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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조정 특집.
 MBC <무한도전> 조정 특집.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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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장기프로젝트 역사상 최악의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3일 방영된 <무한도전> 조정 특집 다섯 번째 에피소드를 본 시청자라면 누구라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번만큼은 천하의 김태호 PD도, 악으로 깡으로 뭉친 <무한도전> 멤버들도 마법을 부릴 수 없을지 모른다고.

대회는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 10명의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사흘뿐이고, 유재석과 정진운(2AM)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의 실력과 체력은 엉망이다.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봅슬레이 그리고 프로레슬링을 거쳐 오면서 멤버들은 매번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힘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조정의 난이도는 그 말을 다시 한 번 수정하게 만들었다.

대회를 보름 앞두고서야 처음으로 2km 풀코스의 기록을 잰 멤버들을 바라보는 김지호 코치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싸늘했다. 완주 후 배에서 내린 정준하가 뿌듯하다는 투로 "몇 번을 포기하고 싶었다"며 생색내고, 노홍철이 "대단하다"며 자축할 때, 그는 표정을 굳힌 채 "예상보다 너무 못 탔다", "유재석과 정진운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배에 보탬이 안 됐다"며 멤버들을 질타했다.

장기프로젝트의 에이스 정형돈, 무너지다

다리 부상 탓에 조정 연습을 힘들어했던 정형돈.
 다리 부상 탓에 조정 연습을 힘들어했던 정형돈.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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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정 특집은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정형돈에게도 최악의 도전이 될 전망이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지켜봤을 땐 그렇다. 정형돈은 그동안 장기프로젝트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왔다. 댄스스포츠에서 그는 멤버들 중 유일하게 댄스스포츠를 경험한 이력이 있었고, 그래서 멤버들이 기초부터 다지며 우왕좌왕할 때에도 처음부터 능숙하게 스텝을 밟아나갈 수 있었다.

에어로빅을 배울 때도 그는 특유의 운동신경으로 코치가 가르쳐주는 동작들을 누구보다 재빨리 습득해나갔다. 전진과 함께 팀 내에서 동작이 가장 정확했던 그는 몸치 노홍철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며 '1군'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프로레슬링에서 그의 운동신경은 절정에 달했다. 그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착착 시현해냈다. '수플렉스'는 거의 주특기라 할 정도로 그가 전담하는 기술이 됐고, 그밖에도 여러 멋진 기술들이 그의 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졌다. 그 결과 그는 '미친 존재감'으로 부상, 유재석을 제치고 누리꾼들이 뽑은 2010 <무한도전> '올해의 멤버'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조정에선 여러 악재가 겹쳤다. 지난해 연말 예능프로 녹화 중 다리를 다친 그는 한동안 깁스를 해야 했고, 2월부터 시작한 조정연습에도 초반 얼마간은 부상의 여파로 인해 제대로 훈련에 참가할 수 없었다. 더구나 배가 나온 체형 탓에 상체를 많이 쓰는 조정에서 제대로 된 자세를 만들 수 없었다.

장기프로젝트의 에이스로 제 몫을 다해오던 정형돈이 무력해지자 <무한도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무한도전>의 장기프로젝트에서 종목을 가리지 않고 준수한 실력을 보이며 팀의 기둥 역할을 해왔던 유재석, 정형돈 중 한 축이 무너져버린 상황. 젊은 피 정진운이 가세해 유재석을 돕고 있으나 멤버 자체가 10명으로 늘어난 탓에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장기프로젝트와 달리 높은 체력을 요구하는 조정

실력 부족, 체력 부족 멤버들을 매섭게 질타하는 김지호 코치.
 실력 부족, 체력 부족 멤버들을 매섭게 질타하는 김지호 코치.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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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정진운 외 나머지 멤버들이 모두 맥없이 무너진 데에는 그동안 도전했던 스포츠들과 조정이 멤버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게 다르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무한도전>이 도전했던 스포츠들은 대개 기술적인 면을 요구하는 것들이 주를 이뤘다. 댄스스포츠와 에어로빅, 프로레슬링은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동작을 습득해 그것을 얼마나 완벽하게 펼쳐 보이느냐 하는 것이었다.

봅슬레이 역시 출발선에서 봅슬레이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올라타느냐, 그리고 결승점을 통과하고 난 뒤 봅슬레이를 빠르게 멈추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결국 멤버들은 그동안 많은 동작과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서 그것을 짧은 시간 안에 시현하는 스포츠 위주로 도전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스포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체력은 사실 그리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정은 달랐다. 무엇보다 2km라는 짧지 않은 거리를 멤버들이 직접 배를 끌고 완주해내야 하는 스포츠인 것이다. 무엇보다 체력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멤버들 중 유재석을 제외하면 딱히 체력적으로 빼어난 이가 없기 때문이다.

큰 형 박명수에게 체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정형돈, 정준하 역시 체형 탓에 지구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그밖에 길, 노홍철, 하하 또한 평범한 수준. 결국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고 체력을 길러온 유재석과 2AM의 숨겨진 몸짱 정진운이 조정의 에이스가 된 건 자명한 이치였다.

멤버 전원이 모여 다 같이 연습할 시간도 부족하다

예상보다 못한 멤버들의 실력에 불안감을 토로하는 유재석.
 예상보다 못한 멤버들의 실력에 불안감을 토로하는 유재석.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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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은 또 있었다. 조정은 역대 장기프로젝트 중 최다 도전인원을 자랑하는 대규모 스포츠. '에이트'라 불리는 배 위에 탑승하는 인원만 해도 멤버 여덟에 콕스 한 명까지 모두 9명이나 된다. 개개인의 체력과 기술적인 문제는 개인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다 쳐도 결국 제대로 된 호흡을 맞추고 경기에 대비해 실전 연습을 하려면 9명이 모두 모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 또한 지금까지 개별연습만으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극복이 가능했던 지난 도전들과는 사뭇 다르다. 댄스스포츠는 철저한 개인종목이었고, 프로레슬링은 멤버들을 소규모 팀으로 쪼개 연습이 가능했기에 서로 스케줄이 바빠도 잘 조율해 촉박한 시간 안에서도 요령껏 연습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정은 다르다. 제대로 된 연습은 아홉 명이 다 모이지 않으면 안 되고, 멤버는 3명이나 늘었다. 게다가 장기프로젝트는 그 특성상 다른 일반적인 미션들과 병행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바쁜 <무한도전> 멤버들은 더더욱 시간적으로 촉박했다. 결국 유재석은 "대회까지 보름 남았는데 8명이 탈 수 있는 시간은 3번 밖에 없다"며 불안감을 토로하기에 이른다.

조정은 프로레슬링을 능가할 수 있을까

기술적인 문제라면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줄이고 덤벼들면 짧은 시간 안에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조정은 체력싸움이고, 체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결코 아니다. 대회는 보름 남았는데 제대로 탈 수 있는 건 열 명 중 두 명이고, 그나마도 다 같이 연습해볼 수 있는 시간은 사흘뿐이다. 그야말로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게 총체적 난국이다.

어찌됐든 <무한도전> 멤버들이 조정 대회에 출전해 완주하는 것은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완주를 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도, 얼마나 완벽하게 경기를 펼쳐 보이느냐 하는 것도 아니다. 과연 조정을 통해 <무한도전>이 시청자에게 무엇을 남기고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이번 조정 특집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 <무한도전> 시청자들이 정준하가 "포기하고 싶었다"며 생색내는 것에, 노홍철이 "대단하다"며 자축하는 것에 감동받기엔 지난해 프로레슬링 특집이 건넨 감동과 메시지가 워낙 대단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그러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유재석의 말마따나, 불안하다.


태그:#무한도전, #조정, #유재석, #정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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