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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건강은 국가기밀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11월 9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수습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후 한 사무관이 대통령은 건강을 어떻게 챙기는지 질문하자 한 답변이다. 농담처럼 보이지만 모든 나라에서 최고 지도자 건강은 기밀이다.  

 

하지만 기밀이라도 우리나라 대통령 같은 경우 거의 매일 언론을 통해 노출되기 때문에 건강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알 수 있어 건강 자체에 대한 관심은 적다. 그런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다. 김 위원장 건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드러난 김 위원장 몸과 행동, 얼굴 색깔 따위를 통해 건강 이상 여부를 판단한다.

 

<조선> "김정일 건강은 '~된다면'"

 

 지난 2월 15일 '[70세 김정일] 북한 급변사태 '발등의 불'로 다가고 있다'기사에는 "만약 급사한다면","식물인간된다면", "서서히 악화된다면"는 소제목을 달았다.
지난 2월 15일 '[70세 김정일] 북한 급변사태 '발등의 불'로 다가고 있다'기사에는 "만약 급사한다면","식물인간된다면", "서서히 악화된다면"는 소제목을 달았다. ⓒ 조선일보

 

이런 김 위원장 건강에 유독 관심이 많은 언론이 <조선일보>다. 김 위원장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전문가 수준을 넘어 어떤 때는 '점쟁이' 같은 느낌마저 든다. 예를 들면 지난 2월 15일 '[70세 김정일] 북한 급변사태 '발등의 불'로 다가고 있다'제목 기사에서 "만약 급사한다면","식물인간된다면", "서서히 악화된다면"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소제목을 자세히 보면 "~된다면"이다. 아무리 북한이 폐쇄 국가이지만 김 위원장 건강을 된다면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올해 70세가 된 김정일의 건강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라고 하는 것은 '현실'보다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소설이다. 

 

"김정일 식물인간된다면"이 중국 전격 방문으로 

 

하지만 알듯이 석달 후 5월 21일 김 위원장은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그것도 8일 동안 기차로 6천km '대장정'이었다. 젊은이도 8일 동안 6천km를 달리는 것은 싶지 않다. 소설같은 <조선일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조선>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지난 7월 8일 '[Why] [뉴스 인사이드] 연극 보더니 갑자기 엉뚱한 지시 "김정일 치매 걸렸다" 소문 확산' 제목 기사에서 "최근 북한에서는 경희극(輕喜劇) '산울림'과 은하수 관현악단 관련 에피소드 때문에 "김정일이 치매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치매에 걸린 김 위원장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소문으로 끝날 것 같다. 바로 러시아를 전격 방문했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잘 할 수 없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길도 3800㎞라는 엄청난 거리다. 건강에 자신이 없다면 갈 수 없는 거리다.

 

그 동안 "~된다면", "치매걸렸다"는 소문 따위로 김 위원장 건강이 좋지 않다고 보도했던 <조선일보>로서는 머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살진 모습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정일 '똥배' 나왔네"

 

21일 <조선닷컴>은 '다시 뚱보된 김정일, 러시아 미녀들이 영접하자…' 제목 기사에서 "북한 김정일이 이른바 '똥배'를  되찾았다"며 "러시아 관료들의 영접을 받으며 특별열차에서 내린 김정일은 미모의 러시아 여인들로부터 러시아 전통방식에 따라 빵과 소금을 대접받았다"고 전했다.

 

 21일 <조선닷컴> 김정일 위원장이 '똥배'가 나왔다는 기사. 메인화면 기사 제목은 '똥배 되찾은 김정일, 러시아 미녀 영접에…'이다.
21일 <조선닷컴> 김정일 위원장이 '똥배'가 나왔다는 기사. 메인화면 기사 제목은 '똥배 되찾은 김정일, 러시아 미녀 영접에…'이다. ⓒ 조선닷컴

 

재미있는 점은 이 기사 <조선닷컴> 메인 화면 제목은 <똥배 되찾은 김정일, 러시아 미녀 영접에…>이었다. 제목만 보면 똥배 나온 김 위원장이 러시아 미녀들 영접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독자들이 읽을 수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

 

기사는 "김정일은 붉은색 카펫을 밟고 열차에서 내려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러시아 여성들이 준비한 빵을 맛보기도 했다", "전통의상 차림 여성들이 빵을 건네자 왼손으로 쟁반을 잡았다"이다. 즉 김 위원장은 러시아 여성들이 빵을 건네자 받아 먹었을 뿐이다.

 

<조선닷컴>은 아무르 현지 인터넷 매체 '포털 아무르'가 김 위원장 방문 사진을 실은 것을 전하면서 "김정일은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듬성듬성해진 머리였지만, 다시 배가 나오고 건강을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건강이상설(說)이 돌던 2008년 말에서 2009년 초반에 공개된 병색이 완연하고 옷이 헐렁할 정도로 살이 빠져 수척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된다면"으로 김 위원장이 얼마 살지 못할 것같다고 거의 '점쟁이'수준 보도를 했던 <조선일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배가 나오고 건강을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 건강에 대해 불과 6개월 만에 이렇게 다른 보도를 하는 <조선일보>를 보면서 참 씁쓸하다.

 

김 위원장이 아무리 못 마땅해도 건강을 점쟁이처럼 진단하면 또 다른 여론 왜곡이다.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요 책임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뷰에 실립니다


#김정일#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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