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바다는 해무로 가득차 있었다. 모래사장과 해무의 경계선만 흐릿하게 보일뿐, 해무 너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발걸음을 옮기는 만큼 희미하게 다가오는 풍경들이 아스라하게 다가온다.
한적한 새벽바다, 얼마쯤 걸어가다 보니 저 멀리서 해무 가득한 바다를 카메라로 담고있는 여인이 보인다. 무엇을 담고 있는 것일까?
해무는 아침이 다 되도록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일상은 시작된다. 어제 이맘때의 일상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상, 그것처럼 밋밋한 것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처럼 고마운 것이 어디있을까?
구명도구가 가장 먼저 바다로 나왔다. 그러자 아이들이 하나 둘 바다로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숨겨두었던 풍광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해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어도 본 사람들은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있었을 터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지혜를 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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