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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 겉그림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 겉그림
ⓒ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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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몇 년 동안 중동 지역에 나갔다가 돌아온 한 친구가 아랍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것은 그곳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아랍인 가정에 초대받아 가서 식사를 하는 동안 끙끙댔다는 이른바 '꿀꿀꿀' 이야기.
우리 표현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음식을 차린 그들은 그에게 음식을 권하며 "꿀~~! 꿀~~!" 하더란다. 잘못 들었나? 무슨 말일까? 귀를 쫑긋거리며 듣고 들어도 들리는 소리는 '꿀 꿀 꿀' 소리뿐이었다나.

아랍·이슬람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혐오하는 정도는 이미 들어 알고 있던 터라,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할 작정으로 초대해 놀리는 것은 아닌가 등, 도무지 그들의 꿍꿍이를 알 수 없어 만감이 복잡하게 교차하더란다. 그곳 회사를 다니는 동안 종종 만나 협력해야 할 존재인지라 생각이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었던 것. 어떤 음식인지 도무지 맛을 느낄 수 없었음은 물론이었고.

아랍인은 손님 초대를 좋아한다. 아랍 친구의 초대를 받아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때 신기했던 한 가지는, 식탁에 앉으니 친구들이 필자를 보며 '꿀꿀꿀'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아니 왜 친구들이 식탁에서 돼지 소리를 내는 걸까? 그러나 기분 나빠할 것은 없다. 아랍어로 '쿨'은 '먹다'라는 명령어이다. 그래서 아립인의 식탁에 앉으면 "어서 드세요"의 아랍어인 "쿨, 타파달"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그외에 아랍 친구의 집에 놀러가면 어김없이 듣는 말로 "바이티 바이티카"가 있다. 이는 내 집이 곧 당신 집"이니 편하게 머물라는 말이다. -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

아랍·이슬람의 전통 및 종교·정치·문화·풍습·역사 등을 그들의 음식과 음식문화를 통해 들려주는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도서출판 한울 펴냄)와 같은 책을 그 친구가 먼저 읽었다면 사정은 많이 달라졌으리라.

최소한 음식을 대접한다고 불러놓고 저희들끼리 웃으며 손님들에게 "꿀꿀"하는 그들의 속셈을 몰라 얼굴 붉히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은 결코 없었으리라.

책에 의하면, 아랍인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이슬람교 교리에서는 과식을 경계하며 배가 부르기 직전까지만 먹는 것을 권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내 집에 온 손님을 어떻게 대접하는가'는 명예와 관련된 문제인지라 일단 풍성하게 차리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의 초대를 선뜻 거절해 버리면 경우에 따라 커다란 오해를 낳기도 한단다. 초대에 어떻게 응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아랍인)과의 관계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놀랄 만한 사실은 이슬람의 할랄 시장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무슬림 수의 증가와 그들의 경제적  향상을 들 수 있다. 현재 할랄 음식시장은 연간 6500억 달러에 달하며 전 세계 음식시장의 약 16%를 차지한다. 또한 할랄 시장은 음식문화를 뛰어넘어 금융, 의학, 패션과 관광 산업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15년 내 전 세계 인구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슬림 수를 감안하여 할랄 시장은 다국적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 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이 다양한 지역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이 지역을 공략해도 신세대 무슬림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의 문화코드와 마음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상적인 수준에서 이슬람법에 부합되는 음식의 수출만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

좀 더 설명하면, 이슬람교에서는 음식을 신이 인간에게 먹을 수 있게 허용한 음식을 '할랄', 그렇지 않은 음식은 '하람', 금지하지는 않지만 권장하지 않는 음식 '마크루'를 규정,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음식만을 섭취하라고 권한다.

우리가 왜 아랍 이슬람에 대해 알아야 하는지, 그것도 왜 그들의 음식 혹은 음식문화를 통해 알아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부분이다. 아랍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그들의 음식을 잘 알고 그것을 현명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차세대 세계 시장의 흐름을 바꿀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이슬람교가 아랍의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은? '할랄'에는 어떤 것이 있고 '하람'은 무엇? 아랍인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싫어할까?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 지켜야 할 것이나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은?

중동·아프리카 전문가로 그동안 <이슬람의 결혼문화와 젠더> <무슬림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상생활 속에 숨겨진 아랍·무슬림 문화코드 읽기> 등과 같은 아랍 문화 관련 책들을 써온 저자 엄익란은 '이슬람교가 만들어낸 아랍인의 음식문화',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아랍인의 음식문화', ''따로 또 같은' 아랍 각 지역 음식과 문화'로 나눠 아랍·이슬람의 많은 부분들을 들려준다.

①음식과 이를 섭취하는 방식에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문화적·역사적·종교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은 특정지역 문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②음식은 특정 지역 문화의 특징을 반영한다. 이것은 음식이 한 지역의 전통 및 관습, 과거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③음식은 특정 지역의 사회변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한 지역의 음식재료와 조리법의 변화는 타 문화와의 교류사를 보여주며…. ④음식은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한 지역의 음식에 대한 이해는 그 지역의 생활방식의 다양한 패턴과 그 변화를 반영한….
―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 중

우리는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지금까지 아랍 이슬람지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석유, 이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파워게임, 테러, 전쟁, 이슬람교라는 이슈에만 집중되어 왔지만 이런 주제들만으로 접근하기에는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다'며 음식을 통해 아랍 이슬람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이처럼 설명한다.

아랍·이슬람에 대한 이해만이 아닌, 세계 다른 지역의 문화를 알아가는 데도 이 4가지 이유를 염두에 두고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문화에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그냥 이런 이유들을 염두에 두지 않고 '모르는 것을 알고자'의 욕심만으로 읽어도 흥미로운 책이다.

한식의 무슬림 시장 진출 가능성
한류바람을 타고 이제 한식에도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한국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가 학계와 민간 부문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만일 우리의 음식이 무슬림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우리의 국가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무슬림 인구수를 감안할 때, 그것도 중산층의 소비력을 갖춘 신세대 무슬림을 고려한다면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다.  무슬림의 잠재성을 의식하듯 무슬림 할랄 시장은 2010년 현재 약 55억 유로로 추정된다(<연합뉴스> 2010년 4월 5일자). 그래서 선진국들은 진작부터 무슬림 할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맥도널드에서는 소비력 있는 중산층 무슬림을 공략하기 위해 할랄 치킨너넷을 출시했으며, 프랑스에서는 무알콜 샴페인과 할랄 푸아그라를 만들어 무슬림 미식가들의 입맛을 우혹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우리도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기 위헤서 그들의 문화코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틈새시장에서 승산이 있다. 만일 우리의 효자 수출품인 라면을 만들 때 이슬람식으로 도축된 소와 닭고기의 국물로 분말스프를 만든다면, 또 화장품을 수출할 때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한방식물성을 전략적으로 홍보한다면 무슬림  시장에서의 성공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에서

※한식 알리기, 음식 관련 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임에 별도 인용하였습니다.
덧붙이면,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랍 이슬람에 대한 적지 않은 편견이 있었다. 그동안 테러와 전쟁, 최근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빈 라덴과 같은 테러범과 카다피 같은 독재자들 관련 보도 등, 결코 유쾌할 수 없는 것들로 아랍 이슬람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지라 최근 아랍 이슬람에 대한 책이 심심찮게 나올 때마다 그 책들을 들었다 읽는 것을 포기하고 놓곤 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아랍 이슬람의 입지가 점차 강해지고 있음에 그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워낙 독특하고 낯선 그들의 문화인데다가 이런 편견이 책 읽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란 다소 독특한 제목의 이 책은 왠지 그들을 좀 더 쉽게 알려줄 것 같았다. 역시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아랍과 무슬림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들이 많구나. 지나친 편견을 가졌었구나를 시작으로 이들 지역에 한번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의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떤 것들을 주로 다룰까? 간략하게 소개한다.

▲ 아랍의 식탁은 남녀가 유별하다 ▲ 빵과 맥주, 유제품, 커피, 아이스크림은 아랍에서 탄생했다? ▲ 유대인들은 고기와 유제품을 절대 함께 먹지 않는다 ▲ 한국 거주 무슬림은 약 14만 명, 한국인 무슬림은 3만 5000명 ▲ 아랍인들의 양 한마리 요리에 담긴 뜻은? ▲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속 '열려라 참깨'는 '이프타흐 야 씸씸', 왜 하필 참깨? ▲ 아랍인들에게 쌀밥 먹는 우리는 매우 불쌍한 사람들 ▲ 이슬람은 왜 돼지고기를 혐오할까? ▲ 우리의 '설날'과 무슬림의 라마단이 비슷? 무엇이? ▲ 이슬람이 술을 금지하는 이유는? ▲ 무슬림에게 개와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은…▲ 이스라엘의 맥도널드에서는 치즈버거를 팔지 않는다. ▲ 무슬림의 크로와상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 아랍인의 커피는 커피 그 이상? ▲ 아랍인들은 낙타 꿈을 꾸면 복권을 산다? ▲ 아랍인들은 빵을 특별 예우? 등이다.

덧붙이는 글 |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엄익란 씀. 도서출판 한울. 2011. 19000원)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 (반양장) - 아랍음식과 문화코드 탐험

엄익란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1)


태그:#아랍·이슬람, #무슬림, #할랄·하람, #라마단,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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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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