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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 27일 서울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도시 곳곳은 물에 잠겼다. 퍼붓는 집중호우로 강남과 광화문 등 서울의 심장부는 강으로 변해버렸다. 교통은 마비되었고 산사태와 침수로 인해 시민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난 3일 오후 매년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도시 침수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한 긴급 토론회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행사는 기후변화센터,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주최하고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 이병국 박사와 시민환경연구소장 박창근 관동대 교수 외 6명의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서울시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호우 피해와 관련 서울시의 미흡한 대처와 효과적이지 못한 예산운용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번 수해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난"

 지난 3일 열린 집중호우와 도심피해에 관현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3일 열린 집중호우와 도심피해에 관현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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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교수는 "서울시측은 3시간 동안 198mm가 쏟아진 100년 빈도의 홍수라고 했다. 그러나 살펴보면 서울시 하수관거 설계 기준인 75mm이하의 비가 3시간가량 나눠서 온 것"이라며 "관악구 일부지역에 75mm 이상 온 시간을 특정지어, 서울시 전체에 해당하는 재해인 마냥 취급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부도덕한 처사"라고 말했다.

서울시 하수관의 배수 용량은 시간당 75mm로 30년 빈도 강수에 대응할 수 있게 설계됐다. 때문에 1시간 동안 75mm 이하의 비가 오면 침수가 발생하지 않고 모두 배수처리 돼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결국 시간당 75mm 이상에 비가 내린 관악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침수사태는 '기록적 강우량'의 문제가 아닌 관리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이번 재해를 "난개발과 배수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정의하며 "그럼에도 서울시는 '인재가 아닌 천재'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불리하면 말을 바꾸거나, 자신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는 전문가의 소견만 참고하는 등 잘못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라며 서울시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시가 매년 수해방지예산의 비중을 낮춰왔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07년 예산안에 첫 번째로 명시됐던 수해방지예산은 올해 6번째 항목으로 밀렸다. 이에 박 교수는 "과연 서울시는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시정을 펼치는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서울시가 업적 쌓기용 전시행정에 치중한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 말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상황을 분석해보면 서울시의 해명은 핑계에 불과하다"라며 "잘못된 도시정책에 의해 서울은 수해에 취약해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으로 산 정상부에 위치한 공군부대, 생태공원과 등산로 등의 인공 시설물들을 꼽았다. 개발과 관리 소홀이 불러온 참사라는 지적이다.

염 사무처장은 수해 발생 후, 그 대책으로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되는 것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오세훈 시장이 말하는 서울시 전체 하수관거 통면적을 넓히는 공사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10년간 15조 원 정도가 투입되는 이 공사는 서울 시민 1인당 년 15만 원의 세금폭탄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서울시의 기존 수해 정책을 두곤 "앞으로의 수해문제 방안은 치밀해져야 한다"며 "국토해양부 수자원국, 서울시 물관리국 등이 주도하는 치수정책결정이 이젠 주민위주의 동 단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취수정책에도 민주화와 분권화가 필요하다"며 "서울시가 부담을 벗고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천재냐 인재냐의 문제는 차후의 일"

이인근 서울시 도시안전본부장은 문제 자체에 공감하면서도 서울시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지적된 서울시의 수해방지시설 문제에 대해 "시민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 수준도 달라졌다"며 "서울시도 꾸준히 시설을 늘려왔지만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기준에서 아직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피해 절감에 중점을 둔 상태에서 필요한 곳부터 시설을 확충해 나가겠다. 서울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가 책임 회피를 위해 지속적으로 천재를 강조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중요한 것은 재난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천재냐 인재냐의 문제는 차후의 일다"라며 "이러한 구분은 앞으로의 홍수 피해나 산사태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 답했다.

이 본부장은 이번 피해관련해 "살아가는데 일정 수준의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며 "사회 구성원들이 리스크를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수 있느냐가 지속적으로 논의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여름철 강수에 대해 "큰 일수변화 없이 강도 정도에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적 편차가 큼으로 미래의 변화를 예상한 방제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철상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 교수는 "국지성 게릴라 호우는 앞으로도 지속 될 것이다"며 "도시 홍수나 침수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인명피해의 최소화, 사람이나 차가 빠질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재호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과거의 통계에 의존한 기후변화 대책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긴급토론회에서 사회를 본 온영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는 치수정책, 홍수 철학의 변화를 위해선 정책의 주체를 개혁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하노이 도시개발에 참여한 적 있다. 마을 중심적 대책 같은 획기적인 개념전환이 필요하다"며 "치수정책에 시민이 참여, 계획하고 실천하는 섬세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손형안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기후변화센터#긴급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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