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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내에 있는 북캉스...
▲ 북캉스 휴양림 내에 있는 북캉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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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제공된 야영장 데크는 20호. 관리사무실에서 멀지 않고 '북캉스' 바로 뒤쪽에 위치해 있었다. 어둠이 밀려든 시간, 우리는 텐트를 막 치고 들어와 앉았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공원 등이 환하게 켜지고 밤은 깊어갔다. 텐트 속에서 바깥을 내다보니 이웃 텐트에선 부부가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이고 아이들과 마주 않아 웃음꽃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모두들 그렇게 함께하고 있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이튿날 이른 새벽, 기상나팔처럼 울리는 매미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숲 속 가득 매미소리로 가득했다. 텐트 안에서 새벽을 열고 하루를 열었다. 차츰 날이 밝았다. 옆에 앞에 이웃해 있는 주변 텐트 안팎엔 가족끼리 모여앉아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었고, 바깥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휴식하고 있었다.

북캉스 바로 뒤쪽에 자리 잡은 텐트에서도 두 아이가 바깥 의자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휴양림 내에 있는 '북캉스'에서 빌린 책인 듯했고 만화책이었다. 아이들 등 뒤 테이블 위에는 여러 권의 책이 쌓여 있었다. 휴양림에서 머무는 동안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책과 함께 여름 숲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보기 좋았다.

휴양림 내 북캉스도 있답니다.
▲ 북캉스... 휴양림 내 북캉스도 있답니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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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있는 북캉스는 나무로 만든 아담한 공간에 벽을 빙 둘러가며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시원한 숲 그늘에 앉아 여름 숲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 들으면서 책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이왕이면 계곡에 물도 환하게 흐른다면 더 상쾌하겠는데,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다음 날엔 비가 제법 많이 내렸고 졸졸 소리 내어 계곡 물이 흘렀다.

이런 휴양림 안에 '북캉스'란 이름으로 간이 도서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고 인상적이었다. 작은 공간에 원하는 대로 많은 책이야 빌려볼 순 없겠지만 아쉬운 대로 구색을 갖춰놓고 있어서 언제든지 책을 빌려보기에 좋았다.

휴양림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 누구나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책을 대여해 볼 수 있고, 소설과 에세이, 만화 등이 작은 공간에 빼곡이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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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독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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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독서하는 아이들...
▲ 독서... 휴양림...독서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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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휴양림에 장막을 친 다음 날, 오전엔 가까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후 내내 숲속 매미소리 들으면서 텐트 안에서 뒹굴며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이웃 텐트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신경이 조금 쓰여서 오롯이 몰입하긴 힘들었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마저 노래 소리로 들을 수밖에.

이곳 휴양림에서 지내는 동안 실컷 책이나 읽자 싶어서 가져온 책들이 수북했다. 하지만 다 읽지 못하면 또 어떤가. 독서하다 쉬다 하면서 자연 속에 머무르는 시간. 그냥 좋았다.

밤새 비가 내리고 다음 날도 온종일 비가 내려 계곡에도 환한 물소리 제법 상쾌했다. 그날도 온종일 우린 비 소리 들으며 책 속 여행을 떠났다. 어둠이 찾아오면 촛불을 켜놓고 독서하고 비가 오면 비 소리 들으면서 책을 읽고, 계곡 물이 불어나 환한 물소리와 매미소리 함께 책을 읽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비오는 날이라 주변에 있는 장막들도 텐트 속에서 노는지 양쪽에서 고스톱 판이 벌어졌다. 젊은 부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고고" 소리를 내고, 또 다른 쪽 옆에선 자녀들과 부모와 함께 고스톱을 하는지 떠들썩하고 화기애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책에 퐁당...
▲ 독서 책에 퐁당...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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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나란히 누워서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비 소리 들으면서 독서! 쉼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사실, 여름휴가 계획을 하면서 나는 내심 조용하고 한적하고 편안한 곳에서 은둔(?)하며 그야말로 머리도 몸도 마음도 쉼을 얻는 그런 휴가를 갖고 싶었다. 모처럼 얻은 남편의 황금 같은 휴가라 어디로 갈까 의논할 때에도 남편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넌지시 조용한 곳에서 쉬고 오는 그런 휴가를 강조했던 것 같다.

텐트 안에 앉아서 비소리 들으며...독서...
▲ 산중독서... 텐트 안에 앉아서 비소리 들으며...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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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이 산 저 산도 올랐지만, 어딘가에 쿡~ 처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때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서 불만이 저절로 터져나오는 내 성정. 그래서 이따금 땅굴을 파서라도 홀로 칩거하는 시간이 있어야만 살맛나는 나는, 남편이 원하는 것처럼 이 산 저 산 올라가진 못했지만 나는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남편 역시 해보니 정말 쉬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아침이면 매미 소리가 아침 기상나팔처럼 요란하게 온 숲을 뒤흔들 듯 노래하고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며 책 읽으며 놀고, 우리 부부도 온종일 뒹굴뒹굴 독서삼매경. 그야말로 산중독서, '북캉스'였다. 이번 여름휴가, 산중독서 어떻습니까?!


태그:#산중독서, #북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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