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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수해대책 당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수해대책 당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거의 마무리된 것 같았던 4대강 사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정은 4대강 본류가 아닌 지천·지류를 정비하는 4대강 2단계 사업 관련 예산 확보에 협조하기로 했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수해대책 당정회의에서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은 "4대강 등 국가 하천은 피해가 거의 없었으나 지방하천, 소하천에서는 제방이 붕괴되고 범람으로 인한 주변지역의 피해가 있었다"며 "남은 사업이 완벽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예산 편성 등에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진섭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은 "4대강 사업의 연장으로 정부가 지방하천과 소하천 등에 직접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제는 지천·지류에 대한 홍수대책 사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정부의 뜻에 찬성한다는 의미다.

4대강 2단계 사업에 대해선 지난 4월 환경부·국토해양부·농식품부가 대략적인 얼개를 밝힌 바 있다. 2015년까지 20조 원을 들여 4대강과 연결된 지방하천 412개와 도랑·실개천 정비사업을 국토해양부·환경부·농식품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계획이다. 이날 당정협의로 4대강 2단계 사업 추진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지류·지천 정비 사업의 필요성은 야당도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09년 예산안 심의 국면에서 민주당은 홍수피해의 대부분이 국가하천 본류가 아닌 지천·지류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수질개선을 위해서라도 지천·지류에 대한 정비사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뜻 생각하면 야당도 지천·지류 정비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으니 4대강 2단계 사업의 추진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반대다.

지난 4월 4대강 2단계 사업 계획이 알려지자 전현희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4대강 공사로 파괴되는 4대강 지류·지천에 대해 20조 원을 들여 공사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은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국가 예산의 블랙홀임이 재입증됐다"고 논평했다. 4대강 사업 실패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4대강 2단계 사업에 대해선 야당만 반발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훨씬 크다. 트위터에선 "대통령에게 속았다" "4대강 공사 하면 수해가 없을 거라고 했던 놈부터 처벌하는 게 순서"라는 등 분노가 들끓고 있다. 

MB "20조 4대강 사업하면 예산절감"이라더니 42조 사업됐네

 27일 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27일 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 청와대

지난 2009년 11월 27일 TV로 전국에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김대중 정권 때 루사 태풍이 불었다. 그때 정말 큰 사건이었다, 200명 가까이 죽었다. 피해가 5조였다. 김대중 정부가 범정부적 수해방지 대책이라 해서 총리실 주관으로 보고서 만들어 2004년부터 43조를 들어 이걸(강을) 살려야 한다 해서 이 계획서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노무현 정권이 들어왔는데 또 2006년에 에위니아 태풍을 만났다. 그때도 60~70명 죽고, 2~3조의 피해보상이 나왔다, 매년 이렇게 1년에 4~5조씩 강을 정비하는데 넣는다. 매년 홍수가 나고 갈수기가 있으니까 또 정부가 2007년부터 10년 안에 87조를 들여서 피해를 줄이자고 종합계획을 만들었다.

(내가 하겠다는 4대강 사업의) 20조가 문제가 아니라 오래 전에 43조를 쓰겠다고 하고 87조를 넣어서 하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반대를 안했다. 나는 왜 20조를 들여서 (4대강 사업을) 하려고 하느냐. 준설하다가 말고 하다가 말고 해버리면 또 원상복귀가 된다. 빨리 해버려야 한다. 그래야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중략)…정부가 계획을 세워서 예산도 절감하고 일을 완성시키면, 완공 뒤에 국민들이 '이렇게 하자고 그렇게 시끄러운데도 (4대강 사업을) 하자고 했구나'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2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곳이 4대강에 국한되는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세운 것은 피해방지와 수질개선을 위해 국가하천뿐 아니라 지천까지 정비 대상으로 포함한 전국적인 방재계획이어서, 예산 규모를 이렇게 직접 비교한 것은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발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부분은 김대중 정부가 43조를, 노무현 정부가 87조를 들여서 할 것을 자신이 20조 원을 들여 단기간에 끝내고 예산도 아끼겠다는 것이다. 전 정권을 '무능력자'로 만들고 건설회사 회장 출신인 자신의 경영 능력을 과시한 발언이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의 말은 4대강 사업을 하면 '더 이상 강에 돈 들 일이 없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4대강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정부가 지천·지류 정비사업을 들고 나와 이 대통령의 말을 정면으로 뒤집어 버린 셈이 됐다.  

금액으로 비교해봐도 4대강 사업에 든 22조 원에 2단계 사업비 20조 원(추정치)을 더하면 42조 원으로, 김대중 정부의 범정부적 수해방지 대책 예산과 차이가 1조 원 밖에 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예산을 아끼겠다'던 대통령의 발언은 허언이 됐다.


#4대강#4대강 2단계#지류#예산절감#그린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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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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