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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더샵'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현장 옆으로 난 길. 한양대 사거리에서 아주 가깝다.
 '서울숲 더샵'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현장 옆으로 난 길. 한양대 사거리에서 아주 가깝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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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사거리 한쪽에는 직선으로 길게 뻗은 길이 하나 있다. 그 길 오른쪽에는 높은 철제 울타리가 제법 길게 쳐 있다. 철제 울타리 안에서는 '서울숲 더샵'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기 위한 터잡기 작업이 한창이다.

그곳에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006년 약 610만 원을 받고 팔았다는 '행당동 40-40번지' 땅이 있다. 지적도에 따르면 한 후보자가 판 땅은 현 덕수정보고(옛 덕수상고) 바로 뒤편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양대 사거리에서 불과 2분 거리에 있고, 한양대 지하철역도 멀지 않다. '역세권'으로 분류될 만한 곳이다.   

"610만 원에 팔았다고? 다운계약서 작성했을 수도"

그런 곳에 위치한 행당동 40-40번지 땅에 의혹이 일고 있다. 한상대 후보자가 지난 2006년 자신의 지분 12.28㎡(3.7평)를 약 610만 원에 팔았다고 밝히면서 '다운계약서를 이용한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43㎡(13평)인 행당동 40-40번지 땅은 원래 한 후보자의 외할아버지 소유였다. 외할아버지 김아무개씨는 지난 1978년 한 후보자와 그의 부친, 그리고 작은 형에게 지분을 쪼개 증여했다. 이후 세 사람은 지난 2006년 3월 전체 지분 43㎡ 중 36.84㎡(11평)를 2200만 원에 팔았다.

한 후보자의 대언론창구인 대검 대변인실은 21일 "매매토지 중 한 후보자의 소유분은 12.28㎡로 신고한 매도액은 700만 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가 재산공개 때 신고한 액수는 '609만 6000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매도금액은 당시 실제 거래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국토해양부에서 공개한 이곳 개별공시지가는 1㎡당 211만 원이었다. 한 후보자가 지난 2006년 자신의 지분을 팔았을 때 평당 공시지가가 696만여 원이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준으로 계산하면 매각대금은 2591만여 원에 이른다. 한 후보자가 신고한 금액과는 1980여만 원의 차이가 난다. 그래서 한 후보자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대검 대변인실은 "행당동 대지는 남의 땅에 둘러싸여 출구가 없는 맹지로서 사용가치가 없어 주변토지를 공장부지로 소유하고 있던 공장 운영자에게 저가에 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토지측량 도면, 토지매수자의 사실확인서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토지매수자의 핸드폰 번호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한 후보자 쪽에서 주장한 '맹지'란 진입도로가 없어 건축법상 건축허가가 날 수 없는 땅을 가리키는 용어로 일반 땅값의 50~70%에 거래된다. 하지만 맹지라 하더라도 재개발구역에 포함될 경우 투기대상이 돼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조아무개 ㅍ부동산 대표는 "2006년 이곳에 부동산 개발 붐이 일긴 했지만 문의전화만 있었을 뿐 거래는 거의 없었다"며 "재개발한다는 얘기만 있었지 어떻게 개발할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물이 없었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하지만 이곳은 위치가 엄청 좋기 때문에 (한 후보자의 지분인) 3.7평이라도 가치는 높았을 것"이라며 "한 후보자가 12.28㎡를 610만 원에 판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많이 손해보고 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곳은 한 후보자가 땅을 팔기 4개월 전인 지난 2005년 12월 '도시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됐다. 맹지라고 하더라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 실거래가는 높아지는데도 한 후보자는 외할아버지가 증여해준 땅을 '아주 싼' 가격에 처분한 셈이 됐다. 

'서울숲 더 샾' 분양사업을 하는 A씨는 "공시지가보다 싸게 파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런데도 한 후보자가 3.7평을 (공시지가보다 훨씬 낮은) 610만 원에 팔았다고 하면 다운계약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하면서 "특히 40-40번지를 세 사람에게 쪼개서 나누어준 것은 세 사람이 모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재개발조합원으로 참여하기 위한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시지가 211만 원 이하로 절대 거래될 수 없다"

빨간 원 안이 한상대 후보의 땅이 있는 '행당동 40-40번지'.
 빨간 원 안이 한상대 후보의 땅이 있는 '행당동 40-40번지'.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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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씨는 "이곳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분이 있다"며 안아무개씨를 소개해 주었다. 안씨는 자신이 소유하던 땅을 LH공사에 강제수용당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상태였다. 재개발조합이 결성됐더라면 위원장을 맡았을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렵게 핸드폰으로 연결된 안씨는 "이곳은 민간개발을 하려다가 허가가 안나 LH공사에 의해 강제수용당했다"며 "강제수용당하면서 보상도 적게 받았는데도 평당 800만 원 선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LH공사에서 지난 2008년 이곳 토지를 수용할 당시 보상가가 1㎡당 290만 원(평당 957만 원) 선이었다"며 "한 후보자가 이곳 지분을 판 시기는 2006년이기 때문에 2008년 보상가인 290만 원보다 더 높게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의 증언에 따르면 2005년 이곳이 도시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땅값이 올랐는데, '민간개발'이 좌절되고 LH공사에 의해 '공영개발'이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토지를 강제수용당했는데 땅주인들에게 돌아온 보상가는 평당 800~900만 원 선에 불과했다.

안씨는 "하지만 LH공사가 공영개발을 한다고 내놓고 땅을 포스코에 팔아넘겼다"며 "결국 LH공사가 땅장사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안씨는 "한 후보자의 땅이 포함된 '40번지'는 큰 길을 끼고 있고 한양대 사거리도 가깝다"며 "그렇게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땅값도 비쌌고 (토지강제수용 과정에서) 보상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40번지 땅에는 작은 땅이 많았는데 좋은 위치 때문에 다른 땅보다 비쌌다. 사실 40번지 땅에는 맹지라고 할 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 땅값이 쌌던 철길 쪽은 평당 500만~600만 원을 호가했는데 40번지 땅은 그것보다 가격이 높았을 것이다."

지적도를 확인해 보면 '행당동 40-40번지'는 덕수정보고 뒤편 큰 길뿐만 아니라 40번지와 87번지 사이에 난 길과도 가깝다. 진입도로가 전혀 없어 꽉 막힌 맹지와는 좀 다른 땅인 셈이다.

안씨는 "2006년 공시지가가 211만 원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굉장히 저평가된 것"이라며 "보통은 세금을 덜 내려고 공시지가를 내리려고 하는데 오히려 우리는 공시지가를 올려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40번지 땅은 공시지가인 211만 원 이하로 절대 거래될 수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숲 더샵'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현장.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한다.
 '서울숲 더샵'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현장.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한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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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상대, #행당동 40-40번지, #다운계약서, #양도소득세 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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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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