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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투니스타'는 별처럼 많은 수많은 웹툰 작가들. 그 중에서도 반짝반짝거리는 작가들을 모아 인터뷰 합니다. <기자말>

김양수 작가
 김양수 작가
ⓒ 김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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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이 오른다기에 사재기 해놓은 '솔'만 가격이 내려 대략 낭패. 술깨는 약의 효용이란 맛없어 기어이 토하게 만드는 데 있는 걸까. 아내의 산고보다는 값비싼 병원 침대를 망가뜨릴까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는 진심. 상사를 진심으로 좋아해보기 위해 '아빠'라 부르려는 노력이 가상하고, 외장하드를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해 10분간 공들여 코드를 뽑는 열정이 눈물겹다. 말이 헛나오고 발음이 새 벌어지는 일은 차라리 애교다. 어쩌다 통제불능의 생리현상이 찾아오기라도 하는 날엔 메가톤급 '재난'을 피할 도리가 없다.

동글동글 소박한 그림체로 대한민국의 일상을 침투, 남녀노소 기어이 웃겨 버린 웹툰 '생활의 참견'. 내가 겪은 이야기, 너도 겪었음직한 이야기, 때론 너무 리얼해서 비현실적으로까지 보이는 우리들 이야기가 주요 소재다. 그리하여 "인생을 통째로 복습하게" 하는 이 '황당유쾌추억생활만화'에 실컷 웃으며 저절로 깨닫는다. 누구나 똑같고, 그래서 모두가 안쓰럽다고. 

일상속 작은 재미를 놓치지 않는 웹툰 <생활의 참견>. 그 바탕은 작가가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이다.
 일상속 작은 재미를 놓치지 않는 웹툰 <생활의 참견>. 그 바탕은 작가가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이다.
ⓒ 김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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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김양숩니다"

2008년 2월 시작했으니 만 3년도 더 됐다. 만화가 좋아 무작정 시작했던 '취미생활'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 줄이야.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월간 <페이퍼>의 기자로 더 많이 알려졌던 김양수 작가. 입사 이듬해인 1998년도부터 잡지에 '김양수의 카툰 판타지'라는 만화를 그리며 '만화가'로 활동해왔지만 자신을 진짜 만화가라 여기지 않았다. 그저 "그림 그리는 김양숩니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네이버에 '생활의 참견'을 연재하면서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만화가라 소개하면서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이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생활의 참견' 연재가 1년쯤 되던 때,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돌연 전업 만화가로 나섰다. 십여 년을 다닌 안정적인 직장을 놓으며 두려움은 없었을까.

"엄청 두려웠죠. 만화가는 연재 잘리면 실업자니까요. 그때가 50회째 정도였는데, 퀄리티가 떨어지더라고요. 잡지 마감 끝내고, 해 뜨는 것 보면서 아침까지 마감하는 게 힘도 들고요. 도저히 양쪽 다 못하겠더라고요." 

만화가를 꿈꾸다


"양복 입고 어른처럼 산 적이 별로 없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냐고요? 글쎄요. 굳이 말하자면 유쾌한 척 하는 사람?(웃음) 사실은 말도 별로 많지 않고 굉장히 내성적이에요."

그의 말마따나 "생긴 게 중국 아저씨 같은" 그의 얼굴에서는 섣불리 말을 걸기 힘든 강한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알고 보면 매우 내성적이고, 가끔씩 남들은 짐작도 못할 자격지심에 시달릴 정도다. 그러다 고 2때 시작하게 된 PC통신을 통해 그의 숨길 수 없는 개그본능이 터지기 시작했고, 그 인연으로 잡지사에도 들어가고, 덕분에 만화 연재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그가 만화가를 꿈꾼 것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 한 구석에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돌리고, 중학교 때는 잡지 <보물섬>이 주최하는 제1회 신인만화공모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그는 만화를 그려 왔다.

"오래 곁을 지키는 만화 그리고파"
 
김양수 작가가 최근 펴낸 만화 육아일기. 첫아이 시우를 키우며 느낀 알콩달콩한 재미를  담은 <시우는 행복해>다.
 김양수 작가가 최근 펴낸 만화 육아일기. 첫아이 시우를 키우며 느낀 알콩달콩한 재미를 담은 <시우는 행복해>다.
ⓒ 김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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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에 '가짜'는 없다. 자연인 김양수가, 아니면 친구든 친지든 누구든 반드시 '겪은', 펄떡거리는 재료가 그의 도마에 오른다. 그 때문에 매주 머리를 싸매야 하고, 오히려 '생활의 억지'라는 억울한 오해도 받고, 여전히 댓글에 마음을 다치기도 하지만 그 노력을 포기하지 않기에 독자들은 지금껏 생생한 웃음을 맛보고 있다.

"처음에는 큰 이슈가 되는 작품이 좋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냥 계속 옆에 있는 만화로 살아남는 게 좋더라고요. 일본에도 몇 십년 동안 연재하는 만화들이 있잖아요. 큰 욕심도 없고, 여러 유명 작가들처럼 세상을 뒤엎을 작품을 낼 능력도 안 되고요."

가족은 그에게 큰 힘이다. 큰딸 시우, 아직 만 두 돌이 안 된 둘째딸 시영이, 그리고 작품에도 종종 등장하는 아내 'Song'. 최근에는 만화로 그린 양육 일기 <시우는 행복해>를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틈틈이 장편 작가로의 변신도 준비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담을 버무린 이야기를 10편 정도 그려 놨다. 아마도 '아홉 살 인생' 비슷한 게 나오지 않을까. 요즘엔 취미를 살린 요리만화나 여행만화도 당긴다고. 나이 들어서도 만화가로 살고 싶은 바람을 드러낸다.

"여러분들이 꾸준히, 편하게 봐주시는 게 저한테는 너무 큰 힘이에요. 왜 80년대 대작들을 그렇게 많이 냈던 작가님들 중에 현재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 하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잖아요. 시대적인 상황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능하다면 우리는 젊어서 시작해 늙어서까지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최초의 세대가 되고 싶어요. 그런 욕심 아닌 욕심을 갖고 있어요. 나이 마흔에 초등학생들도 웃을 수 있는 하는 만화를 그리고 있는 만큼 가능하다고 봐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양수, #생활의 참견, #만화규장각, #시우는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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