 생활하면서 오줌과 똥을 바로 밑으로 부어버리는 바람에 냄새가 심해서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고 덧붙였다.


태그:#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 #85호 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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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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