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뱌야흐로 소비자 주권시대입니다. 그러나 예외인 곳도 있죠. 바로 병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 앞에서는 유독 고개를 숙이는 '약자'가 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오마이뉴스>와 <건강세상네트워크>는 환자들의 당당한 권리를 찾고자 '대형병원부당이용백서'를 공동기획하였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지난 6월 15일, 병원이용부당백서 1편 전주현 기자의 '1분 진료에, 불친절까지...대형병원 정말 짜증나요'를 시작으로 보도된 4편의 기사에 대한 독자 반응은 뜨거웠다. 각 기사마다 적게는 9만여 명, 많게는 12만여명 정도가 조회하였고 전체적으로 수십 만명의 독자와 수백 명의 누리꾼들이 댓글로 설전을 벌였다. 

다른 대형병원의 사례와 실태를 댓글로 알린 독자들도 있었다. 환자들만이 아니라, 의사나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환자들의 고충이나 기사의 내용에 대해 해명하거나 비판하는 글을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어필했다.

이러한 반응은 현재 한국 의료의 현실과 환자들의 고충이 얼마나 큰지, 또 의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대형병원부당백서 기획 마지막편에서는 그동안 나간 기사 4편의 주요한 독자 댓글을 종합, '환자권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그 실마리를 모색하고자 한다.  

대형병원, 환자가 넘쳐난다

간호사들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환자.
 간호사들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환자.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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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의 대형병원에는 환자가 넘쳐난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에 가려면 최소 2주 전에 예약을 해야만 진료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 끝에 찾은 병원 진료는 고작해야 '1분'이다.

이렇게 환자가 몰리는데도 병원들은 계속해서 병상을 늘리며 앞다투어 최신형 의료장비를 도입하고 이를 홍보한다. 어느 나라든 인구에 비해 필요한 적정한 병상수를 유지하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에 병원에 대한 허가제도를 없앤 후 정부가 병원 병상의 신증설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게 되자, 병상수가 급증하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2010년 의료기관·의료인력·병상수·의료장비 등록현황 분석), 인구 백만명당 의료기관수는 우리나라가 58.5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현재 모두 30개국)평균의 31.03개 보다 88.5%가 많고, 인구 천명당 병상수도 우리나라가 8.95개로 OECD평균의 5.34개보다 67.6%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OECD 주요국가 인구 1000명당 급성 병상수 추이 비교).

의료장비 또한 적정한 도입이라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고가의 의료장비 보유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다. 인구 백만명 당 고가의료장비 보유현황도 OECD의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CT는 인구 백만명 당 우리나라가 35.66대로 OECD 평균 22.97대보다 55% 많고, MRI의 경우는 20.15대로 OECD 평균 11.13대보다 88%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촬영장비는 49.39대로 OECD 평균의 22.63대보다 2배 이상이 많고 PET도 우리나라가 인구 백만명당 3.17대로서 OECD 평균의 1.48대의 2배가 넘는다.

OECD 주요국가 인구 1000명당 급성 병상수 추이 비교
 OECD 주요국가 인구 1000명당 급성 병상수 추이 비교
ⓒ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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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쟁적인 투자를 하다 보니, 대형병원의 살 길은 환자 진료를 많이 하고 각종 검사와 수술을 많이 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문제는 병원이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데 필요한 의료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접수한 민원 가운데는 병원 코디네이터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수술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이 그 병원에서는 고급 의료기기로 수술한다며 견적을 내주는 사례도 있었다. 또 어떤 환자는 로봇시설이 없는 병원에서는 수술이 아닌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로봇시설을 보유한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받거나 로봇수술을 권유받은 경우도 있었다.

대형병원의 실태를 보여준 기사 ①편에서 알 수 있듯 대형병원 입원환자수 대비 외래환자수가 5배를 넘기고 있다. 이처럼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 권리를 존중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환자는 의사와 자세한 상담조차 어렵다. 1분 진료로 부족한 설명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에게 들어야 한다.

대형병원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한 경우를 보여준 ②편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중한 질병으로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받거나 입원을 하게 되는 환자들은 반드시 진료비확인신청을 내보라고 안내하는 일이 환자단체, 시민단체의 일상적인 업무가 되었다. 환자권리를 환자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대형병원 대부분은 비영리법인 병원의 법적 지위를 갖고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의료체계에서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별로 높은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고 중증환자 진료를 전담해야 한다. 대형병원들이 무한 경쟁과 수익 추구에 매달리는 한, 환자들이 치료받아야 할 존재로 '존중' 받기는 어렵다. 환자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형병원 쏠림, 환자들이 문제다?

환자 입장에선 부당한 일이지만 의사들이라고 전혀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댓글 분위기를 보면, 환자보다 오히려 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우선 의사들은 대형병원의 불만족스런 서비스를 지적하는 문제에 대해 '대형병원만 선호하는 환자들도 문제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나쁜 의료제도에서 좋은 이용자가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믿을 만하고 객관적인 의료정보가 제공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비용 지불 능력만 있다면 환자가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 아닐까. '대형병원=좋은 서비스'는 아니지만, 그나마 대학병원이 낫지 않을까 하고 대형병원을 선택하는 환자를 비난하는 것은 참기 어렵다.

대형병원부당이용백서 ②편, '환자속인 병원, 107만원 돌려받았습니다'에 대해 의사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의사 혹은 병원에서 환자를 속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급여기준에 벗어나더라도 의학적으로 올바른 처치를 한 것인데 그것이 부당청구로 오해받는 것은 불편하다. 의사도 구조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무작정 싼 치료를 권장하는 정부가 문제다. 문제는 의학적지식과 경험이 없는 심평원에서 현실성 없이 설정한 터무니 없는 삭감기준 때문이다. 보험기준대로만 약을 쓴다면 결국 환자 손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이야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진료비를 무조건 삭감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의료기관에서 하는 서비스가 의학적으로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근거에 입각하여 보험기준을 정하고 있다. 심사평가원의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의학적 타당성을 중심으로 급여심사 평가 내용을 결정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는 의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암질환심의위원회, 의료행위전문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에는 의사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병원 입장에서 억울하게 삭감당하였다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며, 기존의 보험기준이 변화되는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이를 재검토하는 절차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 집단답게 구조와 절차를 이용하여 해결할 일이지, 의사들이 일방적인 피해자인 양 할 일이 이니다.

또 일부 댓글에서 병원은 환자를 위해 진료했는데 진료비를 삭감당하니까, 환자에게 비급여로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는데, 환자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면,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환자는 20만원만 내면 되는데, 병원이 100만원 전액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이다. 대형병원이 건강보험 진료비를 다 못받을까봐 환자 본인부담 20만원은 물론 '예상되는 손해액 80만원(보험 적용이 될 경우에는 손해가 발생하지도 않는)'까지 환자에게 뒤집어 씌우는 행위이다. 이는 병원이 '건강보험 받을 환자의 권리'를 자의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어머니가 백혈병 환자 아들이 사망한 후에 진료비 확인신청 결과 천여만원을 돌려받고 한 말은 "이 돈이면 내 자식 치료 더 할 수 있었는데…"였다. 이 사례는 위와 같은 병원 행위가 어떤 환자에게는 '진료받을 권리' 자체를 박탈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개별 병원이 손해 볼 것을 예상하여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병원협회와 의사협회 등이 나서서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옳다.

또 대형병원부당이용백서 ③편, '의사 전화 한 통에 '진료비 1만6천원'?'에 따르면, 검사결과를 전화로 통보한 것에 대해 진료비를 받는 불법적인 일들이 일부 병원들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검사 결과 전화 통보는 병원 입장에서 멀리 지방 환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그런데 충분한 설명을 듣지도 못하고 필요한 상담을 하지도 못한 채 전화로 간단히 검사결과만 통보받았는데도 진료비를 받는 것에 대해 환자들은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검사결과에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기까지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나, 다른 병원에서의 검사와 진단 등을 종합하여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환자 안전, 의료사고

누구라도 아플 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대부분의 나라들은 네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와 둘째, 의료비로 인해 의료 이용에 장애가 없도록 의료보장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셋째, 의료서비스 질을 관리하고 향상시키는 체계, 넷째, 의료 피해 예방과 보호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와 의료보장체계가 전체 사회구성원에게 미치는 정책이자 중요한 이슈라면, 의료서비스 질과 환자 안전 등의 문제는 환자 개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임에도 취약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선진 외국의 경우에는 오랜 기간 동안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표준 진료 지침이나 임상진료지침 등을 마련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 왔다. 각 국가는 의료계의 자율성에 기반하여 의료서비스 평가를 운영하고 있으며, 환자 안전과 환자 보호를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병원에 영리추구 행태가 퍼져있으며, 의료계의 자발적인 질 향상은 많은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환자 안전이나 의료사고 문제는 정부의 의료정책의 주요 과제로 자리 잡지도 못하고 있다. 환자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도 미약하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방침이 시행되는 등 진료비 정보 공개가 최근 조금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의료 질에 대한 정보 제공은 취약해서 환자가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이러한 의료 현실에서 정부의 정책 목표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자 안전을 보장하며, 의료에 대한 알권리와 병원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 정책, 환자 안전과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자 구제 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는가?

대형병원이용부당백서 ④ '산부인과에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됐어요' 기사는 의료사고 환자들의 증언으로 병원의 수준과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의료사고 예방,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 의료사고를 둘러싼 분쟁 해결 절차법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의료계와 환자 입장의 차이는 물론 정부 각 부처의 입장이 달라서 법 제정을 이루지 못하다가 드디어 2011년 법이 제정되었다.

법 제정의 명분으로 정부 측이 내세운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 논리가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정부는 의료서비스 선진화의 일환으로 해외 환자 유치에 중점을 두었는데,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의료분쟁 관련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정부 부처내 이견은 봉합하고 쟁점 조항은 유보하면서까지 법을 통과시켰다. 의료사고 피해의 원인을 밝히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은 실종된 채, 의료분쟁 조정을 위한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의료의 질 관리 정책은 크게 후퇴하였다. 2010년 보건복지부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을 개정하여 2011년부터 새로운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 병원협회는 수년동안 정부가 주도하는 병원평가제도를 비판하며, 병원협회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요구했고, 그때마다 시민단체들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라며 반대해 왔다. 하지만 결국 보건복지부는 민간기구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설립함으로써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정부 책임을 민간 자율에 넘겨주고 말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부 주도로 의료기관 평가 및 질 향상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부 나라에서는 자율적 참여와 함께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자율이지만 실제로는 인증을 받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인증제도에는 어떤 인센티브나 규제도 없어, 과연 병원들이 인증에 참여할 동기가 있을지 미지수이다. 인증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축소된다면, 인증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결국 인증제도를 통한 의료 질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될 수 있다.

정부는 법적으로는 인증사업을 관리감독하며 예산까지 지원하고 있으므로, 인증제도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나아가 의료기관 인증제도 외에 '의료의 질 및 환자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영리병원 도입은 해법이 아니다

지난 7월 23일 심야토론에서는 '영리병원 논란, 올바른 선택은?'이란 주제로 최근 정부와 여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의료법인(일명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지난 7월 23일 심야토론에서는 '영리병원 논란, 올바른 선택은?'이란 주제로 최근 정부와 여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의료법인(일명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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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통해 지적한 문제들 외 산적해 있는 의료 문제에 대해 시민들과 의료인들은 댓글을 통해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 대안으로 '의료시장 개방',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었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을 포함하여 의료민영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이며, 영리병원 도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면 여러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병원간의 경쟁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지며, 경쟁을 통해 비용이 나아질 수 있다고 한다. 과연 병원에 자본을 투자하고 규제를 풀고 시장을 확대하면 우리나라 의료가 좀 나아질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현재 한국 의료의 문제점은 자본 투자가 부족해서, 시장이 부족해서, 경쟁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나 경쟁이 치열하고 공공 규제가 부족하고 공공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이다. 지금도 병원간의 경쟁과 수익추구 경향이 높은 우리 의료에 주식회사병원을 허용한다면, 아마 우리나라 의료는 미국보다 더한 자본이 주도하는 시장형 의료가 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반대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전국적인 영리병원 도입이 가로막히자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서 시범적으로 해보자고 한다. 지난 7월 11일부터 중앙일보가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기획기사를 연일 보도하자, 이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정부와 청와대, 한나라당이 모여 '당정청 합의로 8월 국회에서 영리병원 도입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추진 배경에는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2003년 이래로 외국 자본을 유치하지 못하다가, 2010년 9월 삼성이 송도에 영리병원 투자자로 나서자, 투자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8월 국회 중에 한국에 최초로 영리병원이 도입될 것인가? 영리병원이 도입된다면 환자 권리를 보장하고 환자를 존중하는 병원을 기대할 수 있을까?

돈 있는 환자는 존중받고 권리를 누릴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고 의료비만 상승시키고, 의료양극화만 확대될 것이다. 전국민 건강보험체계를 뒤흔들 영리병원이 도입된다면, 환자를 위한 병원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현재의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공공의료체계가 튼튼해져야 환자를 위한 병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환자를 위한 병원, 환자와 시민들이 만들어 간다

이번 기획기사에 달린 독자의견을 자세히 보면, 좋은 의료를 위한 정책, 환자를 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정책은 바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과 시민들이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획기사에 달린 독자의견 가운데, '상업적 의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먼저 보험 적용 진료비를 받고 심사에서 삭감이 되면 환자에게 추가로 진료비를 받는 방식으로, 병원과 환자간의 다툼은 없애고 병원과 환자간의 신뢰를 만들자는 이야기 같은 좋은 제안도 나왔다.

'문제의 근원은 행위별 수가제라는 현행 진료수가체계에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 행위마다 진료비를 주어 행위를 늘리려는 동기만 작동하니, 의료계도 진료량을 적정하게 유지하는데 함께 책임지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위별 수가제가 아니면, 개별 병원과 개인 환자간에 진료비를 놓고 다툴 일이 없어질 것이다. 개별병원과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도 적어질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의료행위 심사보다는 의료서비스 평가와 서비스 질을 관리하고 향상시키는 방향의 정책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큰 병원 안 가도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다'는 의견, 백번 맞는 말이다. 보건복지부는 대형병원 쏠림을 막는다고 대형병원가는 환자에게 진료비 부담, 약값 부담만 높일 뿐, 대형병원에는 아무런 제재나 불이익을 주지 않고 있다. 대형병원에게는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환자들이 큰 병원 안 가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들이고 시간 들이고 큰 병원을 가지 않고도 의료이용 안내자 역할을 해주는 의사가 있다면, '나도 그런 주치의가 있다면…' 하고 바라는 것은 병원을 찾는 이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믿고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동네의원의 의료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정해 지속적으로 다니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주치의제도 도입 역시 필요하다.

환자를 위한 병원이 되려면, 근본적으로 대형병원들이 수익 추구를 위해 맘껏 진료비를 늘리는 구조를 없애거나 축소시켜야 한다. 그것은 비급여 서비스 영역이다. 비급여서비스는 비용도 병원 마음대로이고, 서비스수준은 어떤지, 얼마나 제공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영역이다. 정부기관 어디에서도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비급여를 보험에 끌어들이면, 병원들은 비급여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추진하기 어렵게 되는 반면, 환자들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어 의료비 부담이 대폭 경감될 것이다. 이미 효과성이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한 비급여 서비스는 모두 보험에 포함하고, 확인이 필요한 서비스는 준비기간을 두고 확대하면 될 것이다. 물론, 효과성이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비급여서비스는 파악하여 금지해야 한다. 이렇게 가능한 모든 비급여서비스를 건강보험에 끌어들여 건강보험을 확대하는 것이 바로 환자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채택한 환자권리선언에는 '모든 사람들은 '인간'이라는 존재로 대우받을 권리가 있으며, 질병을 예방하거나 보건의료서비스를 적절히 이용하여 건강을 보호하고 얻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건강을 추구할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하였다.

환자 권리 증진에는 역행이 될 의료민영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 환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환자와 의료이용 당사자들의 대형병원이용부당백서는 계속될 것이다.


태그:#병원이용부당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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