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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숙
고은숙 ⓒ 이민선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우렁각시' 전설, 그 전설 속 우렁각시가 우리 곁에 있다. '우렁각시' 전설을 현실, 그것도 경기도 안양까지 끌어들인 사람을 지난 12일 만났다. 진짜 '우렁각시'를 보내 주느냐? 고 물으니 고은숙(여, 39)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하. 너무 큰 기대하진 마세요. 우렁각시가 맞긴 한데 전설 속에 등장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런 우렁각시는 아니에요. 평범한 가사 관리사인데, 음~ 다른 점이라면 교육을 잘 받은 전문 가사 관리사라는 점이죠. 머~ 그 정도면 '우렁각시' 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우렁각시는 '전국여성가사사업단'을 이르는 말이었고, 우렁각시를 안양에 끌어들인 사람들은 '안양나눔여성회'라는 여성인권단체였다.

 

우렁각시 사업은 일종의 인력 소개업이다. 이미 전국 곳곳에 지부를 두고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은 사업이다. 지난 1998년 IMF 실업 파고를 헤쳐 나가고자 전국 비영리 실업단체들이 전국 실업극복단체 연대를 결성했고, 2004년 여성일자리로 가사서비스 분야를 특화, '우렁각시 사업단'을 출범 시켰다.

 

안양나눔여성회는 우렁각시 안양지부이고, 고은숙씨는 안양지부 우렁각시사업 담당자다. 인력소개업이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리목적 인력소개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고은숙씨는 말한다.

 

"여성들 자존감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하는 사업이에요. 그래서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참여할 예정이에요. 봉사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려는 의도죠. 우린(안양나눔여성회) 비영리 단체예요. 그래서 돈 버는 게 목적은 아니죠. 21세기에 꼭 필요한 돌봄 노동을 통해 여성들이 당당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목적이에요."

 

이 밖에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력 소개소와는 많은 점이 다르다고 고은숙씨는 말한다. 우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일반 인력소개소와 다르다. 또 업무 중 과실이 발생해도 배상을 할 수 있어 고객이나 관리사 모두 안심할 수 있다.

 

"일 하다 보면 그릇도 깰 수 있고 다림질하다가 옷도 태울 수 있거든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전문배상보험에 가입했어요. 또 우린 가사관리사로 파견하기 전에 필히 20시간씩 교육을 시켜요. 직업인의 자세에 대한 교육, 고객 대응법, 실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요. 교육비는 무료예요."

 

관계는 호칭이 중요... '아줌마'라고 하면...

 

우렁각시 사업은 지난 4월에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마을기업은 지역에 산재된 자원을 활용해 주민주도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마을기업에 선정되면 국가에서 사업비나 시설자금 등을 지원 받게 된다.

 

우렁각시는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 가사관리사 5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현재 가사관리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마을기업은 지속가능할 만큼 수익을 내야 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고은숙씨에게 이 문제를 물었다.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겠느냐고.

 

"가능해요. 충분히 흑자가 날 만큼 고객이 많거든요. 고객들이 인력업체보다 우리를 더 선호해요. 믿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렁각시는 전국적으로는 이미 브랜드화되어 있어 홍보비도 많이 들어가지 않아요. 그래서 지속가능 문제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아요. 지금 신경 쓸 일은 일자리 창출 문제입니다. 가사도우미로 활동할 분이 많으면 고민 끝이에요."

 

고민 끝, 이라는 말에는 아직 고민이 끝나지는 않았다는 뜻이 함축돼 있었다. 일하려는 의욕이 있는 여성들을 모아 교육시켜서 가사 관리사를 만드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 이 정도 지원 시스템이면 지원자들 발걸음이 잦을 듯한데 어째서냐고 물었더니.

 

"가사관리사라는 것에 대해 사회적 인식 좋지 않아 일하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식모, 파출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차라리 식당 가서 일해 보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특화된 직업군이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맞벌이 부부들, 가사 노동 할 시간 없거든요. 가사관리사는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일종의 '돌봄노동' 전문가인 셈이죠. 앞으로 전망 있는 직업이고요. 맞벌이 가정은 계속 늘어날 테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 노인 돌봄 시스템도 확충해야 될 테고……."

 

우렁각시 담당자 고은숙씨는 1급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사'다. 사회적으로 존중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에 놀라 지난 2006년부터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사람들이 서로 존중 하며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사회복지라 판단했던 것. 고은숙씨에게 어떤 계기로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냐고 물었다. 

 

"좋은 사업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어요.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 같아서 지원했어요. 2006년도에 나눔여성회에서 6개월간 영어, 한자 자원교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 인연으로 나눔 여성회를 알게 됐고요."

 

인터뷰를 마치며 고은숙씨에게 고객이나 가사관리사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해보라고 했더니 주저주저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아! 할 말 있어요. 관계와 호칭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요. 가사관리사를 꼭 '가사관리사'나 '가사관리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고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어요. 인간관계에서는 호칭이 중요하거든요. 아줌마라고 부르면 아줌마가 하는 서비스 밖에 받지 못하지만 '가사관리사'라고 하면 전문가 서비스를 받게 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우렁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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