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230여일, 1300일, 5년, 그리고 '밤에 잠 좀 자자'…." 이것은 각각 쌍용차와 한진중, 재능교육, 콜트콜텍, 유성기업에 대응하는 열쇠말이다.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 15명이 세상을 떠났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지 230일이 넘었다. 재능교육과 콜트콜텍의 투쟁도 각각 1300일과 5년을 넘겼고, "밤에 잠 좀 자자"고 호소하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아직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죽어가는 노동자들"이라고 불렀던 이들이 '공동투쟁단'을 꾸렸다. 정식명칭은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투쟁단'이다. 이 공동투쟁단에는 앞서 언급한 기업들뿐만 아니라 "진짜 사장을 찾아 전세계를 떠도는"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도 참여한다.
"기업의 부 상승, 900만 명이 비정규직화된 결과"6개 기업 노동자들이 모인 공동투쟁단은 16일 오후 2시 '광화문 소금꽃밭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스스로 살고자 하는" 공동투쟁을 시작했다. 이들이 '공동투쟁 기자회견문'이라고 이름붙인 기자회견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정리해고자들이다. 사회적으로 죽은 목숨들이다. 해고는 그간 어떤 광우병보다, 구제역보다, 조류인플루엔자보다 많은 이웃을 죽였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어떤 저항도, 광범위한 예방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살처분 당한 수백만의 '정규' 사람들이 '비정규직 인생'이라는 비참의 나락으로 떨어졌다."이어 이들은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비정규직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주류담론'을 비판하고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IMF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체 기업들의 부는 오히려 급상승했다. 수백만 명의 안정된 일자리를 빼앗고, 900만 명이 비정규직화된 결과이다. 1%의 재벌과 대주주들의 천문학적 이윤독점을 위해 우리는 모든 삶을 빼앗겨야 했다."이들은 "그러고도 학교에서는 정확한 덧셈 뺄셈 나눗셈을 가르치고, 도덕을 가르친다"며 "(이는) 모든 이들을 정신병자이거나, 비겁자이거나 바보로 만드는 사회"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개별적으로, 그리고 낱낱이 쫓겨났지만 이제 하나가 되어 나선다"며 "하나의 고통, 하나의 운명, 하나의 절규, 하나의 결단으로 나선다"고 '공동투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개벌 사장들에 대한 저항을 넘어" 전경련과 경총,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향한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내 하나의 권리를 넘어 모든 평범한 이들의 권리 수호를 위해 정리해고, 비정규직법 전면 폐기를 향한 사회적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반칙을 합칙이라 우기는 MB정부에는...." 기자회견문 발표에 앞서 발언에 나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MB정부가 반칙을 합칙이라고 우기는 축구시합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며 "저쪽에서 반칙을 하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합칙으로 싸우면 우리가 이길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와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 조합원 이용대씨는 "정리해고 문제는 더 이상 한진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총자본 대 총노동자의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쌍용차와 유성, 발레오, 재능교육 등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자 재능교육 지부장은 "이번 만큼은 '한 번 해보지'나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를 넘어서야 한다"며 '모든 해고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공동투쟁단은 이날부터 '24시간 무기한 풍찬노숙'에 들어갔으며, 날마다 광화문에서 '광화문 소금꽃밭 만들기 문화제'를 연다. 이들은 한진중 국회청문회를 앞둔 내일(1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