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 시외버스터미널 건립사업과 관련, 관양동 922번지 일대 예정부지의 시설결정고시(유효기간 2년)가 4일자로 실효돼 무산됐다. 이에 예정 부지를 세 차례나 바꾸는 등 난항을 거듭하며 20년 가까이 표류해 온 터미널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안양시 우계남 교통행정과장은 "시외버스터미널 시설결정고시가 4일 실효됐다"며 "현 부지는 접근성 미비와 교통혼잡 유발이 우려되고 시외버스 이용객들이 감소하는 등 사양 산업이라는 정책적 판단에서 현 부지의 사업 추진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구 62만의 대도시인 안양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의 편익증진과 현재 도심 4곳으로 분산된 시외버스정류장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 해소를 위해 시외버스정류장이 필요함에도 사업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복합적인 문제들이 도출돼 온 점도 한몫한다.
시의회, 시민참여위원회, 현 예정부지 '부적격' 한목소리이는 시설결정고시 실효에 앞서 지난달 21일 안양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실에서 안양시의원들을 비롯 시민참여위원회 푸른도시소위원회 위원들과 시 고문변호사,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청회에서도 터미널 예정부지의 문제점들이 거론됐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인구 62만의 대도시에 시외터미널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현재 예정부지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교통정체와 수익성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향후 적정한 규모의 부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안양시의회 도시건설위 소속 위원들은 실효후 원점에서 검토할 것, 철도 등 대중교통이 발달한 현 시점에서 대규모 터미널보다 소형 터미널로 검토, 소송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빠른 판단을 통한 대비책 마련, 현 부지 적정성 등 댜양한 의견을 제기했다.
시민참여위 관계자들은 "철도중심, 정책변화, 자가용 증가 등으로 터미널을 부정하는 의견이 있지만 시민 입장에서 대중교통 활성화 차원에서도 시외버스터미널은 필요하고 현 부지는 부지비대, 수익성 문제로 장기 미집행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시 고문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실효를 시키든 취소 결정을 하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전문가로 참석한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당시 도시계획 결정시에도 현 부지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으며 현재도 같은 생각이다"며 "현재 교통추세는 철도와 터미널과의 연계시스템(환승편의)에 초첨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기존 시외버스터미널 사업의 무산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됐지만 터미널 사업시행자의 사업 무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이 예상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않다.
터미널 조성 장기화된다면 편익시설이라도 제대로 마련해야더욱이 시외버스 이용 시민들은 "시외버스 정류장이 안양시 여기저기 분산돼 시외버스를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편의시설도 엉망이다"며 "터미널 조성사업이 또다시 장기화된다면 버스정류소를 통합하든가 시설이라도 제대로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안양권 전체의 큰 공간에 대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기존 시외버스정류장의 편익시설 보완 또는 간이시외버스터미널 마련 등의 대안 마련과 안양을 경유하는 시외버스 노선을 더 늘이는 등 개선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시외버스 수송분담률은 지난 90년대부터 하향세이며, 터미널 운영 주체는 실상 상가분양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경영난에 빠질 경우 부담은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몫이 되는 등 시외버스터미널은 많은 요소가 혼재된 복잡한 정책결정과정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군포·안양·의왕 3개시 안양권 통합 움직임도 한몫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터미널을 급박하게 추진하기 보다 더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3개시 통합에 대비해 지하철 연계가 쉽고 안양권 전체가 이용하기 좋은 광역적 개념의 터미널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정부지 사차례 바뀌며 20여년째 표류중인 안양시외버스터미널 |
안양시외버스터미널 추진 사업은 지난 1993년 도시계획상 농수산물시장 부지중 일부인 평촌동 934번지, 1만8천353.7㎡(5553평)를 당시 건설교통부에 요청해 시외버스터미널 부지로 변경한뒤 1996년 1월 시외터미널 사업자로 '(주)경보'를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터미널 이전 민원과 위치상 교통혼잡 초래와 동선체계의 어려움, 부지면적의 협소 등 교통환경평가 부적합 판단에 부딪히고 (주)경보의 자금난까지 겹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1999년 안양시의 건축허가 취소와 함께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안양시는 새로운 부지로 관양동 985-2를 추진했으나 2001년 4월 고통영향평가 심의 반려로 2005년 안양시도시기본계획을 재수립하여 관양동 922번지 일대 (4만1천여㎡)로 예정지를 변경하여 2009년 7월29일 준공업지역(자동차정류장)으로 결정 고시했다.
그러나 관양동 예정부지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이 도보로 10분 이상 걸리는 데다, 시내버스 운행도 많지 않다. 또한 사업예정지와 외곽순환도로로 이어지는 버스동선도 교통량 증가로 이어져 풀어야할 숙제며 인근에 아파트단지들이 자리해 많은 민원이 예상되던 곳이다.
이에 사업 추진이 계속 난항을 거듭하자 ㈜경보는 2001년 안양시를 상대로 사업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을 거쳐 2006년 9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통해 "안양시는 ㈜경보에 대해 16억56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경보는 3년이 넘도록 손해배상액 원금을 안양시에 요청하지 않은채 매년 발생하는 이자에 대한 포기각서를 써주며 터미널 사업자 '지위'를 유지해 왔고 2008년 언론 등에서 터미널 재검토와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9년 일부 시민들이 경기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하자 경기도는 2009년 6월 면허재발급의 부적정한 행정이 드러난 안양시에 기관경고와 함께 해당 직원들에 대해 문책조치를 내렸다. 또 안양시는 손해배상금 16억5천600만원을 경보에 지급해 관계를 정리하는 듯 싶었으나 부지 매입과 관련 또다시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안양시를 기점으로 하거나 경유하는 시외버스를 탈수 곳은 안양역, 왕궁예식장, 비산서거리 인근, 호계동, 범계역 등에 있으나 노선에 따라 제각각 다르며 대합실이나 편의시설 또한 없을뿐 아니라 기본적인 버스시간 안내나 승차권 예매도 이용하기 어렵다.
시외버스터미널 건립은 안양시민들의 숙원사업이다. 그러나 교통환경 변화, 행정개편 광역화, 대중교통의 접근성 등에 민간사업자의 수익성까지 등 심도있는 고민없이 추진할 경우 자칫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무용지물 터미널이 되지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