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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에코피스 아시아'가 현대자동차 그룹의 후원을 받아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차깐노르 사막화 방지 사업을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취재하고 왔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차깐노르 호수 등 내몽고자치구의 마른 호수들은 매해 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의 발원지로 알려졌다. [편집자말]
쩡바이위 에코피스 아시아 중국 자문위원
 쩡바이위 에코피스 아시아 중국 자문위원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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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당시 차깐노르 '큰' 호수의 수심은 약 10m 정도였다. 북경에서 대학생들이 호수에 배를 띄워 놀기도 했는데 당시 7~8m에 달했던 노를 끝까지 넣어도 호수 바닥에 닿지 않았다. (…) 물론 감봉을 심는다고 호수를 되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황사에 의한 재해는 막을 수 있다."

쩡바이위(64) 에코피스 아시아 중국 자문위원은 감봉 파종을 통해 황사를 막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차깐노르 호수 사막화 방지 사업의 '산 역사'의 말이었다.

중국 중앙정부 경공업부 처장을 지낸 그는 경공업부가 통폐합되면서 사라지자, 공직 생활을 접고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1968년 문화대혁명 당시 '지식청년'으로 '하방'됐던 차깐노르의 푸른 초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16일 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차깐노르 호수가 마른 주된 원인은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쩡 자문위원은 "1980년대 이후 중앙 정부가 관리하던 대규모 관개시설이 황폐화돼 사라졌고, 다른 인위적인 요소가 없었는데도 호수가 점차 말라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온난화 현상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차깐노르 호수의 물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며 "감봉 파종은 알칼리성 황사에 의한 재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쩡 자문위원은 토종 식생을 이용한 차깐노르 사막화 방지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대규모 조림사업은) 중국이나 몽골에게 좋을지 몰라도 한국 입장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며 "한국까지 날아가는 미세분진을 어떻게 나무숲이 막을 수 있겠나, 황사의 미세분진은 상공 1000미터까지 올라간다"고 꼬집었다.

또 "중국 정부도 '삼북방호림'과 같은 비슷한 조치를 적지 않게 취해왔지만 과학적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시작됐다"며 "(현지의 토종 식생을 이용해 토양 유실을 막는) 차깐노르의 실험이 새로운 황사 방지 대책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쩡 자문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호수물이 마르기 전 북경에서 온 대학생들이 배를 띄워 놀기도 했다"

- 차깐노르 호수의 사막화에 언제부터 관심 가졌나.
"1968년 문화대혁명 이후 이쪽(내몽고자치구 이빠까치 차칸노르 홍치 가차)으로 파견을 받았다. 그 후로 13년 간 목축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당시만 해도 차깐노르 '큰' 호수는 상당히 물이 많은 편이었다. 처음 파견됐을 때만 해도 큰 호수의 수심은 10미터 정도였다. 북경에서 대학생들이 호수에 배를 띄워 놀기도 했는데 당시 7~8m에 달했던 노를 끝까지 넣어도 호수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였다. 그 물이 고갈되고 알칼리성 황사가 발생하면서 (사막화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 차깐노르 호수가 말라갔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60년 전만 해도 차깐노르 호수는 지금처럼 두 개의 호수로 나눠진 게 아니었다. 물이 많을 때는 작은 호수와 큰 호수가 합쳐졌고 물이 적을 때는 작은 호수와 큰 호수 사이에 섬이 생겨났다. '큰'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한 것은 호수를 나누는 제방을 세운 뒤부터다. 그 결과, 큰 호수로 유입되던 강물이 줄어들었고 수량 역시 그에 따라 점점 줄어들었다."

- 차깐노르 호수가 왜 말랐다고 생각하나.
"이미 학설로도 밝혀졌다. 날씨의 영향(지구온난화)을 많이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 그 외 다른 인위적인 요소는 없나.
"(호수의 물을 뽑아 쓰는) 관개시설이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 정부가 관리하지 않으면서 폐쇄됐다. 그 외에 다른 인위적인 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태양 흑점 활동이 활발했던)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간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원래 이 지역의 연간 강수량은 250㎜이다. 그러나 당시 평균 강수량은 80㎜밖에 안 됐다. 결국 온난화 현상이 차깐노르 호수가 마른 주원인일 것이다."

"중국 정부, 초원 사막화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 시행 중"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지 목축민이 올해 파종한 감봉이 마른 호수바닥을 뚫고 싹을 틔웠다.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지 목축민이 올해 파종한 감봉이 마른 호수바닥을 뚫고 싹을 틔웠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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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가 호수가 마른 주된 원인이라면 지금 진행 중인 감봉 파종도 큰 효과가 없는 것 아니겠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노력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말라버린 차깐노르 호수에 감봉을 심는 것은 호수를 되살리려는 목적이 아니다. 온난화 현상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호수의 물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감봉 파종은 알칼리성 황사에 의한 재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 정부 차원에서 초원을 보호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조치가 취해지고 있나.
"이미 1980년대 말부터 초원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조치가 취해졌다. 초원에 어떤 개간도 허용하지 않고 목축인구도 늘리지 않기로 했다. 목축가구의 가축수를 늘리는 것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법령이 '초원법'이다. '목축민의 토지는 가차(촌락 : 지역공동체)의 공동 소유로 귀결한다'가 핵심이다. 현재 차깐노르 호수 지역에서 이주민들과 목축민 사이의 갈등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주민들이 (허가 받은) 목축가구도 아닌데 주변에 양을 풀어 치고 있다."

-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한 것 아닌가.
"사실 이들에게는 어떠한 탈출구도 제공되지 않았다. (호수에서) 물고기도 잡지 못하고 목축도 못한다. 개간도 못하게 돼 있다. 법을 지키면 굶어죽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양을 무단으로 방목하고 있는데 아빠까치 정부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현지민들이 유목생활을 버리고 한 지역에 정착해 가축을 치는 게 초원 생태계가 파괴되는 근본 원인 아니겠나.
"오래된 논란이다. 하지만 다시 유목생활로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도 기존의 초원법 외에 (초원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장려책과 처벌을 보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가구의 목축지 면적당 방목 가능한 가축수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만약 200만 평(6.6㎢)의 땅을 갖고 있는 목축민이 아예 가축을 키우지 않는다면 국가가 약 6만 위안을 보상금으로 줄 예정이다."

"한국으로 부는 황사 분진, 나무숲이 막을 수 있을까"

-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나 NGO가 중국 및 몽골지역에서 방풍림·방사림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중국이나 몽골에겐 좋지만 한국 입장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한국으로 부는 황사 분진을 어떻게 나무숲이 막을 수 있겠나. 또 한국까지 가는 황사의 미세분진은 상공 1000미터까지 올라간다."

- 중국도 그동안 방풍림·방사림 작업을 하고 있지 않나.
"중국도 '삼북방호림' 등 비슷한 조치를 적지 않게 취해왔다. 그러나 사실 이는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시작됐다. 중국에서도 많은 과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차깐노르 사업의 경험을 비춰봤을 때 중국에서 그동안 행한 조치들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알칼리성 분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저희가 새로운 황사 방지 대책을 창조했고, 새로운 연구 과제를 제시했다고 볼 수도 있다."


태그:#차깐노르 호수, #에코피스 아시아, #사막화, #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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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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