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눈물을 흘렸다. 수해로 사람이 죽어도 대놓고 흘리지 않던 눈물이었다. 오는 24일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3일 앞둔 21일 '조건부 시장 사퇴'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오 시장의 눈물에 대해 "아이들에게 '눈물밥'을 먹이자는 비정한 눈물"이라고 지적한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인 눈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꼼수' 눈물이란 비판이 나온다.
오세훈의 눈물, 영화제 대상감이네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21일 "밥 안 주면 우는 아이는 봤어도, 밥 못 주겠다면서 우는 어른은 처음 본다"고 꼬집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도 22일 오전 브리핑에서 "오 시장의 눈물 연기는 아카데미 영화제 대상감"이라면서 "눈물을 흘리고 울어야 한다면 밥을 뺏기게 될 우리 아이들이 울어야지, 아이들 밥 뺏겠다고 나선 어른 시장이 웬 난데없는 눈물 바람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번 주민투표 논란에서 오 시장의 눈물은 있어도 '아이들의 눈물'은 빠졌다. 아래는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이 연 '친환경 무상급식 한마당'에 출품한 서울 ○○초등학교 4학년 오 아무개 학생이 쓴 시다.
"가난하다고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할머니도 울고/ 나도 울었는데// 무상급식아! 고마워/ 우리 집 도와줘서// 아침밥 안 먹고/ 급식만 기다리는/ 내 마음 아니?// (중략) 골고루 잘 먹을게, 쑥쑥 자랄게/ 모두 모두 감사해."
저소득층인 이 아이는 이번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돈 안내고 급식을 먹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상급식'과 '차별급식을 통한 무료 급식'은 이 아이에겐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과 상관없이 차별급식이 부르는 눈물 밥을 숨기려는 꼼수들이 주민투표를 앞두고 판을 치고 있다.
오 시장과 같은 주장을 하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830만 서울시민에게 보낸 주민투표 공보물도 이런 경우다. 이들은 공보물에 다음 내용을 실었다.
"단계적 무상급식 한다고 왕따 당하는 일, 결코 없습니다.(급식 지원은) 이미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처리되고 있어서 누가 무상급식을 받는지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릅니다."차별급식을 하더라도 '왕따'로 눈물 흘리는 아이들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급식 지원은 주민자치센터가 아닌 학교에서 처리되기에 누가 무상급식을 받는지 친구들도 선생님도 알고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증언이다.
설혹 급식 지원 절차를 주민자치센터가 맡는 낙인감방지법이 통과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교사들의 분석이다. 결국 급식비는 교육청과 학교예산에서 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누가 급식 지원을 받는지 알 사람은 다 알게 된다는 것이다.
'눈물'을 무기로 내세운 오세훈, 못 봐주겠네이는 주민자치센터가 맡고 있는 저소득층 유치원비 지원 사업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양정인 전교조 전 유치원위원회 부위원장은 "수업료와 급식비 등을 낼 때마다 저소득층 학부모는 '아이 즐거운 카드'를 행정실에 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원 사실이 드러난다"면서 "학부모들도 누가 지원을 받는지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고3 아들을 둔 공아무개씨는 "한 부모 자녀인데다 단돈 몇 만 원이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두 아들을 초중고에 보내면서 급식 지원을 단 한 번도 신청해본 적이 없다"면서 "없는 사람들은 아이들 가슴에 멍이 들까봐 눈칫밥을 주는 지원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급식 지원은 아이와 학부모에게 눈물밥과 눈칫밥을 먹게 하고 있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의 말마따나 '거지 근성'을 가진 아이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며칠 전 트위터에서 진중권씨는 최 회장의 '무상급식=거지근성' 발언을 빗대 '귀뚜라미 새 광고'를 제안하기도 했다.
"여보, 아버님 방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
"안 돼. 그럼 아버님 '거지근성'만 키워드려."어른들도 이런 놀림감이 되는데 아이들의 눈물밥은 더 하지 않겠는가. 이 아이들의 눈물밥을 웃음밥으로 만들기 위한 게 무상급식이다.
그런데 이 무상급식을 반대하기 위해 어른 시장이 눈물을 무기로 내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눈물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시들어가는 아이들의 자신감을 다시 한 번 죽이는 비정한 눈물이다. 바로 '악어의 눈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