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름방학엔 미술관이 아이들로 북적인다. 방학숙제 때문이다. 수첩을 가져와 그림 옆에 붙은 정보를 열심히 베끼기도 하고, 정보가 담긴 오디오를 열심히 듣는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미술관에서 제시하는 정보는 때론 너무 상투적이고, 어른들의 수준에서 정해진 느낌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좀 더 쉽게 미술을 이해하고 미술관 나들이가 즐거울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내가 많이 알아야 한다. 미술관백배 즐기기! 왕도는 없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읽어볼 미술책을 소개해 본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메리디스 후퍼 지음 / 국민서관

 

미술관은 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게 됐을까? 그 이유는 그림 속의 개들이 밤마다 그림을 바꿔가며 오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르에가 그린 <풍파두르부인> 그림 속의 개는 어느 날, 쇠라의 <미역감는 사람들>에 쏙 들어가 장난치며 놀고 있다. 이를 발견한 미술관 사람들은 은 처음에는 진짜 그림을 도둑이 훔쳐가 버리고 가짜 그림이 걸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이 사실을 재미 있어 한다.  "어? 그림 속의 개들이 무슨 요술을 부린거야?" " 어디 가서 한번 봐야겠다!" 사람들은 줄을 그림을 구경하려 모여든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미술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르놀피니부부의 초상>, <앤드류부부 >, <퐁파두르부인>< 미역감는 사람들> 등 많은 명작에서 개가 등장한다. 어떤 그림에 어떤 개가 나오는지를 쫓아 다니다 보면, 그림을 보는 눈이 익숙해진다.  미술관은 참 재미있는 곳이다.

 

<마법의 저녁식사> 마이클 갈렌드 지음 / 보림

 

르네 마그리트라고 하면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산, 강, 집, 들판이 제자리에 서있는 그림을 보다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만나면 황당하다. 아이들은 의외로 이런 기묘한 그림들을 신기하고 흥미로워한다. 2차원과 3차원의 공간이 뒤섞이고, 사람의 얼굴에 과일이 박히는가 하면, 낮과 밤이 혼재하는 세계를 그려내는 르네 마그리트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설까? 

 

아이는 시골별장에 놀러갔는데, 하필(!) 그 옆집에 르네 마그리트가 살고 있는 거다. 어느날 르네 아저씨가 식사를 초대했다. 메뉴는 날치 수프와 자고새 파이다. 파이를 자르면, 자고새가 '푸드득' 튀어나온다. 아이는 좀 놀라긴 했지만, 신난다. 더 재미있는 건, 초대손님이 살바도르 달리라는 사실이다. 르네 마그리트와 초현실주의를 이해하는데 이보다 재미있는 책은 없을 듯 하다.

 

<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막스 뒤코스 지음 / 국민서관

 

비밀이 있는 집이라니! 단연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책이다. 어느날 아이에겐 이상한 쪽지가 날아든다. 이 집에는 비밀이 있으니 풀어보라는 것이다. 마당, 수영장, 부엌, 화장실을 오가며 아이는 비밀을 푼다. 책은 추리동화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미술책이다. 왜냐하면 아이의 동선 곳곳에 걸리는 명작들이 만만치 않다.

 

작품들은 주로 현대미술품이다. 앤디워홀, 후앙미로, 피카소, 몬드리안의 그림이 집안 공간에 걸려있다. 뿐만 아니다. 미스 반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의자, 에로 아르니오의 볼체어등 디자인이 뛰어난 의자들도 선보인다. 급박하게 흐르는(!) 추리 속에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미술품은 멋지다. 미술은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비밀을 풀어가면서 어느새 많은 미술작품을 눈에 익힐 수 있을 것이다.

 

    

< 그림 속 신기한 그림 세상 >조이 리처드슨 지음/ 다림 

 

앞의 3권의 책이 초등 저학년을 위한 이야기 미술 동화라고 한다면, 이 책은 3,4학년 혹은 그 이상의 학년의 아이들이 읽어볼 만한 미술사에 가까운 책이다. 작품 자체에 다가가 그 의미를 해설하고 추적한다. 미술 전문 지식으로 가득한 책이지만 지은이의 설명은 아이들의 눈높이이에 잘 맞다. 

 

종교미술과 역사화에서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내는 법, 미술에 등장하는 상징의 의미와 그것이 전하는 이야기를 설명한다. 아울러 4B 연필이 없었을 땐 화가들이 어떻게 스케치를 했는지, 화학 물감이 없었던 시절 물감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원근법은 그림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에 대해 호기심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다가간다. 그림을 읽는 법, 그림의 형성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다.

 

 

< 세계 미술사 박물관 > 클라우디오 메를로 지음 / 사계절출판사

 

이 책은 고대미술에서 현대미술, 유럽,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세계미술의 기원과 역사를 다룬 책이다. 책의 제목 그대로 세계 미술사 박물관이라 칭할 만하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책의 설명 방식이다. 대표작을 놓고 이 그림은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다는 식의 설명이 아니다. 천 년전, 오백 년전, 삼백 년전, 그 시대 그 현장을 마치 타임머쉰을 타고 간듯이, 미술작품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찾아간다.

 

그래서 이 책을 둘러싼 분위기는 생생하다.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예를 들면 인상파의 시작은 어느 화가가 일본에서 수입한 도자기를 풀어보다, 그 포장지에 놀라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피카소의 <게로니카>는 그의 아틀리에다. 그 현장엔 독일 나치군이 찾아와 피카소를 협박하고, 피카소는 이에 움추러들지 않고 맞서고 있다. 설명 위주로 흐르기 쉬운 미술사를 생생한 현장을 통해 전달하고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끈다.

 

어린이 책을 보다보면 책 작가들의 탁월한 아이디어오 지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술사 전문책을 읽으며 이해 못했던 것들을 아주 단숨에 명쾌하게 설명한다. 앞서 소개한 책들 역시 이러한 미덕을 갖추고 있는 책들이다.

 

대개 미술관 나들이는 숙제 때문이다. 그런데 미술은 그림으로 전하는 이야기다. 미술을 잘 모를 때는 어떤 그림앞에선 그냥 좋다, 멋지다하는 생각만 하다 온다. 혹은 알지 못할 복잡한 그림 앞에선 어리둥절하다. 그런데 미술은 아주 작은 코드 하나만 익히면 그 뒤는 쉽게 풀린다. 아주 깨알만한 지식이 바로 그 시작이다. 이 여름, 아이와 함께 미술책을 읽어보자.


태그:#미술관, #미술, #어린이 미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