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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단에 위치한 모로코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우리의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로서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되어 빚어진 독특한 현지문화를 깊숙이 경험했다.'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이다. 기자 말

외국에서 집에 초대되면 항상 문 앞에서 고민하게 되는 게 '신발을 벗어야 할까 신어야 할까'이다. 우리는 기관장 아저씨네 댁에서 홈스테이를 했기 때문에 도착한 첫날부터 이 문제에 봉착했다. 모로코 가정에서는 카펫이 많이 깔려있다. 아저씨 댁에도 문을 열자마자 카펫이 깔려있어서 여쭤봤다.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해요, 신고 들어가야 해요?"

아저씨는 웃으시며 자기 집의 카펫은 새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고 들어 와도 된다고 하셨다. 보통 세탁은 한지 얼마 안 되거나 새로 산 카펫이 깔려있으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고, 그런 경우가 아니면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고 한다. 대신 카펫의 먼지 때문에 한 달 내내 집에 오래있는 날이면 콧물이며 기침이며 두루마리 휴지가 남아있을 날이 없었다. 햇빛이 쨍쨍한 날이며 집집 사이에 걸려있는 빨래한 카펫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페즈에 있던 카펫가게. 저 건물은 만들어 진지 천년도 넘었다고 한다.
 페즈에 있던 카펫가게. 저 건물은 만들어 진지 천년도 넘었다고 한다.
ⓒ SympaTIC Coree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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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네 댁은 1층이어서 우리가 더욱 동네아이들과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밥 먹고 자는 방에는 큰 창문이 있어서 항상 이웃 아이들이 그 창문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보곤 했다. 또한 주방 옆 세면대가 있는 곳에는 지붕이 없었다. 머리위의 하늘을 보고 걱정이 앞선 나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하늘이 뚫려있는데 비가 오면 어떻게 하세요?"

아저씨는 태연하게 답했다.

"아무것도 안 해요."

의외의 그 대답이 내게는 신선한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모로코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항상 '메쉬 무스키(아무 문제없어)!'라고 말한다. 이 말 한마디 속에 모로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비법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한 달 동안 이 하늘이 보이는 세면대 덕택에 나의 하루를 양치질 하면서 별을 보는 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아저씨네 집은 신발을 신고 들어가도 되는 반면에 종종 초대되었던 아저씨의 아버지 댁은 좋은 카펫이 깔려있어서 신발을 꼭 벗고 들어가야 했다. 집 곳곳에는 꾸란의 구절이 적혀있는 액자들이 걸려있었다. 아지즈 아저씨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이곳은 아지즈 아저씨와 독일에 있는 무하마드를 빼고 모든 가족이 살고 있었다. 지나가다 들를 때면 항상 아차이(모로코 아랍어로 '차'라는 뜻)라도 한잔 하고 가라며 권해주셨다.

아버님댁에서 모두가 두런두런 앉아서 차 한잔
 아버님댁에서 모두가 두런두런 앉아서 차 한잔
ⓒ SympaTIC Coree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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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는 차 문화가 발달되어있다. 식사를 할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항상 차가 빠지지 않는다. 가장 일반적으로 마시는 차는 녹차에 흑설탕을 넣은 굉장히 달콤한 맛의 차다. 이 차는 나나(민트)를 넣을 수도 있고, 안 넣을 수도 있는데 민트를 넣으면 시원하고 입안이 상쾌해진다. 보통 첫잔과 두 번째 잔은 따르고서 다시 주전자에 붓는다. 찻잔은 좁고 긴 모양이다. 화려한 찻잔은 갖가지 색상에 입이 닿는 부분이 금태로 꾸며져 있기도 하다.

차 따르기에 프로인 기관장 아저씨께서 차를 따르는 모습. 차에 거품이 많이 생길 수록 잘따르는 것이다.
 차 따르기에 프로인 기관장 아저씨께서 차를 따르는 모습. 차에 거품이 많이 생길 수록 잘따르는 것이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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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따르는 법 또한 한국과는 판이하다. 한국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따른다
면 모로코에서는 주전자를 최대한 들어서 줄기가 길게 따른다. 차에 거품이 많이 날수록 잘 따른 것이라고 한다.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꽤 기술이 필요하다. 차 따르기를 시도했다가 주전자가 너무 무거워서 팔 근육을 바르르 떨면서 겨우 한잔을 따랐던 기억이 난다. 이 민트차 외에도 우유에 설탕과 커피가루를 넣은 모로코 커피도 모로코 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기호음료이다.

 직접 아차이를 따라보았다. 쉬어보이지만 주전자가 무거워 팔이 떨린다.
 직접 아차이를 따라보았다. 쉬어보이지만 주전자가 무거워 팔이 떨린다.
ⓒ SympaTIC Coree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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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 설탕과 커피를 섞은 모로코식 커피
 우유와 설탕과 커피를 섞은 모로코식 커피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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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컴퓨터 교육 외에도 금요일마다 교육생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했다. 한 주는 한국의 차 문화를 설명하고 유자차, 녹차, 미숫가루를 맛보게 했다. 역시나 가장 달달한 유자차가 인기가 가장 많았다. 녹차를 맛본 교육생들은 단번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설탕을 찾았다. 모로코에서 지내면서 한국가면 웬만한 음식을 먹어도 단맛을 못 느낄까봐 걱정을 했을 정도로 차와 간식들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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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모로코의 차, #모로코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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