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디어렙 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외적으로 민주당은 "미디어 렙을 8월 국회 핵심 이슈로 부각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간 합의에서는 8월 국회에서 미디어 렙 논의가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 것이다.

 

지난 17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을 9월 1일부로 문화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간사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문방위를 '정상화'해 결산심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원내수석부대표 합의에는 8월 임시국회 내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미디어렙 법' 처리 자체가 불가능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민주당 문방위원들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18일 오후 이 위원장이 "이것(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합의)이 민주당 문방위원들의 진의냐"고 묻자 김재윤 문방위 간사는 "원내 수석 부대표끼리 합의니 지켜야하지 않겠나, 8월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 논의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언론노조 "핵심이슈로 제기하겠다더니..."

 

'미디어렙 법' 제정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준비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배신"이라며 '발끈'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0일 김진표 원내대표는 8월 국회에서 미디어 렙을 핵심 이슈로 제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주일 지나자 배신한 것"이라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도 않고 진정성도 없다, 어떻게 민주당을 공당으로서 신뢰하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에서는 문방위에서 후속 일정으로 미디어렙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는데 향후 행동이 담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합의만 해준 것 아니냐"며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날 언론노조 집행부는 민주당 당 대표실을 항의 방문해 "도대체 야당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당 내에서도 "법안심사소위 일정 등을 문방위원들이 결정해야지 왜 원내수석부대표가 나서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임위 일정 결정 등은 양당 간사 합의로 진행돼 왔다. 결국 원내대표단의 '이례적' 개입의 결과가 '미디어렙 법 처리 방기'로 나타난 셈이다. 

 

손 대표 "문방위원들 그런 식으로 할 거면 그만두라"

 

미디어렙 법안이란?

 

미디어렙 법안은 올 해 말 출범하는 종합편성채널의 광고영업을 미디어렙(방송사 대신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미디어렙 법안을 통해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만일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을 하게 될 경우, 종교방송과 지역방송 등 중소방송사들은 광고시장에 밀려날 수밖에 없어 거대 방송사만이 방송시장에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광고를 얻기 위한 선정성 경쟁이 발생하고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만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상황을 보고 받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대노했다. 19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문방위원 연석회의에서 손 대표는 "KBS 수신료 처리 때문에 당이 얼마나 위기에 처했는데 또 이렇게 안이하게 대처하냐"고 문방위원들을 질타했다.

 

이어 손 대표는 "문방위원이라는 좋은 자리를 누리면서 일을 그런 식으로 할 거면 그만두라"며 "문방위 위원 인원수가 아무리 한나라당보다 적더라도 끝까지 싸워야지 자포자기하듯 하면 되겠냐, 미디어렙 법이 총선·대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아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손 대표가 버럭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질타의 강도는 셌다.

 

결국, 민주당 소속 문방위 위원들은 이 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8월 중에 미디어렙 법이 처리돼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전재희 문방위원장과 민주당 사이의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상황이 이렇게 일단락 된 듯하지만 손 대표의 '버럭'이 비단 문방위원들만을 향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방위 정상화에 합의해 준 원내대표 단을 향한 질책도 섞여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 측에서도 "원내대표단이 왜 합의해줬는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원내대표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이번만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지난 6월 원내대표단은 KBS 수신료 인상안 표결 처리에 합의해 당내 분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강택 위원장은 "민주당은 KBS 수신료 인상 표결 처리에 덜컥 합의해줬다가 곤욕을 치른 일을 벌써 잊었나보다"라며 "뒤늦게라도 '미디어렙 법 처리 일정'을 조건을 걸고 나선 건 다행스러운 부분이긴 하나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당 내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당 대표는 당 대표대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대로 따로 노는 느낌"이라며 "당을 관철하는 일관된 전략이 부재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수신료 인상 합의 때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는데 또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태그:#미디어렙 법, #민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