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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중동 방송의 광고 약탈을 막을 미디어렙법 입법을 요구하며 2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조중동 신문의 약탈적 광고 영업 행위를 그대로 답습할 조중동 방송을 반드시 미디어렙에 위탁시켜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구하기 위해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뉴스 코퍼레이션의 지배주주이자 CEO인 루퍼트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의 지배주주이자 CEO인 루퍼트 머독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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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방송 하면 떠오르는 게 미국의 폭스(Fox) 네트워크다. 폭스 네트워크는 후발주자임에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방송사가 되었다. 폭스 네트워크의 소유주는 황색 저널리즘과 우익 편향 보도로 항상 논란이 되어 왔으며 최근 영국에서 부도덕한 해킹 스캔들로 고개를 숙여야 했던 루퍼트 머독이다.

머독은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의 지배주주이자 CEO이고, 폭스 네트워크는 뉴스 코퍼레이션의 일부인 폭스 엔터테인먼트 그룹에서 소유하고 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세계에서 둘째가는 다국적 미디어그룹인데 폭스 네트워크 외에도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수많은 신문, 잡지, 영화사, 위성방송, 케이블 등을 거느리고 있는 언론재벌이다.

폭스 네트워크에 소속된 TV방송국들은 폭스 뉴스 채널이 제작하는 뉴스를 내보내는데, 뉴스보도의 와중에 교묘하게 보수적인 관점과 주장을 섞어서 내보냄으로써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공익적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오락 프로그램에 치중한다는 비판, 방송에 부적절한 저질스러운 표현이 다른 네트워크 방송사들에 비해 많다는 비판 등이 제기되었다. 막대한 자본력과 함께 공익을 무시하고 시청률만 올리겠다는 몰염치한 황색 저널리즘 정신이 폭스 네트워크가 영향력을 확대한 배경이다.

기자에서 도둑으로... 폭스에 절대 발들이지 마라

폭스 네트워크의 문제는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광고주와의 결탁을 통해 노골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한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사례 하나만 소개한다.

1996년 폭스 네트워크 소유의 플로리다 WTVT 방송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방송국은 에미상 수상자이며 끈질기고 대담한 취재로 유명한 스티브 윌슨과 제인 에이커 부부 기자팀을 영입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부부 기자팀의 첫 번째 작품은 인공합성 성장호르몬을 맞은 젖소에게서 생산된 우유 속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음을 폭로하는 4부작 심층 다큐멘터리였다.

다큐멘터리 방영을 불과 며칠 앞두고 방송국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시청자들은 잔뜩 기대를 부풀리고 있던 때, 세계 굴지의 농업분야 다국적 기업이며 특히 유전자 조작 종자 분야의 선두주자인 몬산토(Monsanto)사에서 보낸 편지가 폭스 뉴스 사장에게 도착했다. 이후 갑자기 방송국 간부들은 다큐멘터리의 방영을 뒤로 미루고 윌슨과 에이커 기자에게 내용수정을 요구했다.

몬산토사는 과거엔 고엽제와 제초제, 다이옥신을 생산하며 이것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했던 회사로, 80년대 이후 유전자조작 식품개발에 주력한 회사다. 우유생산량을 높여준다는 소의 인공합성 성장호르몬 '포실락'을 개발한 곳이 바로 이 몬산토다. 몬산토는 조작된 데이터와 로비로 '포실락'을 FDA에서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이것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던 것이다.

윌슨과 에이커의 다큐멘터리는 무려 일흔 번이 넘는 수정작업이 이루어졌고 방영일은 여섯 차례에 걸쳐 뒤로 미뤄지기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WTVT의 보도국장은 밤샘작업을 거친 수정본을 들고 찾아갈 때마다 관심도 보이지 않으며 몬산토사에서 나온 변호사의 요구대로 수정하라고 압박을 가해왔다. 단지 방영을 불허하는 것을 넘어서 왜곡된 내용으로 보도를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뜻을 굽히지 않는 기자들에게 "정말 여기서 이렇게 죽고 싶어?"라며 윽박지르고 "이런 식으로 불복종하면 48시간 내로 해고하고 다른 기자에게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윌슨이 "그러면 연방통신위원회에 고소하겠다"고 하자, 회사를 떠나고 몬산토사의 진실에 대하여는 함구할 조건으로 거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든 협박과 회유가 실패하자, 폭스사는 두 스타 기자를 해고하고 그들을 '도난' 혐의로 고소하였다. 방영하지 않기로 한 기사 내용 일부를 홈페이지에 게재했으므로 그들이 '도둑'이라는 황당한 논리였다.

전도유망한 저널리스트였던 윌슨과 에이커는 그 후로 몇 년간을 생업도 없이 법정싸움에 휘말려야 했고, 끝내 다큐멘터리는 제대로 방영되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인공합성 성장호르몬 우유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발암물질 수준이 높은 우유가 아무런 표기도 없이 유통되고 있다.

'삥땅' 광고영업 어쩌나... 미디이렙 지정 법안 시급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조중동방송이 직접 광고영업 금지를 포함하는 미디어렙 제정과 KBS 수신료 인상 날치기 철회를 촉구하며 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조중동방송이 직접 광고영업 금지를 포함하는 미디어렙 제정과 KBS 수신료 인상 날치기 철회를 촉구하며 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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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에 눈이 먼 몬산토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체 왜 언론사가 앞장서서 자신들의 직원을 협박하고 진실을 덮으려고 했을까? 그것은 대형 광고주인 몬산토사가 머독의 가장 든든한 '물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머독이 소유한 수많은 신문과 잡지, 방송채널 등을 먹여 살리는 몬산토사의 광고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고주의 압력에 맞서 견디기 위해서는 언론사의 소유구조나 지배구조가 건강해야만 한다. 머독과 같은 부도덕한 언론재벌에게는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이나 공익을 위한 희생 따위는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거대 언론재벌과 식품재벌의 결탁 때문에 발암물질 우유를 아무것도 모르고 마시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 이상 바다 건너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조중동 방송사 출범이 불과 몇 개월 뒤로 예정되어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들은 종편의 렙 지정을 줄곧 요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종편의 눈치를 보면서 렙 위탁에 반대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여 미디어렙 법안이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렙이란 방송광고를 방송사 대신 판매하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로, 광고주가 방송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보도·제작에 개입하거나, 역으로 방송사가 광고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방송의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한 공적 장치이다.

조중동이 신문보도를 통해 보인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운영하는 종편채널의 공공성, 정치적 중립성, 윤리성에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다. 그러니 광고주의 압력에 대한 굴복, 아니 광고주와의 음성적인 결탁이나 심지어 기사를 매개로 광고영업을 하는 탈선이 자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다. 또한 조중동 종편의 특성 자체가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조중동 종편이 언론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20년 경력의 광고전문가가 한 말이다.

"종편은 시청률에 한계가 있을 것 같고, 광고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 정상적인 광고 영업으로는 경영적 어려움이 예상된다. 결국, 종편에 광고를 주면 기사를 어떻게 보도해준다는 식으로 영업이 진행될 것 같다. 특히, 광고주들은 기자를 이용한 광고 영업을 제일 무서워할 것이다. 종편이 신문과 방송의 크로스 미디어 방식으로 광고 영업을 하는 것도 파괴력이 있을 것이다."

새로이 광고영업을 시작할 조중동 종편은 신문과 방송 양쪽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반시장적인 '삥땅' 광고영업을 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공익을 뒷전으로 하고 사익을 앞세우는 방송이다.

우리나라가 방송사의 직접 광고영업과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의 출자를 금지한 것은 바로 이러한 치명적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조중동 종편사업자 방송의 출범 이전에 종편의 미디어렙 지정 법안 입법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다행히 언론노조가 죽지 않고 살아있어 투쟁에 나섰으니 온 국민이 지지하고 힘을 보태주어야 할 것이다.


태그:#조중동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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