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문화재인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세워진 '친일파' 김백일(金白一, 본명 김찬규, 1917∼1951) 장군 동상 철거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동상을 세웠던 (사)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회장 황덕호)는 4일 법무법인 '주원'을 소송대리인으로 해 거제시장(권민호)을 상대로 창원지방법원 행정부에 "동상철거명령 및 철거대집행계고처분 취소,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거제시는 지난 7월 26일 기념사업회에 "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명령과 행정대집행 계고"를 했다. 동상이 들어선 곳은 문화재 지역으로, 문화재 안에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협의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 이에 경남도가 동상 철거 요청을 하고, 거제시가 기념사업회에 계고장을 보냈던 것.
기념사업회는 소장에서 "김백일은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흥남철수작전 시 급박한 상황에서도 미10군단장 알몬드 장군을 설득하여 10만 명의 피난민을 해상수송으로 구출하여 부산과 거제도로 피난시킨 피난민의 아버지다"며 "피난민을 많이 구출한 예는 세계전사에서도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1951년 3월, 부대로 복귀하던 중 김백일이 탄 비행기가 대관령 인근 상공에서 악천후로 추락하여 34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살아서는 을지·충무·화랑 무공훈장을, 죽어서는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면서 "김백일 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지난 5월 27일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안 흥남철수작전 기념비 옆에 장군의 동상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또 이 단체는 "거제시는 김백일 장군의 동상 건립에 대하여 흥남철수기념공원 이미지에 부합하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아 승인사항을 통보하고, 처음에는 적극 찬성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그러다가 몇 건의 민원에 '사전 영향검토를 받아야 하나 이행하지 않고 무단으로 설치 된 것으로 원상복구 지시가 있어 통보하니 조속한 시일 내에 이전 또는 철거해 달라'고 태도를 돌변하였다"고 설명했다.
거제시의 동상 철거명령에 대해, 기념사업회는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고, 철거명령에 대한 근거 법령이 없으며, 철거대집행 계고처분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념사업회는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김백일 장군 동상 바로 옆에는 다른 기념비도 존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김백일 동상을 존치하는 것이 심히 공익을 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7월 27일 유족 등과 함께 동상에 검정색 차양막을 씌우고 쇠사슬을 묶은 시민단체 대표를 '사자의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자진철거 하지 않으면 15일 강제철거 방침"
이번 소송에 대해, 거제시청 관계자는 "소장이 접수됐다는 소식만 들었다. 구체적인 주장 내용은 자료를 받아봐야 할 것이다. 시장 결재를 받아서 소송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 진휘재 집행위원장은 "기념사업회의 소송은 거제시가 대응할 부분이다.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시민단체는 당초 광복절 이전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15일 강제철거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시한을 정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김백일 장군 동상은 당초 강원도에 세우려고 하다가 거부당하자 거제포로수용소에 세워졌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김백일 장군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자 철거를 요구했다.
시민단체는 지난 6월 15일 동상에 계란 세례를 퍼부었고, 7월 20일 동상을 차양막으로 덮어버리고 쇠사슬로 묶어버렸다. 다음날 거제시는 차양막을 거둬내고 나무로 각을 만든 뒤 비닐로 덮어 놓았으며, 지금은 동상을 볼 수 없도록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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