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번 수요일이 주민 투표일입니다. 주민이면 당연히 참여해야 할 투표입니다. 그런데 정치논쟁의 핵심은 주민투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양자택일의 문제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주 저급한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틀에서 누가 도대체 국민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일까요? 자기의견을 명백히 표시하는 민주사회에서 우리가 투표하고 결정하는 것이 국민과 시민의 용기이자 권리입니다." - 21일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 설교

"북한 노동당의 2중대는 민노당이고 민노당의 2중대는 민주당이고 민주당의 2중대는 한나라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차기에는 반공 사상이 투철한 당을 만들어 지지해야 되고 반공사상이 투철한 사람을 국회에 보내야 하고 무엇보다 반공사상, 국가관이 투철하고 용기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합니다." - 21일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설교

김지철 목사와 김홍도 목사 설교 중 일부분이다. 목사에게 설교란 참 부담스럽다.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면 일주일에 적어도 8번은 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목사들 설교를 도둑질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부분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목사에 따라 다르지만 설교 시간에 정치와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를 반대하거나 반대로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둘 다 틀린 것은 아니다. 자기 설교 철학에 맞게 하면 된다.

소망교회 장로(이명박)와 목사(김지철), 주민투표 독려?

소망교회 전경. 예수님은 세상권력과 손잡지 않았다. 그런데 소망교회는 대한민국 권력자들이 많아 권력심장부처럼 보인다.
 소망교회 전경. 예수님은 세상권력과 손잡지 않았다. 그런데 소망교회는 대한민국 권력자들이 많아 권력심장부처럼 보인다.
ⓒ 소망교회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설교가 특정 정당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안 된다. 선거법을 따지기에 앞서 그것은 설교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투표를 3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 목사가 투표 적극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주민투표법과 설교 목적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 주민투표법 28조 5항에는 "직업과 종교 등 특수관계와 지위를 이용하여 주민투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로인 이 대통령도 주민투표가 잘되면 좋겠다는 뜻의 발언을 했었다.

"대통령은 이번 무상급식 투표 결과를 망국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계속되느냐, 아니면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길로 갈 수 있느냐를 판단하게 될 중요한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이번 투표에서 여당이 서울시와 힘을 합쳐 어떻게든 이겨줬으면 하는 희망을 강하게 갖고 있다." - <조선일보> 12일자 기사 <李대통령 "무상급식 투표 꼭 이겨야 한다">

대통령이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러므로 이 대통령과 김지철 목사는 선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부인했으니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을 리가(?)가 없고, 김 목사 설교 내용도 강남구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설교 중 주민투표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김 목사가)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며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내부에 이미 보고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역시 소망교회는 대한민국 권력 심장부다.

대한민국 권력심장부 소망교회...예수는 권력과 손잡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은 소망교회 '장로'이고, '어뤈지'로 이름을 날렸던 이경숙 대통령 인수위원장은 권사였다. 그리고 '형님예산'으로 더 유명한,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부자감세'를 기획하고 MB 정부 경제정책을 주도한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도 이 교회에 다녔거나 다니고 있다.

그 외 이 교회를 다니는 정재계 인사들로는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효계 숭실대 총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인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김신배 SK 텔레콤 사장, 김광석 참존화장품 회장, 최규완 전 삼성의료원장, 정문술 벤처농업대 학장, 김일주 전 의원이 있다 - <국민일보> 2007년 12월 26일자 <소망교회,李 정부 인재풀 부상―당선자 가족 출석… 강만수·박태준·정몽준 등 유력인사 많아>

웬만한 사람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니 소망교회 목사가 주민투표법에 위배하는 설교를 해도 선관위가 '위법성을 찾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문제는 권력자들이 지배하는 이런 교회에 과연 예수님이 자리할 공간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로 오셨을 뿐만 아니라 권력자들과 만난 것이 아니라 고아와 과부와 창녀와 세리를 만났을 뿐이다.

세상 권력에 심취해 예수 정신을 잃어버렸으니 세상법을 어기면서도 당당하게 설교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오만함과 교만함은 화려했던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졌듯이 무너질 것임을.

김홍도 목사는 8월 21일 주일 '한국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이라는 제목설교에서 "반공사상, 국가관이 투철하고 용기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도 목사는 8월 21일 주일 '한국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이라는 제목설교에서 "반공사상, 국가관이 투철하고 용기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란교회

관련사진보기


김홍도 목사 "친미반공정신 투철한 자가 차기 대통령 되어야"

그리고 김홍도 목사 설교다. 금란교회 누리집에 들어가 설교문 전체를 자세히 읽었다. 단호하게 말하건대 그것은 설교가 아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설교가 아니라 극우세력의 정치선동에 불과함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김 목사는 설교에서 다음 대통령 조건으로 '반공사상과 투철한 국가관', '친미 사상'을 가져야 한다며 "종북(從北)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반미(反美)사상을 가진 사람들이고 국부 이승만을 증오하기" 때문에 "차기에는 반공 친미의 사상을 가진 사람이 국회에도 들어가고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우선 반공 보수당이 창당되어야지 좌편향된 한나라당 가지고는 안 됩니다"라고 했다.

선거 때만 되면 장로와 기독교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장로 대통령(이승만, 김영삼, 이명박)이 제대로 한 적이 있나. 민주주의를 파탄내고, 경제를 파탄냈다. 그런데 또 기독교인 대통령을 바라는가. 정말 다음 대통령은 기독교인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 더 낫다.

그의 설교문 중에는 "아태문제 연구소 상임이사의 말에 의하면 50년 동안 남침 땅굴을 파 온 것이 서울을 지나 수원, 부산까지 내려와 있고 남침 특수부대요원 20만 명이 남한 군복 30만 벌과 민간인복을 준비하고 명령만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명령이 떨어지면, 주요 군부대와 방송국, 중요한 정부기관을 점령하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도 했다.

북한에 판 땅굴이 부산까지 내려왔다니 말도 안 되는 것을 설교에서 했다. 설교를 빙자한 극우선동과 거짓말로 설교를 모독한 것이다. 그런데도 떳떳하고 당당하고 선한 목자인 양 행사하고 있다. 부끄러움조차 없는 것이다.

며칠 사이 대형교회 목사들이 무상급식 투표 독려 설교를 하고,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물리쳐야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개독교'라는 조롱과 비난이 몇 곱절은 더하게 되었다. 이는 고난도 아니요, 순교도 아니다. 부끄러운 일이다. 더 이상 설교 모독하지 말고, 오직 진실만을 선포해야 한다. 그게 목숨 내놓고 사는 목사가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뷰에 실립니다.



태그:#소망교회, #김지철, #금란교회, #김홍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