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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 의견을 말하고 있다
 희망버스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 의견을 말하고 있다
ⓒ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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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하믄예? 그라믄 트친들이랑 태종대 마당서 조개구이나 먹을랍니다."

수화기 너머로 이용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영도에서 농성을 펼치고 있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다. 이씨는 '희망버스의 배후'들과 한 통화에서 얼른 복직이 되어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함께 조개구이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퍼부었다. 홍익대학교 앞은 이미 무릎까지 빗물이 차오른 상황이었다. '희망버스 외부세력 집단수다방' 행사가 열리는 가톨릭청년회관으로 가는 길이 험난해 참가자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약 70여 명의 사람들이 희망버스와 함께하기 위해 강당을 메우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두 차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모여 각자의 참가 소감을 나누고 오는 30일 진행될 예정인 3차 희망버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행사의 부제는 '배후들아 모여라'. 희망버스의 배후가 "종북좌익세력"이라는 일부 정치인의 발언에 시민들이 직접 나서 자신들이 배후라고 밝히는 것.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이용대씨와 한 통화도 이 자리에서 진행됐다.

"휴가철 관심 불러일으키려고 왔어요"

상계동에서 온 탁이미정(41)씨는 바지가 무릎까지 젖어있었다. 쌍용차 사태 때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과 함께 희망버스를 타겠다는 그는 한진중공업 본사 릴레이시위에 32번째 시위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한진중공업 본사 사람들에게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나중에 한진중공업 임직원들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다면 그때는 그들을 응원할 것"이라며 "그러니 이제 영도에 계신 분들도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당 오른 쪽에 다정해 보이는 모녀가 등장했다. 김은주(43)씨는 두 딸과 함께 희망버스 토크콘서트를 찾았다. 이렇게 궂은 날씨에 딸과 함께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김씨는 "희망버스는 정말 중요한 행사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휴가철이라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아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2차 희망버스에 중3인 큰 딸과 함께 참여했다. 성미산학교에 재학 중인 큰 딸은 "지금까지 경찰은 항상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대포를 맞아본 이후에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김은주씨는 3차 희망버스에도 큰 딸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7시 30분 행사가 시작됐다. 행사는 마이크를 돌려가며 자유롭게 발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대부분이 지난 1․2차 희망버스를 탔던 사람들이어서 이전 희망버스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부모님 몰래 참여..."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1·2차 희망버스 후기를 말하고 있는 참가자
 1·2차 희망버스 후기를 말하고 있는 참가자
ⓒ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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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에서 올라온 고3 여학생이 말문을 텄다. 여학생은 "부모님께 친구 집에서 잔다고 하고 2차 희망버스에 다녀왔다"며 "현재 고3이지만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희망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말문을 트니 마이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중 '희망버스 유명인사'를 만날 수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남성 참가자가 손을 들었다. 그는 "믿기지 않겠지만 아직 청소년"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자신을 '2차 희망버스 최초 연행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3차 희망버스도 가고 싶지만 아직 불투명하다"며 "가게 된다면 김진숙 누나에게 영화 러브레터의 '오겡끼데스까~'를 꼭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 기회를 얻은 30대 여성은 자신을 '성적소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1차 희망버스에서 성적소수자를 봤다"며 "2차 희망버스에는 더 많은 성적소수자가 참여했으면 하는 생각에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2차 희망버스가 너무 힘들어서 '다신 못 오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김진숙씨와 전화연결을 통해 더 열심히 참여할 것을 결심했다"고 이야기 했다. 김진숙씨는 당시 전화통화로 "성적소수자나 장애인 여러분들이 많이 오셨고 이 때문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1․2차 희망버스 발언에 이어 '한진중공업 노동자와 전화연결'시간이 있었다. 참여한 사람들은 한진중공업 노동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거나 응원을 할 기회를 가졌다.

트위터 필명 '남자자존심'을 사용하고 있는 노동자는 '비해고자 임에도 불구하고 왜 해고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나?'라는 질문에 "같이 일하던 동료로 해고된 사람의 부당함을 알리고 싶었다"며 "김진숙 지도위원과 희망버스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한스'라는 필명을 쓰는 노동자와 전화연결을 했다. 그는 희망버스 지지자들에게 "안전하게 내려 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내려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바로 집에 갈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전화통화 이후 청소년 인권활동가 '난다'가 해금으로 '희망의 나라로'를 연주했다. 지난 2차 희망버스 때 많이 불렀던 노래다. 해금 연주를 하는 동안 참가들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또 눈을 감고 즐기기도 했다.

"3차는 더 즐겁고, 더 재밌게 노는 판이 되었으면"

3차 희망버스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참가자
 3차 희망버스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참가자
ⓒ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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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이후에는 '3차 희망버스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다양한 의견이 많이 나왔다. 공통적으로 3차 희망버스를 '휴가 분위기'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일부 언론이 희망버스를 '절망버스'라 칭하며 지역경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보도한 것에 반발해 영도에 가서 "많이 사먹고, 많이 쓰자"라는 의견이 많은 호응을 받았다. 또 휴가 분위기를 위해 경찰이 막아놓은 차벽에 벽화를 그리자는 의견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한 20대 남성은 "현장에서 그루브한 음악도 많이 들으며 젊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3차 희망버스는 더 재밌게, 더 즐겁게 노는 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두 시간여 동안 희망버스라는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논산에서 왔다는 여고생은 막차를 타야한다며 급하게 뛰어갔고, 엄마 손을 붙잡고 온 11살 초등학생도 졸린 눈을 비비며 강당을 나섰다.

이날 사회를 본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팀장은 "원래 오시기로 한 인원은 100명이 넘었는데 날씨가 너무 안 좋은 탓에 70여 명만 오셨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쉬어가는 목소리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할거냐'는 질문에 웃음을 보이며 "그럼요"라고 답했다.

"제가 2차 희망버스 최초 연행자 입니다"
[인터뷰] 고3 희망버스 참가자 송아무개씨... "경찰, 미성년자라고 말하니 '미친새끼'"


2차 희망버스 최초연행자이자 성적소수자를 만났다.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면서 얼굴에 최루액 한통을 다 뿌리더라."

2차 희망버스 집회에서 최초로 연행당했다는 송아무개(18)군은 자신을 향한 경찰의 폭력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경찰 차벽이 희망버스와 김진숙 위원 사이를 갈라놓은 지 1시간 정도 지난 10일 자정 즈음 송군은 함께 온 일행을 찾기 위해 최선두로 나아갔다고 했다. 송군의 말에 따르면 그때 경찰이 방패를 쳐들고 갑작스럽게 들이닥쳤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송군을 포함한 세 명을 붙잡아 잡아끌었다.

송군은 경찰이 자신을 붙잡는 과정에서 넘어뜨리는 바람에 보도블록에 갈비뼈를 세게 부딪쳐 오랜 시간 심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경찰 예닐곱 명이 둘러싸더니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면서 얼굴에 최루액 한통을 다 뿌리더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최루액을 한참이나 뿌려 다 쓴 뒤 통을 버리고 새 최루액을 꺼내는 경찰의 모습에 경악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이 가방을 강제로 벗기는 과정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려 찾지 못했고, 가방도 잃어버렸다가 현장에 있던 <오마이뉴스> 기자가 찾아줬다고.

또한 송군은 "난 미성년자라구요"라고 소리치며 알아서 걸어가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미친새끼, 니가 무슨 미성년자야"라는 폭언과 함께 목을 조르고 팔을 뒤로 꺾는가 하면 손바닥으로 입을 때리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경찰차에 오르고 경찰서에 도착하고 나서야 반인권적인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며 집회현장에서의 경찰폭력에 치를 떨었다.

송군은 끌려간 경찰서에서 밤샘 조사를 받았는데 "혼자 왔나, 불법인지 알고 있었나, 희망버스를 타고 왔는가, 어느 시민단체 소속인가를 묻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사상경찰서의 유치장에 보내졌고 열시 반쯤 석방되었다고 했다.

최루액을 맞은 자리에 물집 생겨

송군은 "최루액이 정말로 안전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며 "최루액을 뒤집어쓰자 눈이 따갑고 코가 매워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고 피부는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팔 안쪽의 상처를 보여주며 "지금은 가라앉았는데 최루액을 맞은 자리에서 물집이 생겼고, 그 물집이 터지면서 피가 철철 났다"며 "최루액을 맞을 당시의 고통도 엄청난데 만약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입증이 되면 정말 참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에서는 최루액이 인체에 무해한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각 의료단체들은 구토를 유발하고 화학적 화상을 일으키는 등의 증상으로 보아 2차 희망버스 집회 진압에 사용된 최루액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성분분석 결과에서도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인체에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차 희망버스 집회 당시 최루액에 정통으로 맞은 시민 몇몇은 실신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참가자들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성별보다는 그 사람 자체의 아름다움이 먼저"

송군은 광우병 촛불 집회 때부터(당시 15세)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진중공업의 부당해고와 김진숙 위원이 어떤 분인지 알게 되었고 '2차 희망 버스'까지 동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혔다. 15살 때 첫사랑을 겪으면서 자신이 성소수자(양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된 송군은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고등학교에서의 따돌림과 해코지에 결국 자퇴를 했고, 지금은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와 노래패 '정면돌파'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성별보다는 그 사람 자체의 아름다움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성적 관계부터 따지면서 접근하는데 그 점에 대해 어떤 거부감도 없다"며 "현재 애인의 성별은 동갑 여자이지만 남자 대 남자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굳이 이성애자와 나누어 인식하고 싶지 않다"며 "그래서 그런지 비정규직 노동문제와 성적소수자 문제를 어떻게 엮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해산하며 외친 '희망은 김진숙과 함께 한다'라는 구호가 가슴에 새겨져 잊을 수 없다"며 "장애인과 성적소수자도 함께하자고 말한 김진숙 위원을 따라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윤성원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희망버스, #집단수다방, #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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