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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더스 뮐러
 안더스 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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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더스 뮐러(Anders Riel Müller)는 덴마크 생태학자이자 환경운동가다. 그는 올해 4월 19일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 문제에 관해 영어논문을 써서 세계인들에게 강정마을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해군기지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안더스는 캐나다 칼 폴라니 인스티튜트에서 환경, 공정무역, 대안식량정책문제를 연구했고 한국의 해외농업지개발 등에 대해서 상당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덴마크 입양인이다.

안더스는 강정마을의 평화와 해군기지건설 반대운동에 몸과 글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그를 덴마크라는 나라로 입양 보냈지만 그는 한국을 단순한 고향 나라, 친가족이 있는 나라라는 차원을 뛰어 넘어 한국의 미래를 의미 있게 구성해가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안더스는 한국의 오늘과 미래를 위한 '아웃사이더' 공헌자이다.

보통 한국인은 해외입양인을 불쌍하게 생각하거나 최소한 우리의 배려와 시혜가 필요한 존재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가 만난 해외입양인들은 우리사회의 현재모순과 미래문제에 대해 애정을 갖고 염려하며 한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자기문제처럼 해결하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한국은 그들을 버렸지만 그들 해외입양인들의 한국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이 자기를 버린 한국을 아예 방문하지 않았거나 한국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안더스는 제주 강정마을의 문제를 학자로서 또 운동가로서 염려한다, 그리고 나는 그의 그러한 헌신적인 애정과 열정에 감사한다. 나는 안더스와 같은 친한파 해외입양인들의 한국을 향한 애정이 정당하게 우리사회에서 인식되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공통의 지평위에 서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공감될 수 있었으면 한다. 안더스는 연구차 또는 운동차 수시로 한국을 방문한다. 몇 달 전 한국에서 덴마크로 돌아가서 그는 현재 덴마크국제연구소(Danish Institute International Studies)에서 한국농업개발정책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다. 안더스의 고마운 마음을 생각하며 다음은 지난 열흘간 안더스와 제주강정마을 문제에 대해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금년 4월 19일 제주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성문제로 인해 제주 자연환경이 파괴 될 것이라는 우려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땅, 생명, 평화를 위한 한 섬마을의 투쟁> 이란 논문을 썼는데(http://www.savejejuisland.org/Save_Jeju_Island/About_Jeju.html), 한국 해군은 지금 건설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가 '환경친화적'이며 직장을 창출하고 섬의 안보를 강화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해군 측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척의 구축함이 있는 곳이 환경친화적인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생각하기 어렵다. 먼저 각 구축함은 20만 마력이고 디젤과 가스로 움직인다. 이러한 구축함이 어떻게 환경친화적이라는 말인지 한국정부에 되묻고 싶다. 강정마을은 생태적으로 예민한 지역이다. 그런데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기름도 유출될 것이고 폐기물도 나올 수 밖에 없다. 직장창출문제도 그렇다. 나는 지역개발관련 기관에 7년 동안 일한 적이 있다. 해군기지 주변의 직장은 강정주민들이 지금 삶의 방식이나 생계와는 전혀 다른 관광업 같은 직장이 될 것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지금 삶의 터전은 기름으로 오염되고 농장과 어장은 파괴될 것이다."

- 그러나 한국정부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제주도의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삶을 위해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그런 경기부양 효과를 주민들이 반대하며 시위를 한다고 보나?
"여기서 이슈는 무슨 직장이고 무엇에 의한 경기부양이냐가 문제일 것이다. 경기부양이나 직장창출이 환경오염이나 군사주의 등과 관련하여 그 것을 담보로 얻게 되는 이득이라면 단기적 이득이 될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손실이다. 군사시설과 관련한 직장이 환경친화적이라는 것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납득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제주도의 가치는 그 독특한 문화와 더불어 생태계가 천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경제발전도 과거와는 달리 이러한 한국의 독특한 특성위에 건설되어야지 그 특성을 무시하고 파괴하는 건설이나 발전은 의미가 없다."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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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부는 이 해군기지가 제주도의 안보에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부입장에 동의 안하나?
"어떻게 거대한 해군기지가 제주도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의구심이 든다. 나는 덴마크 발틱해에 있는 조그만 섬에서 자랐는데 이곳은 냉전시대 최전선이었다. 그곳은 동독에서 한 시간거리였고 소련에 근접한 지역이었다. 덴마크처럼 작은 나라에서 이 지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이었고 항시 소련의 침략위협을 의식하며 나는 성장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 조그만 섬이 소련 같은 슈퍼 파워에 대항해서 그 지역을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만약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한다고 가정하자. 제주도가 정말 그 해군기지 때문에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아니 오히려 제주도는 중국이나 일본의 폭격을 받아 잿더미가 되지 않을까? 제주도의 해군기지는 제주도를 방어하지 못한다. 아마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의 다른 지역을 부분적으로 방어하는 데 일조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제도도민의 피와 생명을 희생으로 삼아 한국의 나머지 지역이 안전을 담보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안보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안전을 해치고 생명과 생계의 위협이 증대되는 것일 뿐이다."

- 한국정부는 시위자들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이 해군기지가 미군에 의해 이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오키나와에 미군 항공모함과 기지가 있는데 미군이 굳이 제주도의 해군기지를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일까?
"일본정부와 오키나와 주민들의 미군기지에 대한 반대는 나날이 그 강도를 더해 간다. 그래서 미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향후 벌어질 앞일을 전략적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 주변 바다에 강한 군대를 주둔시켜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고자 한다. 그런 미국의 입장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전력적으로 아주 이상적이다. 제주도는 상하이에서 450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져 있고 그 말은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에 아주 중요한 최선의 위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거대한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상하이)에 군사적으로 근접해서 있을 수 있는 군사기지로서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에게 가장 이상적인 위치다. 미군은 제주해군기지에 항상 있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북아에 대 중국과의 관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다면 제주 해군기지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군사기지로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반면 제주도의 생태계와 환경은 파괴되고 제주도민의 안전과 생명은 오히려 훨씬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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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논문에서 "중국과의 잠재적 군사충돌 시 강정마을은 중국으로부터 중요한 전략적 군사목표물이 될 것이다. 제주는 마치 2차 대전 때 일본이 노린 미국의 진주만처럼 될 것이다." 라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2차 대전 중 진주만은 일본이 동남아와 태평양으로 팽창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기지였다. 장래 군사적 충돌이 동북아에 발생시 제주 해군기지는 진주만과 유사한 중국의 1차적 군사목표물이 될 것이다. 2차 대전 말기에 오키나와 함락 후 일본이 제주도에 군사시설을 강화한 것도 미국의 침략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터짐으로써 제주도민은 대규모로 희생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제주도민은 일본제국의 군사기지 건설에 동원되어 막대한 고통을 겪었다.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위치한 중요 군사기지는 적군이 제거 해야 할 1차적 목표물이라는 것이 내 요점이고 만약 제주에 해군기지가 완성되면 곧 제주는 평화의 섬이 아니라 동북아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적 목표물이 될 것이다."

- 한국정부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세력은 소수의 극단주의자들뿐이라고 주장한다. 당신은 최근까지 제주도 강정마을에 있었고 많은 제주도민을 만났는데, 이러한 한국정부의 주장이 정확하다고 진단하나?
"내 경험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지지 없이 외부인들이 해군기지건설 반대시위나 데모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강정마을에서 느낀 것은 외부시위자들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힘과 용기 그리고 격려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인들조차 우리(제주인)의 안전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은 제주도민들에게 오히려 많은 위로가 된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물론 이러한 외부시위자가 일부 극단주의자들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내가 제주에 있을 때 주민들은 나를 포함한 외부시위자들에게 다정하게 인사하고 우리의 지원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만약 제주도민들이 우리 시위자들을 극단주의자들이고 문제만 일으키는 골치덩어리로 생각했다면 우리 외부인들을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민들은 우리 시위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내가 보기엔 극단주의자는 시위대가 아니라 해군 측과 한국정부다. 이 조그만 마을에 수백 명의 군경을 매일 보내서 무력으로 주민들을 위협하고 내쫓는 것을 옆에서 보며 나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요원하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했다." 

- 당신은 "만약 해군기지 건설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강정마을 주민들의 생계, 역사, 전통은 곧 우리의 기억에서 지워질 것이다. 한국정부의 전략적 지정학적 정치적 야심으로 인해 제주도민의 삶은 피폐해가고 희생되어가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해 달라.
"위에서 지적한 진주만 비유와 같다. 진주만이라는 이름이 이야기하듯이 그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기 전 진주만에는 풍부한 진주조개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 있었다. 해군기지가 들어선 후 진주만에서 진주조개를 줍는 사람들을 보기는 극도로 어려워졌다. 거의 다 사라진 것이다. 그 결과 요즘 사람들은 진주만을 생각할 때 그곳에 해군기지 건설 전에 있던 아름다운 해변의 풍성했던 굴이나 진주조개를 생각하지 않고 육중한 해군기지를 생각한다. 그것이 강정마을의 미래운명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해변가가 사라지면, 풍부했던 어류나 수산자원도 사라지고, 어부들의 생계도 파괴되며 결국 지역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 할 것이다. 그리고 강정마을엔 아름다웠던 지난날의 추억만이 남을 것이다."

안더스 뮐러(Anders Riel Müller)는 환경 및 생태운동가이며 현재 덴마크 국제학연구소(Danish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 석사는 덴마크 Roskilde 대학교에서 공정무역과 환경문제를 연구했다. 그전에는 캐나다 인문사회연구소(Canadian Research Council for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에서 방문학자로 국제관계학을 연구했다. 국제관계, 공정무역, 환경, 생태문제에 대한 많은 논문을 썼고 강연을 했다. 미국 Korea Policy Institute 등 미국과 덴마크 여러 환경 및 생태관련 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역임했다.  덴마크어, 영어, 독어, 불어, 스페인어를 능통하게 하며 지금은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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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안더스,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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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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