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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5메(19), 김매미(17), 아즈(19), 캐콘(16), 야우리(19)씨.
▲ 카페 마리의 청소년 활동가 좌담회 왼쪽부터 5메(19), 김매미(17), 아즈(19), 캐콘(16), 야우리(19)씨.
ⓒ 문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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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강제철거에 맞서 농성을 하고 있는 명동 재개발 3구역. 그런데 농성의 거점인 카페 마리는 3구역 세입자들이 아닌 청소년들로 넘쳐난다. 그들은 농성장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가도 용역과의 충돌이 일어나면 앞장서서 싸우고 경찰에 항의한다. 카페 마리의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세상에 알려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바로 이들이다. 지난 17일 여느 때와 같이 카페 마리에 옹기종기 모여 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찾았다.

좌담은 이들이 앉거나 누워 있던 바닥에서 진행됐는데, 마리에 오래 상주한 탓인지 조금 꾀죄죄한 모습이었지만 입담만은 평소처럼 자유로웠다. 좌담에는 싱싱함(18), 5매(19), 김매미(17), 아즈(19), 캐콘(16), 야우리(19) 등이 참여했다(참석자들은 자신을 예명으로 소개했다).

"카페 마리와 두리반은 상당히 다르다"

"(카페 마리에서 경험한) 무자비한 폭력 앞에 맞설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한 아즈(19)씨.
 "(카페 마리에서 경험한) 무자비한 폭력 앞에 맞설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한 아즈(19)씨.
ⓒ 문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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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에 언제부터 함께 하게 되었나?
아즈: 두리반에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마리의 상황을 듣다가 6월 중순부터 함께했다.
매미: 아즈와 학생인권조례 운동을 했다. 어느 날 아즈가 마리에서 용역과 대치하다가 팔을 다쳐 왔기에 어떤 곳인지 한번 가 보자 해서 왔었다.
캐콘: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퀴어퍼레이드, 슬럿워크 등에 참여했다. 마리도 그 친구를 통해 오게 됐다.
야우리: 본부스탁(서울대 법인화 반대 점거농성의 문화제)에 있다가 마리에 오게 됐다. 본부스탁은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됐다.
5매: 어떻게 보면 여러 단체에서 개별적으로 마리에 와서 하나로 뭉친 셈이다. 마리와 두리반은 비슷하다. 개별적으로 온 사람들과 놀러온 사람들이 섞여 혼재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마리가 두리반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것 같다.

- 두리반과 마리의 차이는?
5매: 두리반에서는 용역과의 물리적 충돌이 거의 없었다. 반면 이쪽은 계속 긴장상황이다. 용역 사무실이 마리에서 걸어서 2분 거리다. 또 두리반은 상주자와 비 상주자의 구분이 확실했다. 약간은 폐쇄적이다.
아즈: 마리와 두리반은 공간 자체의 분위기부터 다르다.

- 마리에 상주하면 집에 잘 못 들어갈 텐데 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떤가?

매미: 특이하게도 부모님이 활동하는 것을 지지한다. 한진중공업 관련 일이 터지면 오히려 현장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다만 다치는 것을 걱정하신다.
5매: 지지하는 것은 매미와 비슷하다. 하지만 부모님은 투쟁장을 지지하지 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웃음)
우리: 우리 부모님은 포기했다. 다니는 대학교는 그만두지 말고 활동하면서 다치거나 경찰에 연행되지만 말라고 하신다.
캐콘: 가족 전체와 대립이 심했다. 어머니가 친척 어른들과 나를 데려가려고 마리에 오신 적도 있다. 이제는 포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알아서 몸 챙기라고 하신다.
싱싱함: 우리 부모님은 모른 척 해주시는 것 같다.
아즈: 거의 가족들과 대립이 심하다. 우리 어머니는 '마리에 불 지른다'고까지 했었다.

- 학교를 자퇴한 사람들은 언제 왜 자퇴했나?
매미: 지난해 10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고등학생 생활을 해보니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나면 오후 11시다. 도저히 활동할 시간이 없더라.
5매: 중학교는 대안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는 진학하지 않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캐콘: 고등학교를 대안학교로 진학하려고 했는데 떨어졌다. 그래서 일반계로 갔는데 이건 좀 아니더라. 경북 영주 출신인데 서울에 비해 지방은 학생인권조례 문제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고 체벌이 극심하다. 중학교 3년 동안 겨우 견뎠는데 또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더라. 그래서 올해 초 자퇴를 했다.

"무자비한 폭력에 맞설 수 있는 게 없었다"

카페 마리에서 용역과 대치하다가 팔을 다친 김매미(17)씨.
 카페 마리에서 용역과 대치하다가 팔을 다친 김매미(17)씨.
ⓒ 문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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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에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같이: 그냥 놀러왔다. (웃음)
매미: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 크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알음알음해서 오는 사람들도 많다.
5매: 명동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주는 장점도 있다. 일단 (어디에서나) 가까워서 접근성이 좋다. 또 상황이 많이 안 좋아서 사람들이 모인 것도 있다.
싱싱함: '내 친구들이 마리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항상 있다. 뿐만 아니라 농성장이 잘 되려면 일단 재미있어야 하는데 마리는 그런 것이 잘 되는 것 같다. 밴드 등이 참여하는 문화제 같은 것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그것 때문에 오는 사람들도 많다.

- 여러분에게 마리란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캐콘: 그냥 쉬는 공간이다. 마리에서는 사람이 잉여로워진다.
5매: 개인적으로 두리반은 해방구 같다고 생각했다. 반면 마리는 정치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정치적 의미를 넘어 여기에 내가 머물고 싶어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매미: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나와 본 적이 없었다. (집에 있으면) 아무리 독립적으로 행동하려 해도 어느 정도 부모님의 손길이 닿는다. 그러나 마리에 있으면서 가족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나 스스로를 주체적으로 설계하기도 하고 사회 문제를 몸으로 배우면서 많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아즈: 예전에 청소년 인권운동을 할 때 직간접적으로 느꼈던 것과 또 다르게 마리에서는 여러 문제를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다. 단적으로 노골적인 폭력을 체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이전에는 말로만 '용산이 어떻다더라' 들으면서 눈물 좀 흘리고 다시 내 생활로 돌아가는 식이었는데, 마리에 와서 직접 부딪혀 보니 무자비한 폭력 앞에 맞설 수 있는 게 없었다. 사람들이 맞고 있는데 경찰들이 방관하는 장면을 보면 딱 뭔가 피부로 와 닿는다.

- 공동생활규약 같은 것은 어떻게 정해지나?
아즈: 다양한 개개인이 모여 있기 때문에 공동이 지켜야 할 규범 등을 논의해야 될 상황이 면 함께 이야기를 한다.
매미: 마리라는 공간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나이주의' 같은 권위를 깨려고 서로 노력한다. 또한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잘 지켜주고 존중하면서 더 많은 다양성을 찾을 수 있다.

카페 마리에는 이들과 같이 상주하다시피 하는 활동가를 포함해 자주 들락거리며 연대하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세 명이 모여도 작은 사회가 형성된다'는 말처럼 '작은 사회'나 다름없는 마리는 공동생활규약을 정해 그 안에서의 질서를 잡아나가고 있다.

"청소년-성인? 사회참여자와 불참자가 있을 뿐"

카페 마리의 공동생활규약.
▲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는 스스로 버려주세요" 카페 마리의 공동생활규약.
ⓒ 문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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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마리를 포함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현장에서 청소년 활동가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즈: '왜 청소년이'라는 질문부터가 웃기다. 청소년과 성인은 다르지 않다. 사회참여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이다.
매미: 워낙 어른들이 미성숙해서 성숙한 청소년들이 나서야 한다. (웃음)
아즈: 청소년 활동가들은 예전부터 쭉 있었다. 최근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라 SNS나 매체의 발달로 눈에 띈 것 뿐이다.
매미: 셧다운제 논쟁을 보면 짜증이 난다. '너희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어떤 가치를 가지고 우리를 통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를 하나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즈: 청소년 보호법이니 뭐니, 성인이 된 사람들이 자기들이 생각했을 때 청소년에게 필요해 보이는 여러 제재조치를 보호의 명목으로 만든다. 당사자에게 어떤 보호가 필요한지 먼저 물어 봐야 하는 게 절차 아닌가?
매미: 학생인권조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명백히 청소년을 위한 법안이지만, 투표권은 성인이 가지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법안에 정작 청소년이 참여를 못하다니 아이러니하다.

- 바라는 사회가 있다면?
매미: 아수나로 같은 청소년 인권단체가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단체가 있다는 것은 아직 청소년 인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부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니까.
우리: 맑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말한 '자유로운 인간들의 자유로운 공동체'라고 하는 세상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인권단체와 노동운동단체가 없고 지배계급이 없는 세상을 바란다.
다같이: (야유) 쟤는 만날 혁명으로 세상을 뒤집어야 한다고 한다.
캐코: 그냥 다 같이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
5매: 질문이 참 어렵지만 나는 기본소득 쟁취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일정 부분 나라가 보장을 해주는 것. 더 나아간다면 입시제도도 폐지되고 경쟁도 없고 일자리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사회를 희망한다.

- 마지막 한마디?
매미: '김매미'라는 예명에 태클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우리가 아무리 아들 같고 딸 같아도 초면에 반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5매: '프로젝트 마리'라는 밴드가 마리에서 언젠가 공연을 할 예정이다. 기대해 달라.
아즈: 마리에서 20~30명 규모까지는 세미나나 간담회도 가능하다. 카페 마리 다음 카페(http://cafe.daum.net/mdmari)에 들어가서 신청하고 빌리면 된다. 마리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강유진·문해인·손형안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청소년 활동가, #카페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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