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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세입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 3구역에서 세입자들과 용역 간 충돌이 벌어졌다. 그러나 현장에 배치된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방관해 세입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18일 오후 1시경 명동 3구역 철거 지역에서 용역 측과 세입자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세입자들은 "정식 허가를 받은 집회 장소에 용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며 "당장 나가라"고 요구했다. 이에 몇몇 용역은 욕설을 내뱉으며 위협적인 몸짓을 취했고, 세입자들과 용역이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오늘 낮에 만든 그늘막이 휘청거렸다.

 

그러나 집회 현장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는데도 경찰은 이를 말리지 않았다. 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 10여 명은 세입자들과 용역이 충돌한 바로 옆 지하철역 입구 뒤편에 두 줄로 서있었다.

 

세입자들은 경찰을 향해 "시민이 다치고 있는데 가만히 있느냐"며 "그럴 거면 그냥 가라"고 말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행정안전부에서 시민 안전을 보호하라고 지시내렸는데도 경찰은 방관하고만 있다"며 "여태까지 몸싸움에 경찰이 개입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 있는 경찰에게 '몸싸움을 말리지 않아도 되느냐' '집회가 정식 허가난 거라면 용역의 점거가 불법이 아니냐'고 물어봤지만, 대답을 하지 않거나 기자 얼굴을 외면했다. 끊임없이 무전 호출을 하고 있는 또 다른 경찰은 "저 안(집회현장)에도 경찰이 배치돼 있다"며 "개입하란 지시가 있을 때 움직인다"고 대답했다.

 

남대문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담당자가 밥 먹으러 나갔다"며 "맡은 업무가 정해져 있어 그 외엔 (자신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2시 40분경에는 굴착기 위에 있는 세입자들을 촬영하려는 용역과 이를 막는 세입자 사이에 다시 시비가 붙으면서 두 측의 몸싸움으로 번졌다. 이 와중에서 세입자 1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상가대책위 등 세입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쯤부터 용역 직원 50여 명이 굴착기 1대을 앞세우고 들어와 농성중인 건물 등에 대한 철거를 시도했다. 

 

시행사측과 세입자들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보상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인근 중앙시네마 인근의 '카페마리' 커피숍에서 지난달 14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우리 울부짖음을 경찰은 '선동'이라 부른다"

다음은 배재훈 명동 3구역 세입자대책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오늘 두 세 차례 용역과 충돌했는데 경찰은 말리지 않았다.
"경찰은 충돌 있을 때 개입 안 한다. 저 멀리서 구경만 한다. 경찰에게 왜 와서 말리지 않는지 물으면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경찰, 시행사, 중구청, 기업은행이 하나로 뭉친 것 같다. 결국 권력과 자본이 유착돼있다는 증거 아닐까. 경찰은 멀리서 지켜보다가 충돌이 다 끝나고 와서 불법 집회라고 우리를 매도한다. 그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 충돌 당시 경찰이 스피커로 철거민 측을 향해 "선동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경찰은 가까이서 사건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는지 모른다. 나는 단순히 '시민 여러분!'이라 부르짖었는데 경찰은 그것을 선동이라고 한다. 용역이 폭력을 휘두르니 나는 '시민 여러분!'이라 울부짖었다. 경찰이 현장에 가까이 와서 말하면 모르겠지만, 멀리 떨어져서 본 걸 토대로 주장하면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나는 이게 선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울부짖음이다." 

 

- 경찰은 오늘 시행사 측이 벌인 철거가 "중구청 허가를 받은 것"이라 말했다.
"중구청은 우리한테 보고한 적 없다. 이 건물(오늘 철거하려던 건물)의 석면해체 작업을 맡은 기존업체가 포기를 해 다른 업체가 선정됐다. 그런데 선정 신고서만 들어갔지 아직 허가를 위한 현장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고서가 금요일에 들어갔으니 휴일인 주말동안 검사해 허가가 날 일은 없다. 그런데 시행사 측은 허가가 났다고 말한다. 우린 현장 검사 하는 걸 눈으로 보지 못했다."

 

- 오늘 오른쪽 건물을 철거할 거란 사실을 들었는가?
"전혀 몰랐다. 시행사 변호사 측은 이번 주부터 월, 수, 금요일 총 3회 걸쳐 협상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와서 현장을 쳤다.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 명동 3구역에서 쫓겨나기 전에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걸 몰랐나.
"몰랐다. 자기네끼리 진행하더니 일방적으로 몰아냈다. 우리에겐 임대차 기간 지났다고 무작정 통보했다. 우리는 수십 년 여기 있던 사람들이라 임대차는 자동 갱신된다. 매번 새롭게 계약하는 게 아니라 임대차 계약 만료기간 같은 걸 알 리가 없다.

 

- 이 구역 토지를 사들인 업체는 어디인가?
"명동도시환경정비주식회사가 토지와 향후 지어질 건물을 전부 사들였다. 그리곤 우리보고 강제로 나가라고 한다. 건물이 다 지어지면 기업은행이 건물을 매입한다. 그런(건물주가 될) 기업은행이 이러한 사태를 모른 척 한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말이다. (3구역 오른쪽에 기업은행 빌딩이 있다)"

 


태그:#명동 3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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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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