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교역처(AAFES: The Army and Air Force Exchange Service = 미 육ㆍ공군 복지지원단)가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에서 근무하는 수송 직원 29명에게 '출장지 숙박 허위 영수증 제출'이라는 이유로 해고를 예고해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부평지부(이하 부평주미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내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이들의 부당해고 철회 투쟁은 난항이 예상된다
교역처에 고용돼 주한미군에 보급되는 각종 물품을 운송해 온 이들은 "교역처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평주미노조와 해고 노동자들에 따르면, 교역처는 지난달 초에 캠프마켓에서 다른 주한미군기지로 보급품을 운반하는 수송 직원 29명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했다. 이어 6월 10일자로 신규 운전자 모집을 공고, 신규 인원을 충당했다. 신규 운전자 전원은 비정규직이다.
캠프마켓은 주한미군에 각종 보급품을 전달하고 폐품 등을 회수하는 보급창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캠프마켓에서 생산하는 빵은 대한민국 전역에 있는 주한미군에 보급된다.
"교역처에서 2차 배달 수십년간 강요 또는 묵인" 캠프마켓에서 근무하는 수송 직원은 50여 명. 이들은 교통 체증 등을 감안해 새벽 5시께 캠프마켓을 출발해 전국 각지의 주한미군기지로 물품을 운송하는데, 대구ㆍ광주ㆍ부산 등 원거리 운송 시 안전 등을 감안해 출장지에서 숙박하게 돼있다.
대형 화물차라 이들의 운행 속도는 시속 100km를 넘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새벽 5시에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면 보통 정오쯤이다. 하역과 식사 등을 마치면 오후가 된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에 2차 배달을 하기 위해 출장지가 아닌 대전 등 최대한 인천 근교에서 숙박을 해왔다. 그래야 다음날 2차 배달지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배달지는 주로 동두천ㆍ오산ㆍ용산이다. 부산에 출장을 갔다가 2차 배달을 위해 대전 등지에서 숙박을 해도 부산에 소재지를 둔 여관ㆍ모텔 등의 간이영수증을 제출했다. 숙박비는 5년 전까지 4만 원 수준이었고, 현재는 5만 원 정도다. 캠프마켓 종사자들에 따르면 이런 관행은 수십년간 이어져왔다.
하지만 2차 배달로 인해 출장지와 숙박지가 다른 것에 대해, 교역처가 최근 허위로 영수증을 제출했다며 이들에게 해고를 예고한 것이다. 부평주미노조 측은 "출장지 숙박 허위 영수증 제출의 원인은 교역처에 있다. 사측(=교역처)은 휴무일 특근 등 추가 근무 수당을 절감하기 위해 무리한 2차 배달을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묵시적으로 인정해왔고, 허위 영수증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교육이나 개선책을 마련하기보다 직원을 해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출장지 숙박 허위 영수증 제출의 원인 제공자는 교역처"라고 지적했다.
교역처가 무리하게 2차 배달을 지시하지 않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면, 규정을 벗어난 허위영수증을 제출하는 일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종호 부평주미노조 지부장은 관리자들이 오히려 기사들에게 2차 배달을 위해 대전 등지에서 숙식하라고 오랫동안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어, "2차 배달로 인해 차량 운행 기록도 위조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 출장갔다가 대전에서 자고 출발하면 기록에 대전 출발이라고 기재해야 함에도, 부산이라고 허위 기재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해고가 예고된 기사들이 10년에서 30년된 고액 연봉자다 보니 관행을 빌미로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캠프마켓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이 아무개(42)씨도 "수십년 째 관행적으로 출장지와 숙박지가 달랐다. 다음날 2차 배달을 위해 회사가 이를 묵인해온 셈"이라고 한 뒤 "이번에 해고 통지를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 숙련된 정규직 기사들이다. 오버타임(=초과 근무시간)으로 인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리를 해고한 셈"이라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우리에게 해고 통지하고, 젊은 인원을 이미 충원해 광주 등은 군산기지를 경유함에도 하루 만에 귀가토록 하고 있다"며 "결국 나이든 수송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오랜 관행을 문제 삼은 것이다. 원거리를 하루 만에 왕복하게 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평주미노조와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는 7월 28일 캠프마켓에서 '일방적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에서 박 지부장은 "네 차례 교섭했지만 무성의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부장으로서 잘못한 부분도 있다고 일정 부분 인정했지만, 저들은 모든 책임을 직원에 돌리고 있다"며 "잘못된 2차 배달의 관행, 일관성 없는 정책 등 저들도 귀책사유가 분명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라도 해고는 동의할 수 없다"며 "피터 창장(=보급창 수송부 책임자)이 해고를 끝까지 주장하면 한국노총 등과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영국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연대사를 통해 "한국 실정을 전혀 모른다. 계획적으로 부당해고를 한다면 한국노총은 해고를 철회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부평주미노조는 매일 점심시간과 오후 5시에 캠프마켓 출입구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투쟁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처지라 이들의 부당해고 철회 투쟁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교역처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 근무하는 한국인 중 이 내용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다"면서 "작년 6월 광주로 출장을 다녀온 운전기사가 당일 올라오고도 출장비를 모두 수령한 것이 적발되어, 조사가 이루어져 해고가 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한국 사람으로 안타깝지만, 사실에 근거해 이 같은 결정이 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