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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오미마을 전경. 지리산 자락 명당 터에 자리잡고 있다.
 구례 오미마을 전경. 지리산 자락 명당 터에 자리잡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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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따라 간다. 스치는 바람에 가을이 묻어난다. 지리산은 짙은 녹색이다. 강물에선 여유가 묻어난다. 강변 양지엔 갖가지 야생화가 흐드러졌다. 비탈길 야트막한 돌담에 배롱나무 꽃도 피었다.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구만들이다. 뭉게구름 사이로 뚫고 나온 한낮의 햇살이 왼편 왕시루봉에 꽂혀 있다. 넉넉한 지리산의 품이 더 넓게 보인다.

그 능선의 지맥이 닿는 곳에 조선시대 전통 양반가옥인 운조루(雲鳥樓)가 있다.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소문 나 있는 곳이다. 금환낙지(金環落地), 금귀몰니(金龜沒泥)의 길지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 '타인능해(他人能解)'의 나눔정신 하나로도 충분히 귀하다. 지금도 전해지는 운조루 나무 쌀독에는 '타인능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누구든지 쌀을 퍼가도 된다'는 뜻이다.

운조루 앞에 곡전재(穀田齋)도 있다. 200년도 넘은 옛집이다. 전통한옥을 체험하며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민박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진한 감동과 함께 오래도록 남을 추억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오미마을 가는 길. 지리산 자락 운조루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오미마을 가는 길. 지리산 자락 운조루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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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조루. 옛 사람의 나눔정신을 엿볼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운조루. 옛 사람의 나눔정신을 엿볼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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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는 이렇게 예부터 내려온 명당 터다. 오래 된 전통의 한옥이 있고 지리산과 섬진강이 풀어놓은 자연경관도 빼어나다.

하지만 그것은 한낱 '구슬'에 불과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이것들을 꿰어 보배로 만들어 준 게 있다. '행복마을' 사업이다. 행복마을은 6년 전부터 전라남도가 추진해 온 특색사업이다.

골칫거리가 된 우리 농어촌을 누구나 살고 싶은 지역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마을을 가꿔 젊은이들이 고향을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대처로 나갔던 형제·자매들도 다시 불러들여 함께 살자는 마음도 담고 있다.

오미마을 한옥. 지리산 풍광과 잘 어우러져 있다.
 오미마을 한옥. 지리산 풍광과 잘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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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마을 한옥. 예스러움을 살려 멋스럽다.
 오미마을 한옥. 예스러움을 살려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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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리의 행복마을 추진은 1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2009년 시작됐다. 행복마을 사업 대상지역으로 확정되자 상·하수도를 놓고 마을길을 고치고 도랑을 넓히는 등 기반시설은 전남도와 구례군이 맡았다.

주민들은 쌈짓돈을 털고 지원된 지방비를 보태 한옥을 지었다. 벌써 24동을 완공하고 5동은 현재 짓고 있다. 막무가내로 짓지도 않았다. 지리산 자락 아래 옛집과 어우러지도록 풍광을 고려했다.

그 결과 마을이 달라졌다. 3년 전까지 산골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마을이 '살기 좋은 마을'로 바뀌었다. 일자리를 찾아 대처로 나갔던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땅만 내주면 들어와 집을 짓고 살겠다는 외지인들도 줄을 섰다. 한옥을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행복마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집을 지어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습니다. 땅을 보러 오는 외지인도 많고…. 덩달아 땅값도 많이 올랐죠."

오미 행복마을 조성에 앞장서 온 이병주(57) 추진위원장의 얘기다. 주민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새로 지은 한옥에 하룻밤 묵을 손님을 받으면서 가욋돈이 생겨난 것이다. 올 여름 한 철에만 가구당 200만∼300만원씩 챙겼다.

주민들 사이도 믿음으로 돈독해졌다. 잦은 모임과 교육을 통해 주민의식도 높아졌다. 마을을 위하는 일이라면 너나없이 발 벗고 나서는 것도 행복마을 추진 이후 달라진 풍속도다.

오미마을 전경. 한옥이 집단으로 모여 있다.
 오미마을 전경. 한옥이 집단으로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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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마을 전경. 마을 앞으로 개울이 흐른다.
 오미마을 전경. 마을 앞으로 개울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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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전라남도는 앞으로도 98억 원을 더 들여 행복마을 사업을 펼친다. 이리저리 뻗어있는 전선을 땅 아래로 묻는 지중화사업을 하고 소공원 조성, 다목적 마을회관 건립, 안길 담장 정비 등을 추진한다.

주민소득 기반을 다지기 위해 유물전시관과 수영장, 공용주차장도 만든다. 생태숲 탐방로, 풍수 체험시설, 도·농 교류센터, 공동판매장 등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오미마을을 '활기 넘치는 마을, 다시 찾는 휴양마을'로 만든다는 게 전남도의 방침이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농수산물 값마저 떨어져 어렵사리 버티고 있는 우리 농어촌에서 행복마을 사업이 농어촌 살리기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오미마을 전경. 지리산과 섬진강이 풀어놓은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오미마을 전경. 지리산과 섬진강이 풀어놓은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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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미마을, #오미행복마을, #행복마을, #구례, #운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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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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