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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가 내 몸을 망친다〉
▲ 책겉그림 〈전자파가 내 몸을 망친다〉
ⓒ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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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전북 장수로 수련회를 간 적이 있다.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내리쳤다. 그때 물놀이하던 아이들이 모두 번개를 맞았다. 다행스런 것은 아이들 가운데 쓰러지거나 다친 애들이 없었다는 거다. 그야말로 아이들이 번개를 '먹어버렸던 것'이다.

번개를 먹었다는 표현은 웃자고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 몸은 전기에 반응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고압전류에는 아예 사람이 타 버리고, 약한 전류에는 온 몸이 찌릿찌릿하는 게 그것이다. 그 시절에 맞았던 번개는 아이들 속에 흐르는 전류보다 약한 전류였지 싶다.

물론 모든 전류가 좋은 건 아니다. TV나 냉장고는 헤어드라이기나 고데기, 휴대 전화기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 흘러나오는 전자파(Electronic Magnetic Field)는 몸에 안 좋은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소아암 환자의 30% 이상이 전자파에 노출됐다고 한다. 심장병, 치매, 유산, 불임, 우울증, 감정적 혼란 등도 모두 그것과 연관성이 깊다고 한다.

앤 루이스 기틀먼의 <전자파가 내 몸을 망친다>에서 그런 결과들을 밝혀준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최신 첨단 기기가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더불어, 그 기기들이 몰고 오는 전자파가 주는 각종 해로움을 파헤치고 있다. 그렇다고 첨단 기기들을 폐기처분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들로부터 파생되는 전자파의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보고, 피해 또한 예방하자는 취지다.

"이 책의 목적은 테크놀로지와 공존하면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거나 방향 전환을 유도하는데 있다. 지금부터 나는 당신한테 보다 안전한 일상을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들을 제공하려고 한다. 우리가 처한 문제는 비록 한순간에 고쳐질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내가 권하는 방법을 일상에 도입한다면 시작과 함께 당신 자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보장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62쪽)

사실 전자파가 해롭다는 건 누구나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얼마만큼 안 좋은 것인지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 사람들의 실제 상태는 실로 심각한 수준임을 가늠하게 된다. 이른바 송전선이 있는 근처에 이사한 어린 신부의 두통증세, 휴대전화와 PDA와 노트북을 애완견처럼 끼고 일하는 신문사 편집장의 메스꺼움, 휴대전화를 귀에 달고 사는 증권 거래인의 자율신경계통 장애가 그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요즘처럼 소아암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불임부부가 급증하는 것도, 성조숙증에다 주의력결핍증후군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그렇다. 어떤 책에서는 그 이유를 서구화된 식습관에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 원인이 대부분 전자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혀주고 있다.

일례로 병원에서 권하는 CT나 MRI 같은 화상 촬영은 그만큼의 방사선을 많이 쏘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실행되는 CT 촬영이 엑스선보다 500배 많은 방사선이 조사되고 있지만, 그 중 3분의 1은 불필요한 검사라고 밝힌다. 심지어 미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의 2%는 의료 화상촬영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환경공해에 가장 큰 희생자다. 우선 신체적 조건상 성인보다 공해 흡수율이 절반 이상 더 높다. 연구에 따르면 EMF도 얇은 두개골과 뼈 조직 때문에 어른보다 빨아들이는 양이 두 배 정도 더 많다고 한다. 또한 EMF는 아이의 뇌막 속에 훨씬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데, 그 이유는 아이의 것이 액체와 이온의 응축성이 어른보다 크기에서 전도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휴대전화로 2분만 통화해도 1시간이나 지속되는 뇌의 활동항진이 아이들의 뇌에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178쪽)

그만큼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되도록 전자파로부터 멀리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아이들은 어떠한가?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을 끼고 살지 않던가? 자녀들에게 생길 변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부모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일일 터다. 헌데 이 책을 깊게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이 얼마나 많은 질병을 유발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전자파를 줄이거나 차단할 수 있는 일일까?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전자파로부터 야기되는 질병을 미리서 예방할 수 있는 일일까? 이 책에서 밝혀주는 몇 가지 사항만 바꿔주면, 그만큼의 전자파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야간에 휴대전화의 알람시계를 쓰는 대신 건전지를 넣어 쓰는 구식시계를 사용토록 할 것. 낮 시간 대에 휴대전화를 몸에서 떨어뜨리도록 하고, 남자들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말 것. 집에서 쓰는 무선전화를 모두 유선전화로 바꿀 것. 여성들은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지 말 것. 가전제품은 되도록 플러그를 빼 놓도록 할 것. 침실에서는 전자제품을 추방토록 할 것. 꼭 찍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CT나 엑스선 촬영은 피하도록 할 것. 그것은 특별히 누적되는 특징이 있는 까닭이란다.

아울러 이 책 말미에는 전자파를 막아주는 식재료들도 소개하고 있다. '아티초크', '아스파리거스', '불루베리', '계피', '배추', '마늘', '방목하여 물만 먹여 키운 쇠고기', 그리고 '버섯' 등이 그것이다. 물론 방사선과 전자파를 막아주는 몇 몇 식단들도 곁들여 주고 있다. '불루베리 스무디'나 '버섯을 곁들인 쇠고기 스테이크'가 그것.


전자파가 내 몸을 망친다 - 첨단기기, 그 편리한 유혹과 불편한 진실

앤 루이스 기틀먼 지음, 윤동구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2011)


태그:#전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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