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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과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열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농성장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정치인과 외부세력의 개입 중지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과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열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농성장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정치인과 외부세력의 개입 중지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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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 30분 덕수궁 대한문 앞. 지난 18일 이후 3일째 이곳에 나타나 희망버스를 지지하는 단식농성단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어버이연합 노인들이 피켓을 들고 길게 늘어선 뒤 한 남성이 천막 농성장을 향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이 텐트는 불법입니다. 텐트를 치워놓고 당당하게 말하십시오." 순간 노인들이 일제히 "옳소!"라고 외치며 피켓을 위로 치켜세웠다.

이어 짚신을 신고 흰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마이크를 잡았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국기에 대하여, 경례"라고 외치자 서있던 노인들이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태극기를 향해 섰다. 이어 애국가를 불렀다. 소리가 우렁찼다.

마이크를 잡은 할아버지는 시민들에게 말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함께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노인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지만 시민들은 그런 노인들을 쳐다봤다.

'애국'이란 글자가 새겨진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는 할아버지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천막을 향해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데 왜 난리냐"며 "하나님이 계신다면 저 놈들을 김정일한테 갖다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와"하고 환호했다.

이어 "심상정, 노회찬, 정세균 같은 국회의원은 불법을 저질러도 되냐"고 외쳤다. 그러자 앞에 서 있는 노인들의 입에서 중구난방 욕이 튀어나왔다.

'남침 땅굴을 찾는 사람들(남굴사)' 대표인 김진철 매송영락교회 목사(46)는 "여기 계신 분중 중 최고령자는 99세"라며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셨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집회가 길어지자 힘들었는지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 노인도 있었다. 집회가 끝나고 뒤쪽에 있는 노인에게 어느 단체에 속해있는지 물어봤다. "소속? 몰러~" 옆에 있던 할아버지는 "우리는 6.25에 참전해서 나라를 지켰던 용사들이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회원이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정치인과 외부세력의 개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이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정치인과 외부세력의 개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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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심상정·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천막안에 없었다. 조합원들은 "옳소"를 외치고 있는 노인들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봤다.

앉아서 발언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엄미경(38) 민주노총 통일국장은 "저분들의 자식도 노동자일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곳에서 9일째 동조단식 중인 자영업자 신영철(50)씨는 "저 분들은 60여 년을 색깔론, 군사독재, 언론통제 속에서 자유를 억압받으며 희생을 당한 세대"라며 "아직도 냉전 논리와 군사문화에 젖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막무가내 식으로 구시대적 주장을 하고 있어 안타깝고 그들에게서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10여 년 전만해도 진보단체에서 집회를 하면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시선을 가리거나 멀리 돌아가곤 했는데 지금은 피하지 않는다"라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진보의 가치가 인식되고 있고 조금이나마 시민의식이 성숙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노인들의 '불법천막' 주장에 대해 "지금이 우리 사회에서 정리해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이지 천막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질 때냐"며 "우리의 집회로 인해서 폭력사태가 일어나거나 심각한 사회문제가 빚어진 것도 아니고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버이연합 분들은 문제해결을 위하서보다는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방식으로 평화로운 집회를 방해함으로써 문제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며 "한진중공업을 포함한 노동문제의 본질은 전혀 알지 못하고 노동운동과 관련 있는 단체도 아닌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외부세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태그:#어버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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