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초로 대량살상 핵무기인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된 지 정확히 66년째를 맞이하는 8월 6일, 경남 합천에서 한국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위령각에서 열린 추모제에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유족과 생존 피폭자 및 그 후손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지역주민, 경상남도·합천군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장은 추모사에서 "나라를 빼앗기고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원폭피해자의 10분의 1이 한국인이었다. 겨우 살아서 고향에 돌아온 분들도 한 많은 삶을 살아온 지 벌써 66년이 흘렀다. 일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만들어 낸 것에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해원을 넘어 평화의 언덕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경남 도지사를 대신하여 추모제에 참석, 추도사를 낭독한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는 "원폭피해자와 유가족의 삶이 국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정부의 역할을 요구해온 피해자와 유가족, 후손의 뜻을 받아 경상남도 차원에서도 힘을 쓰겠다. 국가적으로도 일제 과거청산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고 원폭피해자들의 삶이 좀더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에서는 해마다 원폭의 날을 국제적, 국가적인 행사로 기념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에서도 이 시기 다양한 심포지엄과 집회, 문화행사 등을 열어 비핵과 평화의 다짐을 고취하는 국민적 행사로 치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식민지배와 강제동원 등의 피해자이기도 한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은 국제사회 및 국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결성된 이래 각 지역별로 피해자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으로 아주 조용하고 쓸쓸히 추모식을 치러 왔다. 합천에서도 원폭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매년 8월 6일 오전 간단한 위령제를 거행해 온 것이 전부였다. 물론 이런 사실을 전혀 알고 있지 못한 국민이 대다수다.
추모제에 참석한 문준희 경남도의원은 "원폭피해자(1세)와 유전적인 문제로 고통을 같이 하고 있는 2, 3세 환우들을 위한 정치권과 행정의 노력이 모자람을 느낀다"며, 경남도의회에서 지금 원폭피해자 지원조례를 준비하고 있고 문 의원 자신이 대표 발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원폭2세 환우들의 인권과 복지, 시민과 청소년의 평화·인권교육을 위해 '합천 평화의 집'을 연 위드아시아의 지원스님 및 한국 사회에 원폭피해자는 물론이고 2세 환우의 실태를 널리 알린 고 김형률씨의 부친 김봉대 고문(한국원폭2세환우회 고문)도 국가 차원의 특별법 제정과 지자체의 조례 제정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번 추모제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였던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희생된 한국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추모제뿐 아니라 사진과 영상전, 청소년 어린이 평화캠프, 추모 전야제 공연 등 5일부터 7일까지 합천군 일대에서 3일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올해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핵 방사능의 위험과 그 해결책 모색이 어느 때보다 중대한 전인류적 과제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맞이하는 원폭희생자 추모제였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한국원폭2세환우회, 태양회 등과 공동으로 이번 추모제를 준비하고 개최한 '합천 평화의 집' 윤여준 원장(전 환경부 장관)은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고 원폭피해자와 희생자의 후손을 돕는 일이 단순한 해원의 차원을 넘어, 핵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숭고한 이상으로 승화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