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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 정차한 KTX의 모습(자료사진).
 서울역에 정차한 KTX의 모습(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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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고장납니다. 이해해 주세요."

22일 이광희 국토해양부 철도기술안전과장은 "도입한 지 10년이 된 KTX의 경우, 부품 교체 시기가 다가왔다, 고장은 어쩔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토부는 KTX 고장발생 방지를 위한 36개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국토부 스스로 대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셈이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KTX 사고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KTX의 광명역 탈선 사고 이후, 4월 KTX 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고는 줄지 않았다. 국토부는 'KTX-산천'을 중심으로 고장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부품 결함 탓이라며 제조사 로템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차량 정비 업무를 외주화하고 인력을 감축했기 때문에 KTX의 고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부품 교체만을 외치는 대책은 정비 인력 부족이라는 근본적 한계 탓에 KTX 고장과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용은?] 문제 부품 조기 전량 교체... '재탕'

이번 대책의 핵심은 문제 부품을 조기 전량 교체한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KTX 고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난 15일에는 객차 전원 변환장치 고장으로 KTX가 멈춰섰다. 17일에는 KTX가 모터블럭(동력공급 장치) 고장으로 황악터널에 1시간 동안 갇히더니, 또 다른 KTX는 냉방장치 고장으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김기환 KTX 안전강화대책 점검반장(철도연구원 고속철도연구센터장)은 "전편성 차량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모터블럭 등 문제 부품을 조기에 전량 교체하겠다"며 "비상상황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절차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매뉴얼 등의 행동절차를 다음 달까지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희 과장은 "최근 고장이 자주 발생하는 KTX-산천의 경우, 지난해부터 운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부품 교체 시기가 아니다"라며 "결국 부품이 불량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로템 쪽에 불량 부품 교체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또한 정비 현장에 품질관리를 위한 전문조직을 신설하고, 부품의 분해검수가 적기에 이뤄지도록 중장기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효성은?] 이미 여러 차례 같은 내용

이번 대책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 4월 발표한 'KTX 안전강화 대책'에서 고장이 우려되는 부품을 예방차원에서 전량 교체하고 주요 부품에 대한 교체주기를 단축해 특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고속철도 차량 정비체계도 항공기 수준으로 개편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고는 계속됐다. 이번에도 같은 내용의 대책이 발표됐다. '재탕'이라는 뜻이다. 이광희 과장은 이에 대해 "지난 대책에서 문제 부품 2만 개를 교체한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1만 3000개를 바꿨다"며 "KTX 부품을 일시에 다 바꾸기 어렵고, 조직을 개편하고 제도를 바꾸는 것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기환 점검반장은 "지난 4월에 발표했던 대책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내년까지 추진해야 하는 게 많다"며 "이번 대책에 대해서도 코레일과 함께 중단기 대책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안은?] "고장 원인은 인력감축과 외주화... 되돌려야"

끊임없는 KTX 고장의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인력 감축과 외주화로 인해 정비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서 외주용역업체의 차량 정비능력을 수시로 평가·심사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계획만 내놓았다. 김기환 반장은 "비용 문제 때문에 인력을 더 늘릴 수 없다"고 밝혔고, 이광희 과장은 "KTX 점검인력을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정비를 제대로 못하게 할 정도의 인력 감축과 상호 소통을 어렵게 하는 외주화가 가장 큰 문제다, 고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를 되돌려야 한다"며 "관료가 '내년 상반기까지 KTX가 고장난다'고 발언할 수밖에 없는 것도 제대로 된 점검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태그:#KTX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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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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