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버핏은 8일(한국시간) 미국 경제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S&P의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미국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AAA'이며 만약 'AAAA' 등급이 있다면 그것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지난 주말 "미국 정부와 의회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이 부족하다"며 미국 신용등급을 신용평가 역사상 처음으로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버핏이 운영하고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재무부 단기채권을 400억 달러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버핏은 "채권을 팔아치울 필요를 못 느낀다"며 "투자할 때 신용평가사의 평가 등급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버핏은 역시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이자 S&P의 라이벌인 무디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버핏의 주장처럼 무디스는 S&P와 달리 미국의 신용등급을 여전히 'AAA'로 유지하고 있다.
버핏은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유럽에서 새로운 (금융위기) 문제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잃어 과매도 상태"라며 "투자를 할 때는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도 비판에 가세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부실을 예상하지 못한 S&P가 미국의 재정정책을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증시들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S&P의 결정은 적잖은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퇴진 압박' 가이트너 재무 장관 "안 물러난다"
한편 이번 사태로 미국 공화당 인사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이 "물러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가이트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퇴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가이트너는 그동안 미국 의회의 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끝나는 대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백악관은 곧바로 제이 카니 대변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가이트너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기 살리기'에 나섰다.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함께 재무 장관으로 부임한 가이트너는 내년 대선까지 장관직을 유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가이트너는 S&P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가이트너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형편없는 판단(terrible judgment)"이라며 "미국의 재정 계산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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