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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서 오래 머무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나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고향이라면 말이죠. 시간이 흐를수록, 삶이 많은 변수에 흔들릴수록 한 공간에 쭉 지내기란 어렵습니다. 자주 옮겨다니다보니 그 공간 주위로 누구를 만날 일도 없고, 만날 필요도 없어지는. 사실상 바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지역 사회'란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반면 한곳에서 쭉 오래산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까요? 지금 소개해드리는 이분같이 '지역사회'를 만들어나가고 향유하는 경험들이 낯선 일은 아니게 될 것입니다. 서울 영등포에서 태어날 적부터 지금까지 45년간 살면서 주부로, 학부모로, 활동가로 활발하게 지역사회에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영등포구민' 김현숙씨(45)를 소개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영등포를 떠난 적 없어

 

영등포구의 한 귀퉁이에서 보습학원과 피아노교습 등을 하며 '선생님'으로 불린다는 김씨는 1967년 태어날 때부터 한 번도 영등포를 떠난 적이 없었던 진정한 '영등포 토박이'입니다. 왜 영등포가 좋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러게. 왜 난 영등포가 편하지?"라며 난감한 웃음을 짓는 김씨. 마치 '어린 장금이'가 "그냥 홍시 맛이 나 홍시 맛이라고 하는데 왜냐고 물으시면"하고 대답한 것이 생각이 나 순간 멋쩍어졌습니다.

 

김씨에게 영등포는 "떠나서도 떠날 수가 없고, 잊을 수도 없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모든 삶이 오롯이 녹아있고, 시댁과 친정을 비롯해 가족들과 친구들, 이웃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 김씨는 "이쪽 사람들은 다른 지역같지 않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 같은 게 있고, 영등포라는 동네는 교통과 접근성이 상당히 좋다"며 "떠날 필요가 없었"던, 영등포만의 매력을 설명합니다.

 

학부모의 이름으로, 시민의 이름으로

 

"정치중심지 여의도도 있고, 문래동 공장지대도 있고, 문화예술촌도 있다"는 '다채로운 색깔'의 도시 영등포에서 김씨는 오랜 기간만큼이나 지역사회에 활발히 참여해왔습니다. 어릴때부터 팔방미인같은 그녀 만의 카리스마와 친화력을 기반으로 "영등포를 주름잡았다"는 김씨. 그녀는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지역사회의 '학부모회' 등에 활발히 참여해 '학부모회장'등을 역임하며 어머니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기도 하고, 지역 시장 등에 필요한 요소들을 기획해 구청에 건의를 넣어보기도 하는 적극적인 활동가입니다.

 

얼마 전 하자센터 신관 1층에서 열린 '달시장 지역 주민 티타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는데요.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하자센터 기획2팀 관계자는 "30여분 만에 십수 개의 아이디어를 주셨다"며 "달시장에서 함께 일하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분이다"고 놀라워했습니다.

 

최근 김씨는 영등포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린봉사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사춘기 아이들이 기껏 봉사를 가면 별다른 배움도 없이 청소나 잡초 뽑기, 혹은 멀뚱히 서 있는, 이런 것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참 예민하고 어딘가에 가는 걸 낯설어할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지역 봉사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지역 어머니들과 함께 아이들을 참여시켜 좀 더 재미있게 봉사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그린봉사단'을 기획해 매주 4~5일씩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씨는 이를 통해 "아이들도 보다 더 봉사를 재밌게 하고, 어머니들도 이를 계기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지역이 좀 더 깨끗해졌으면

 

앞으로도 영등포와 함께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싶다는 김씨는 "보다 더 영등포가 클린해지는 게 바람"이라고 말합니다. 김씨는 "요즘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영등포는 너무 환경적으로도 공장지대고, 중화학지역인 경우가 많다"며 "이미지가 바뀌어 클린한 영등포, 깨끗한 영등포가 될 수 있게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김씨는 가끔 "괜히 해가지고 후회된다고 푸념할 때도 있다"고 하지만 영등포를 위해 다양한 사회참여를 지속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거 하면 좋겠다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편"이라는 김씨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적으로나 인적으로나 감동을 주는 게 정말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자신의 오늘을 꽤 행복해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지역'이란 발견하기 힘든, 미약하게 호흡하는 '인큐베이팅' 대상인지도 모릅니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 된지 15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사는 동네 보다는 '서울', 혹은 '한국'을 첫 번째 공간의 기준으로 많은 이들이 '시민'이나 '국민'으로 자신을 호칭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김씨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앞으로 우리의 지역 문화도 보다 더 리얼해지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 '우리 동네'라는 커뮤니티는 사라진 과거의 추억일 뿐일까요? 여기, 45년 동안 '영등포구민' 김현숙씨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http://dalsijang.tistory.com/)에서 발행한 영등포 지역주민 인터뷰입니다. 달시장 블로그는 정기적인 공유를 통해 오마이뉴스의 많은 독자들과도 예술가, 지역주민, 사회적기업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김현숙#지역#영등포#하자센터#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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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우진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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