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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부서져 내린 침산보 물받이 사면. 복구하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부서져 내린 침산보 물받이 사면. 복구하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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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침산보 붕괴현장을 찾은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보의 물받이 사면의 붕괴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 중구 침산보 붕괴현장을 찾은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보의 물받이 사면의 붕괴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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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물받이 사면과 제방, 어도 등이 부서져버린 침산보(침산여울)를 복구하느니 차라리 보 자체를 철거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오전 4대강 범대위와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시민환경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하천환경 시민공동조사단'이 대전 중구 침산동 침산보(침산여울) 현장을 찾았다. 물이 빠진 침산보의 제방붕괴 현장은 말 그대로 처참한 상황.

보 물받이 사면에 쌓여있던 암석들은 모두 떨어져 나가 하천 바닥에 쌓였고, 보 아래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생겨있었다. 보 우측 끝 어도가 있어야 할 자리는 협곡과 같은 물길이 생겨났고, 산 사면은 무너져 내려 있었다.

발파석으로 쌓아놓은 일부 제방도 무너져 내렸고, 그 뒤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넘어져 뒹굴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방을 쌓기 위해 사용된 자갈들은 빠른 물살에 휩쓸려 500여 미터 아래 '방아미 다리'를 지나 오리배 선착장에 쌓였다. 물 위에 떠 있던 선착장과 오리배들은 자갈섬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현장을 둘러 본 조사팀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탄식을 연신 토해냈다. 현장 설명에 나선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 곳은 수달과 원앙, 감돌고기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다수가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지역이었다"며 "그러나 이곳에 보를 건설하면서 생태계가 지금 보듯이 이렇게 다 파괴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년 전에도 이번 호우와 같은 많은 비가 내렸지만 이 지역은 큰 피해가 없었다"며 "이번 호우로 피해가 난 것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와 제방, 산책로, 나무데크 등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 수해현장을 둘러보고 이곳에 도착한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의 한쪽 끝, 콘크리트 구조물과 흙이 만나는 부분이 터지는 현상은 4대강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곳은 자연형하천이고, 천연기념물이 사는 우수한 생태공원인데, 저렇게 발파석을 쌓아서 호완제방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약 저 큰 발파석에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올라간다면 금세 말라 죽게 될 것"이라면서 "저런 인공적인 호완블럭이 생물의 이동통로를 막아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도전이 부른 참사, 복구보다는 철거가 낫다"

떨어져 나간 침산보 물받이 사면 암석들. 엄청난 크기의 암석들이 떨어져 나가 하천 바닥에 쌓여있다.
 떨어져 나간 침산보 물받이 사면 암석들. 엄청난 크기의 암석들이 떨어져 나가 하천 바닥에 쌓여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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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 버린 침산보 우측 끝을 임시로 마대자루를 이용해 물을 막아놓았다.
 터져 버린 침산보 우측 끝을 임시로 마대자루를 이용해 물을 막아놓았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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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서진 침산보 물받이 사면을 보고 더욱 기가 막혀 했다. 그는 "지역주민 말로는 호우가 내리기 하루 전에 공사를 하고, 콘크리트가 제대로 양생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참변이 일어났다고 한다"며 "이게 바로 속도전이 부른 참사"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속도와 안전은 병행할 수 없다, 이런 공사를 하려면 장마가 오기 전에 했어야 하는데, 그저 4대강 사업의 성과를 내려고 밀어붙이다 보니 4대강 여기저기에서 이런 불행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물받이 사면의 붕괴 원인에 대해 "우선적으로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안 된 것도 원인이지만, 구조자체가 문제"라며 "보를 넘는 물살의 속도가 빨라지면 부압, 곧 마이너스 압력이 생기면서 콘크리트가 들리게 된다, 그러다가 한 부분이 유실되게 되면 물살이 그 곳을 치면서 연쇄적으로 무너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받이 사면의 복구방법을 묻자 "복구는 무슨, 보 자체를 아예 철거하는 게 낫다"며 "왜 불필요하게 이런 자연하천 구간에 인위적으로 보를 만들어서 피해를 키우고 세금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복구를 잘 한다고 해도, 비만 오면 이런 피해는 계속해서 반복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호우가 내리기 전에는 물위에 떠 있던 오리배 선착장이 이번 집중호우로 자갈섬 위에 올려지고 말았다. 선착장을 운영하는 주민은 침산보 건설현장에서 떠내려온 토사와 자갈이 섬을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호우가 내리기 전에는 물위에 떠 있던 오리배 선착장이 이번 집중호우로 자갈섬 위에 올려지고 말았다. 선착장을 운영하는 주민은 침산보 건설현장에서 떠내려온 토사와 자갈이 섬을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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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산보 우측 끝과 산사면이 만나는 곳이 터지면서 새로운 물길이 생겼다. 황토흙으로 된 산기슭은 깊이 패여 추가로 무너질 것 같이 위험하기도 하다.
 침산보 우측 끝과 산사면이 만나는 곳이 터지면서 새로운 물길이 생겼다. 황토흙으로 된 산기슭은 깊이 패여 추가로 무너질 것 같이 위험하기도 하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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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흥모 처장이 다시 설명에 나섰다. 그는 "이곳은 대전시가 정부에 요구해서 4대강 사업에 포함된 금강사업 11공구 중 유등 2지구로서, 지난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환경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은 채 불법공사를 시작해 고발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침산보의 목적은 유등천의 유지용수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런데 침산보 상류지역은 소규모 축산농가가 많아서 축산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그런 폐수가 보에 유입되어 부영양화가 되면 일상적인 골칫덩어리가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특히, 이 지역은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지역으로 대전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런 곳에 보를 만들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침산보 현장을 둘러 본 '시민공동조사단'은 이날 하루 동안 충남 연기군 대교천과 공주시 월송천, 곰나루 수상공연장, 유구천, SK가로수길, 청양군 치성천 등 금강의 호우피해 지역을 둘러볼 예정이다.


태그:#침산보, #4대강, #금강정비사업,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침산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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