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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군 문덕면 죽산리 대원사 입구에 자리한 산앙정
▲ 산앙정 전남 보성군 문덕면 죽산리 대원사 입구에 자리한 산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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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군 문덕면 죽산리에 위치하고 있는 대원사. 21일 대원사를 들르기 위해 찾아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다. 양편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여름이 지는 것을 아쉬워 하는 듯 푸른 녹음을 자랑하고 있다. 대원사를 품고 있는 천봉산은 해발 609m로 보성, 화순, 순천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대원사는 백제 무녕왕 3년인 서기 503년에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이 되었다. 그 대원사를 향해 가다가 입구 못 미쳐서 만난 정자 하나. '산앙정(山仰亭)' 이름대로라면 산을 믿고 따른다는 이야기이다. 이 말은 자연을 믿는다거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품은 듯하다.

산앙정을 오르기 위해 냇가에 돌을 놓아 징검다리를 만들었다
▲ 징검다리 산앙정을 오르기 위해 냇가에 돌을 놓아 징검다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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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 그 물을 바라보고 정자가 서 있다
▲ 계곡 천봉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 그 물을 바라보고 정자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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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에 놓인 돌을 밟고 건너다

정자는 어디나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한다. 이 산앙정이란 정자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대원사를 들리는 많은 차들이 앞으로 난 도로를 따라 지나치고 있지만, 내 건너에 숨죽이듯 자리한 정자는 그런 것에는 아예 무관한 듯하다.

길가에서 정자를 찍다가 내를 건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가까이 기 보고 싶어서이다. 천봉산 계곡을 흘러내린 맑은 물이 앞으로 흐르는 넓지 않은 내(川). 그 한 곳에 돌로 징검다리처럼 만들어 놓았다.

돌을 조심스럽게 밟아본다. 생각 밖으로 튼튼하다. 누군가 이 돌을 밟고 내를 건너 정자에 오르기 위해 마련을 한 듯하다. 이런 마음이 바로 정자를 오를 수 있는 심성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으로 지어진 산앙정. 댓돌이 놓인 입구만 뺴고 모두 난간을 둘러 운치를 더했다
▲ 산앙정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으로 지어진 산앙정. 댓돌이 놓인 입구만 뺴고 모두 난간을 둘러 운치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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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안에는 많은 편액들이 걸려있다.
▲ 편액 정자의 안에는 많은 편액들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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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있는 듯도 없는 듯도 한 정자

산앙정은 길가에 서 있지만, 특별하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그리 숨어 있다. 길가에 서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눈에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 정자다. 장대석 기단을 쌓고 그 위에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팔작집으로 꾸몄다. 정면 중앙에 댓돌을 놓고, 그 외에는 모두 난간을 둘러 운치를 더했다.

만나는 내라는 뜻일까? 아니면 이곳에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일까?
▲ 우계 만나는 내라는 뜻일까? 아니면 이곳에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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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계(遇溪)' 정자 안에 걸린 많은 현판 가운데 눈에 띠는 편액 하나가 있다. 바로 우계라고 쓴 편액이다. 정자 앞으로 흐르는 내를 그려낸 듯하다. 우계, '만나는 냇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뜻 안에는 '때를 기다리는 곳'. 혹은 '회합을 갖는 곳'이란 뜻이 숨어 있는 듯하다. 이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던 사람들이 때를 기다리며, 회합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속내가 내내 궁금하다.

지붕 위에 가득한 풀, 그도 자연이려니
▲ 풀 지붕 위에 가득한 풀, 그도 자연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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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으로 다듬고 그 위를 돋아나게 깎아 기둥을 받고 있다
▲ 주추 원형으로 다듬고 그 위를 돋아나게 깎아 기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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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앙정, 아마도 물을 건너 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연을 가슴에 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속에 가득한 세상에 대한 불신을, 저 천봉산 계곡을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 씻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지붕 위에 가득 솟아난 풀들이 그저 무심한 세월을 그려내는 듯하다. 누군가 곁에서 한 마디 한다. 저렇게 풀이 많이 났는데 관리도 안 한다고. 그 사람을 보고 한 마디 한다.

"그도 자연이라니 그냥 냅두소. 오죽하면 정자 이름이 산앙정이겠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앙정, #보성, #대원사 입구, #천봉산, #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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