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면 어떤 선생님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경쟁을 하듯 꾸벅거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두 눈을 말똥거리며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했던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을 겁니다.

국사 시간에는 정사(正史)보다는 야사(野史)가 훨씬 더 재미있었던 적도 있을 겁니다. 군인 시절에는 건빵보다 봉투에 들어있는 별사탕 몇 개가 더 좋아서 건빵이 보급되는 날을 기다린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처럼 어떤 자체보다 거기에 곁들일 수 있는 뭔가가 훨씬 더 재미있고 달콤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야사처럼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긴 부처님 가르침

신도의 입장일 수도 있고, 단순한 여행길일 수도 있겠지만 절에 가게 되면 자의든 타의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하게 됩니다. 절에서 대하게 되는 가르침은 국사 시간에 배우는 정사(正使)처럼 경전이나 법문을 통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절에 있는 사물 하나하나에는 그것들이 거기에 있는 이유가 있고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유를 알고, 의미를 터득해 나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하게 되는 겁니다.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목경찬 글·사진, 조계종출판사 펴냄, 2011년 7월 25일, 13,000원)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목경찬 글·사진, 조계종출판사 펴냄, 2011년 7월 25일, 13,000원)
ⓒ 조계종출판사

관련사진보기

하나하나의 이유와 의미에는 기록이나 문헌으로 전해지는 내용도 있지만 야사처럼 구전되던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지는 것도 꽤나 됩니다. 야사처럼 재미있고, 별사탕처럼 달콤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들이 바로 절집에 전해지는 유래이며 전설입니다.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와 <부처님께 다가가는 방법>의 저자인 목경찬이 쓰고, <조계종출판사>에서 출판한 불교문화 에피소드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절집에 뒷담화처럼 전해지는 유래, 야사처럼 구전되고 있는 전설들을 무더기무더기 갈무리한 이야기 꾸러미입니다.

옛 글을 보면, 용의 아홉 자식 가운데 포뢰라는 용이 있습니다. 포뢰는 바다에 사는 고래를 두려워해서 고래가 나타나면 곧 큰 소리로 웁니다. 종 위에 포뢰라는 용을 올려둔 까닭입니다. 당목(종을 치는 나무)은 보통 고래 또는 큰 물고기 모양으로 만드는데, 종을 칠 때 고래가 다가오니 포뢰라는 용이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종이 우는 소리는 바로 용이 우는 소리입니다. -130쪽-


더욱이 자식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이 땅의 어머니에게는 뒷산 단순한 바위도 부처님으로 보입니다. '돼지 눈에는 돼지로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로 보인다'고 하는데, 보는 이들의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 염원 때문일까요? -180쪽-


별사탕처럼 달콤한 절집 뒷담화 꾸러미

전설이나 유래라는 것이 어찌 보면 그럴싸하고, 어찌 보면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을 수도 있습니다. 대개의 종교들이 현대과학이나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설이나 배경을 가지고 있듯 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면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하기까지 하지만 의심 없는 마음으로 보면 참으로 경이롭고 묘한 이야기입니다. 

책은 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챙기게 해주는 이야기, 절집에 담긴 슬기로움 등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인사 장경각의 계단이 왜 그렇게 가파르게 되어 있는지를 알게 되면 저절로 절을 찾아가는 마음이 거기에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동화처럼 가볍게 읽지만 어느새 가슴에 새기게 되는 내용들입니다.

그렇게 가는 길에 자신이 가진 것을 필요한 이들에게 다 주니 속옷마저 남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흙구덩이[지地]에 몸을 감추고[장藏]부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중략-

이야기처럼 '흙구덩이[지地]에 몸을 감췄기[장藏]' 때문에 이때부터 '지장地藏보살'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185쪽-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는 형상인 설악산 봉정암 봉불암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는 형상인 설악산 봉정암 봉불암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유래나 전설을 횡설수설하듯 마구잡이로 전개한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가지런하게 다듬어서 엮었습니다. 읽다보면 '아! 그건 그래서 그랬구나.' '비슷한 이야기가 어디어디에 있었구나' 하고 탄식을 하는 내용이 수두룩합니다. 

시험문제에는 나오지 않지만 인성의 토대가 되는 상식들처럼 법문에서는 들을 수 없고, 경전에서도 읽을 수 없는 내용들이 그 절에 스민 의미와 이유를 통해 시나브로 뭔가를 가르쳐주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조성 배경 때문인지, 오른쪽에 계신 아미타여래좌상은 국가에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땀을 흘립니다. 12·12시간, KAL기 폭파 사건, 군산 페리호 침몰 사건, 강릉 잠수함 출몰 사건 때 땀을 흘렸습니다. 특히 IMF 사태 며칠 전인 1997년 12월 2일부터 13일까지는 법당이 흥건할 정도로 땀의 양이 엄청났습니다. -239쪽-

믿거나 말거나 이겠지만 이적(異蹟)을 보여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보이고 있는 이적의 사례들도 꼼꼼하게 엮었습니다.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처럼 절을 찾아가는 마음이 조금은 단조로울 때 꺼내보면 별사탕처럼 달콤할 이야기들입니다.

왜 부처님 얼굴을 상대적으로 크게 조성하였을까요? 여기에도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평소 부처님을 친견할 때는 아래에서 위로 우러러보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먼 곳에 있는 것은 가까운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보입니다. 따라서 위쪽인 머리 부분을 크게 해야 밑에서 부처님을 뵐 때 머리 부분이 전체 몸과 조화를 이루어 상호가 원만하게 보입니다. -18쪽-

유래나 전설이라고 하니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무심코 바라봤던 불상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내용입니다. 이 얼마나 섬세한 관찰이며 꼼꼼한 설명입니까. 이런 설명이야말로 어떤 법문에서도 들을 수 없고, 어떤 경전에서도 읽을 수 없는 배려이며 가르침입니다.  

절에 갈 때, 기도하는 마음도 준비해야겠지만 걸으며, 여기저기 둘러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로 피워낼 법문 아닌 법문, 경전 아닌 경전으로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에 들어 있는 이야기 한 구절 챙겨보십시오. 절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훨씬 재미있어 질것입니다.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 입담만 좋게 하는게 아니라 절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주고, 밀교처럼 전해지는 그 절에 담긴 가르침을 꾸러미로 갈무리 할 수 있는 이야기보따리입니다.

덧붙이는 글 |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목경찬 글·사진, 조계종출판사 펴냄, 2011년 7월 25일, 13,000원)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 - 불교문화 에피소드

목경찬 글.사진, 조계종출판사(2011)


#사찰 이야기#목경찬#조게종출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