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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라고!!
▲ 내가 내릴 곳은 여기가 아니라고!!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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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천안에서 고향의 죽마고우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당초엔 작년 이맘 때 찾았던 충남 공주의 하천으로 피서를 가기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고무된 마음에 토요일 저녁도 안 되어 배낭에 옷가지들을 잔뜩 구겨 넣는 따위의 호들갑을 떨었지요.

하지만 보슬비를 맞고 대전에서 출발한 고속버스는 청주를 지나자마자 금세 장대비로 바뀌었습니다. 그 비는 천안의 친구들 모임장소에 도착해서도 변함이 없었지요. "이 비를 맞고 물에 꼭 들어가야 하냐?" 친구들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쳤습니다.

"오늘이 기왕지사 중복(中伏)이고 하니 광덕에 가서..." 영양탕과 닭볶음탕을 먹는 것으로 낙착이 되었지요. 단골로 가는 가든(식당)에 미리 전화를 하고 갔더니 이내 식탁이 분주했습니다. 영양탕을 게걸스럽게 잘 먹는 친구들과는 달리 저는 겨우 닭볶음탕에 들어있는 익은 감자하고만 술안주를 했지요.

그 바람에 취기는 더욱 만발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모임을 잘 마치고 천안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올랐지요. 하지만 꾸벅꾸벅 졸다가 보니 그만 충북 영동역에서 가까스로 내릴 수 있었답니다. 황당하고 기까지 막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떡하겠습니까.

술김에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곤 역무원에게 다가갔지요. "죄송합니다, 졸다보니 그만 대전역에서 내리질 못했네요." 역무원은 저의 열차표에 무임승차를 허락하는 증표로서의 사인을 해 주었습니다. "올라가실 땐 또 졸지 마세요!"

예전에도 죽마고우들과의 모임 뒤에 졸다가 그만 대략난감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지요. 그래서 경부선 열차로는 종착지인 부산역과 호남선에선 익산역에서 겨우 내린 적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처럼 목적지인 대전역에서 하차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까지 가는 경우의 낭패감에는 어떤 머피의 법칙이 있음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사람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란 건 바로 대전역이 불과 지척인 신탄진역까지 왔을 때 꼭 그렇게 발생한다는 것이죠. 즉 거기까지는 어찌어찌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잠일망정 의지의 한국인으로써 용감하게 잘 참는다 이겁니다.

하지만 막상 열차가 그곳만 발차했다손 치면 이건 영락없이 잠의 포로가 되어 그만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한번은 또 호남선 두마역(현 계룡역)에서 겨우 열차를 내렸다가 집으로 오느라 아주 죽을 고생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처럼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음주 후에 오르는 열차에선 반드시(!) 밀물처럼 닥치는 졸음을 조심하여야 하겠습니다. ^^ 그것도 퍽이나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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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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