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도마복음 해설서'가 나왔다. 박세당의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박세당 저, 모시는사람들 펴냄)라는 책이 그것이다. 몇 해 전에 펴냈던 김용옥 교수의 <도올의 도마복음이야기1·2·3>이나 얼마 전에 펴낸 오강남 교수의 <또 다른 예수>와는 색다른 시선을 던져주고 있다. 박세당은 도올이 동양사사상에 빗댄 자기식견으로 도마복음서를 해설했다면, 오강남 교수는 종교 다원주의에 입각한 짬짜면식 해설서라고 꼬집는다.
그런 비판에 견줄만한 그의 독특한 해설은 뭘까? 그는 114개의 예수 말씀을 동양사상에 비추어 해석하거나, 다른 종교의 경전에 담겨 있는 유사한 구절을 빗대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도올의 해설서를 완전 배제한 것도 아니다. 많은 부분에서 그의 해석을 인용하지만, 날카로운 비판을 곁들인다. 무엇보다도 참신한 것은 행간의 흐름을 읽어주는 게 탁월하고, 송창식이나 박노해의 노래와 시를 빗댄 세련미도 돋보인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신약성경의 4복음서에 나온 예수의 어록들을 빗대어 풀어내지 못한 게 그것이다. 도올도 도마복음서의 발견이야말로 '역사적 예수의 현존'과 '성서 자체의 이해'를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자료라고 간주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신약성서의 4복음서에 담겨 있는 예수의 어록들과 도마복음서의 예수 어록을 비교하여 풀이했어야 할 것이다. 그게 없는 게 치명적인 한계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도마복음서가 4복음서에 담겨 있는 내용과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지만, 기독교계에 환영받는 것도 아니다. 외경으로 분류돼 있고, 초기 기독교사에 영지주의 흐름 속에 있는 책으로 이단시된 까닭이다. 더욱이 도마복음서는 종말이나 내세에 대한 강조가 거의 없고, 절대자에 대한 의탁보다는 자력구원의 빛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출판된 박옥수의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도 그런 흐름을 뒤쫓는 경향이다.
"도마 복음서 전체를 통하여 가장 흥미롭고 난해하며 그래서 또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장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도올이 이 부분을 해설할지에 대하여 대단히 궁금하였기 때문에 이 책을 출간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올이 직접 해설한 이 장의 해설 부분이 나올 때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장에 대한 도올의 해설을 읽은 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 도올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섰던 것이다."(112쪽)이는 도마복음 제 13장의 내용을 해설한 부분이다. 도마복음 제 13장은 예수님이 제자들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보라는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시몬 베드로는 의로운 천사로, 마태는 현명한 철학자로, 도마는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말을 하게 된다. 그 내용을 두고 그는, 도올이 '도덕경'의 '道可道 非常道'(도가도 비상도)를 끄집어 와서, 노자를 앉혀 놓았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인다.
"…도마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저는 지금까지 선생님의 말씀을 쭉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가르침은 우리 유대인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선민주의와 아담과 이브의 원죄 의식, 모세 오경 등과는 아주 다른 혁명적인 새로운 내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대식으로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제자들은 선생님을 예언자나 선지자 또는 천사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제가 이 자리에서 내가 이해한 것들을 공개적으로 말해 버리고 선생님이 그것을 공개적으로 제 말이 맞다고 인정해 버린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120쪽)치과의사에다 천부경과 노자와 중용과 대학을 연구한 그, 고등학교 때까지는 교회에 출석했지만 예수와 정신적인 교감만 현재 유지하고 있다는 그, 그리하여 동양의 생명사상을 전하는 도덕경과 중용과 대학을 하나의 경전으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는 그, 그가 전해주는 도마복음 해설서의 독특한 시각을 맛볼 수 있기 바란다.
아울러 도마복음이 외경으로 분류될 만한 내용은 무엇인지, 문서편집설을 내세우는 유럽신학자들의 Q자료와 중복된 도마복음의 어록은 또 무엇인지, 예수님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그 원형은 또 무엇인지, 신약성서의 4복음서와는 어떤 부분들이 빗나가 있는지 등, 그의 해설서를 두고 깊이 있게 비교하여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