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주도하는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이들에 대한 자격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일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에 맞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와 주민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학교 급식은 서울시장이 아닌 서울시교육감의 사무이자 권한인데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주도하는 등 월권을 하고 있다"는 것.
단계 무상급식과 전면 무상급식 중 고르라고?
앞서 서울시는 같은 날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관하여'란 글귀가 들어간 주민투표 안을 공고했다. ▲ 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안 ▲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안이 그것이다.
오 시장의 월권논란은 학교급식법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이 법은 3조 1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양질의 학교급식이 안전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진 같은 조 2항에서는 "교육감은 매년 학교급식에 관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법대로 해석한다면 서울시장은 학교급식에 대해 '지원'해야 하고, 서울시교육감은 급식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곽 교육감은 3일 보도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시장이 교육감의 고유 업무를 주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같은 시장의 고유 업무를 교육감이 못마땅하다고 주민투표에 부치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기사: "비정한 밥그릇 빼앗기... 주민투표는 '꼼수'")
서울시 "시민들이 발의한 주민투표라 문제없다"
반면, 서울시는 수십만 명의 시민 서명으로 발의된 주민투표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서울시 교육협력국 관계자는 "학교급식법에 따르면 시장은 급식 집행자가 아닌 지원자가 맞다"면서도 "정치 공약으로 나온 무상급식을 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인 학교급식법 조항을 내세워 무리하게 추진한 것에 대해 시민들이 반발해 주민투표를 발의한 것이고 서울시는 행정 절차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자격 시비는 무상급식 예산 문제로 옮겨 붙지 않을 수 없게 생겼다. 올해 서울시의 보편적 무상급식 예산은 0원이고, 선별적 무상급식까지 합해도 전체 무상급식 예산의 1/10도 미치지 않는 사실이 3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에 따르면 시교육청이 보편적 무상급식 비용으로 쓰는 예산(초 1∼3학년 대상)은 모두 1040억 원이며,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21개 구청에서 잡은 예산(초 4학년 대상)은 303억 원이었다.
반면, 서울시가 편성한 예산은 0원이었다. 선별적 무상급식이라고 할 수 있는 저소득층 급식지원예산(초 5~6학년, 중고생 대상)도 서울시교육청은 661억 원인 반면 서울시는 208억원에 그쳤다.
결국 보편적 무상급식과 선별적 무상급식에 드는 전체 예산은 2212억 원. 이 가운데 서울시는 208억 원을 대고 있기 때문에 전체 예산의 9.4%에 그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쥐꼬리 급식 예산 서울시의 주도는 어불성설"
이에 대해 조신 서울시교육청 공보관은 "무상급식이란 보편성에 바탕한 급식 예산은 사실상 서울시가 타시도와 달리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상태"라면서 "이런 곳에서 소득 하위 50%까지 무상급식을 하느냐, 전면 무상급식을 하느냐 선택하는 주민투표를 주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쥐꼬리만 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서울시장이 '감 나와라 배 나와라'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3일 서울시교육청은 주민투표 결과가 '서울시교육감의 학교급식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묻는 공개질의서를 서울시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다. 이번 주민투표가 서울시의 '무상급식 보조 예산 지원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닌 무상급식 방법을 묻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의혹을 나타낸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대변인실과 교육협력국 관계자들은 "시민들의 요구에 따른 행정 절차로 주민투표 행정을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현 대변인에게 2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었지만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연결되지 않아 더 이상 반론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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