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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맛이 오롯이 담긴 김치찌개백반(1인분 7천원)이다.
 남도의 맛이 오롯이 담긴 김치찌개백반(1인분 7천원)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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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상사댐을 감돌아 산길을 굽이쳐 간다. 한적한 이 길은 찾는 이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해준다. 드라이브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한때 여름철이면 분주했던 이 길이 이제는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간간이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일 뿐 오가는 인적도 드물다.

이 길을 가다보면 짓눌렸던 삶의 무게가 어느새 스르르 

호젓하게 흐르는 강물을 따라 강가에는 예쁜 찻집과 맛있는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산길은 철따라 피어나는 들꽃이 반기며 어두운 밤길에는 초롱초롱한 별빛이 길을 밝힌다. 이 길을 쉬엄쉬엄 가다보면 그동안 짓눌렸던 삶의 무게가 어느새 스르르 빠져나간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상사댐 상류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물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해찰을 부리며 가다보니 선암사와 승주IC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다다랐다. 우측(승주IC 방향)길로 조금 가다보니 남도의 소문난 맛집 진일기사식당이다. 조금 더 가면 이집과 더불어 음식 맛있기로 소문난 쌍암기사식당이다.

비계 살이 붙은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큼지막한 두부와 묵은지를 함께 넣고 프라이팬에 끓여낸 김치찌개다.
 비계 살이 붙은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큼지막한 두부와 묵은지를 함께 넣고 프라이팬에 끓여낸 김치찌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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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정에 없던 곳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다들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가잔다. 떡본 김에 제사를 지내는 것 또한 나쁘지는 않을 터. 내심 25년 간 한결같은 음식으로 식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 맛이 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음식 만드는 할머니의 지극정성

시골향기 가득한 평상에는 할머니 두 분이 앉아 있다. 한분은 오늘의 명성이 있기까지 이집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배일순(78)할머니다. 할머니는 구부정한 모습에 한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다. 농사를 짓다 늦깎이로 시작한 식당일로 몸에 무리가 왔는지 지난해 허리 수술을 했다고 한다.

"요즘은 휴가철이라 손님들이 시도 때도 없이 와요, 허리 수술해갔고 힘을 못 써."

식당에 손님이 많은 이유를 묻자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고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음식이 맛없으면 손님이 오겠습니까? 음식 맛있게 만들고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손님에게 정성을 다합니다. 그래야 다들 좋아 하제 맛있고 친절하다고."

오늘의 명성이 있기까지 이집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배일순(78)할머니다.
 오늘의 명성이 있기까지 이집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배일순(78)할머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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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셋, 늦깎이로 시작한 식당일이지만 항상 최선을 다한다. 주말에 밀려드는 손님 접대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한다. 궂은 농사일과 식당일로 할머니의 몸은 늘 고단하기만 했다. 그래도 그때는 자식들 교육시키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에 푹 빠져 살았다. 하지만 요즘은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한 5년 저짝만 해도 돈이 됐어요. 요즘은 식자재가 너무 올랐어요. 인건비도 5년 전에 비해 곱절이나 올랐어요."

"김치찌개는 이렇게 끓여야 맛나, 손님들이 김치찌개 보고 와"

이집의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는 김치찌개백반(1인분 7천원)이다. 하긴 이거 딱하나 단일메뉴로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말이다. 식탁 한 가운데 떡 허니 버티고 있는 폼만 봐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비계 살이 붙은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큼지막한 두부와 묵은지를 함께 넣고 프라이팬에 끓여냈다.

"돼지고기김치찌개는 이렇게 끓여야 맛나, 프라이팬이 눌도 않고 영판 좋아. 손님들이 김치찌개 보고 와."

할머니는 신을 짝짝이로 신고 계셨다. 진짜 재미난 걸 발견했다며 할머니에게 신발을 보라고 하자 한바탕 큰소리로 활짝 웃으신다.

"개가 신발 하나를 물어가 불고 없어."

전어 밤젓을 잘 삭혀 풋고추에 버무려냈다.
 전어 밤젓을 잘 삭혀 풋고추에 버무려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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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맛있는 반찬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묵은 갓김치를 씻은 후 볶아내거나 전어 밤젓을 잘 삭혀 풋고추에 버무려냈다. 그윽한 젠피향이 풍겨오는 겉절이김치도 식객들의 마음을 붙들어놓기에 충분하다. 

구수한 시래기된장국의 맛도 일품이다.
 구수한 시래기된장국의 맛도 일품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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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돼지고기김치찌개다.
 손님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돼지고기김치찌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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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밥상은 남도의 손맛을 느껴보기에 충분하다. 봄, 가을이 가장 바쁘다는 할머니의 밥집, 최고의 맛집이라 자부하는 이곳이 우리 곁에 늘 이렇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늘 여행을 한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이렇듯 바람 따라 훌쩍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김밥이며 계란 등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좋다. 여행길에 맛집에 들려 가족과 오순도순 함께하는 시간도 즐겁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돼지고기김치찌개, #백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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