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쓰나미가 전국을 휩쓴 지 반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축산농가들은 차츰 평상을 되찾고 있고, 비어있던 축사에 소와 돼지를 재입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말 구제역이 끝난 것일까. 앞서 환경운동 단체들은 무작정 살처분해 매몰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고, 이것이 2차 오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침출수에 대해 많이 우려했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5월과 6월, 7월 강수량은 예년에 비해 많았고, 이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말 구제역이 처음 시작돼 898마리의 소가 매몰된 안동 서후면 자품리에선 6월중순경부터 이미 침출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7월 9일 내린 비에 매몰지의 토사가 붕괴되면서 침출수가 논으로 흘러들어 모가 죽었다. 그것도 모자라 아래쪽 하천으로 침출수가 바로 유입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14일 안동시 축산진흥과장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자품리 문제를 벌써 파악해 사후 대책까지 세워 놓았다"고 말했다.
침출수가 하천으로 흘러들고, 토사까지 붕괴되어 비가 조금만 더 오면 경사도가 37도나 되는 산을 깎아서 억지로 만든 매몰지에서 대형사고가 날 우려가 있음에도, 20여일이 지난 5일 현재까지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침출수는 하천으로 지하로 흘러들고 있는데도 계획만 세우고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나오는 침출수는 그나마 다행스럽다. 눈에 보이는 것이니 처리하면 될 것이나, 눈에 보이지 않고 지하로, 하천으로 흘러드는 침출수가 더욱 큰 문제인 것이다. 적은 인원으로 악취가 나는 많은 매몰지를 관리 하는 것이 힘든 일임에는 확실하다. 눈에 보이는 곳만 잘 덮고 꽃 몇 포기 심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 집단 매몰지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산 중턱 비탈면을 깎아서 7공구로 나눈 뒤 한우 1328 마리와 기타 43마리를 매몰한 대형 매몰지다. 매몰지에서 10여m 아래쪽에 매몰지관측공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그러나, 설치 이후 한번도 침출수 관측을 하지 않았는지 잡초가 관측공을 뒤덮고 있었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매몰지 옆 계곡에서는 한눈에 보아도 침출수로 의심되는 물이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또 콘크리트 블록 틈 사이로 침출수가 거품을 일으키며 새어나오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이 침출수는 매몰지 옆 작은 계곡을 따라 100여m 아래 인근마을을 관통하는 개천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자품리에서 내려오는 개천이 이곳을 지나며, 4~5km 하류에서 낙동강 본류와 바로 만나게 된다.
마을사람들조차 침출수가 개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마을 아이들은 이 개천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주민들은 빨래를 하기도 하고,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고 있지만, 5일 만난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관청에서는 이를 경고하는 일조차 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이미 구제역이 발생한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이라도 해당기관은 침출수의 유출을 인정하고 제2,제3의 오염과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속히 대응하기를 바란다.
대두서리 침출수가 개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개천에서 물놀이를 하던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다. 인근마을 교회에 들러 목사님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주의를 시켜달라고 했다.
한우 812두를 매몰한 서후면 이개리의 매몰지는 농장주인이 매몰지 위에 흙을 덮고 표지판과 접근차단 라인을 철거해 버렸다. 담당공무원은 어차피 복토를 해야 되기도 하고 매몰지를 발굴한 것도 아니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관리당국이 침출수 발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을 인정하면 거기에서부터 대책이 시작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관리당국은 구제역관리의 총체적 부실과 허점을 인정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