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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치고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는 처음이네

사라예보를 떠난 우리 일행은 이제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모스타르로 향한다. 모스타르는 사라예보 서남쪽으로 13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그렇지만 이 길 역시 산악지대로 나 있기 때문에, 굴곡이 심해 빨리 갈 수가 없다. 그래서 2시간 30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버스가 사라예보 시내를 빠져 나오자 바로 2000m나 되는 높은 산 사이로 난 길을 올라간다. 이 길의 남쪽에는 해발 2062m의 비엘라쉬니카산이 있고, 북쪽으로는 해발 1940m의 부토브냐산이 있다.

헤르체고비나 사람들
 헤르체고비나 사람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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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어 코니치에 이르자 네레트바 강이 나타난다. 네레트바 강은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디나르 알프스에서 발원해, 코니치와 모스타르를 거쳐 크로아티아의 메트코비치로 흘러간다. 코니치는 네레트바 강의 중류 해발 268m 지점에 위치한다. 그리고 코니치에는 야블라니츠코 호수가 있어 경치가 더 아름답다. 우리는 코니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헤르체고비나의 자연과 사람들을 관찰한다.

코니치에는 이슬람계 주민이 많이 살고 있다. 전체의 52.83%나 되고, 그 다음이 크로아티아계로 29.43%다. 세르비아계 주민이 가장 적어 전체의 16.31%를 차지하고 있다. 코니치에서 우리는 이슬람계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삼대가 함께 사는 화목한 가정으로, 밭일을 하고 금방 돌아온 것 같았다. 우리는 세르보-크로아티아어를 잘 모르고, 그들은 영어를 잘 모르니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시골의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네레트바강과 카르스트 지형
 네레트바강과 카르스트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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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치에서 모스타르까지는 네레트바 강을 따라 카르스트 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빗물이 지표면을 깎아 내리면서 강이 생겼고, 일부는 지하수로 스며들어 용식지형을 만들었다. 카르스트 지형에서는 이와 같이 빗물이 석회암을 녹여 다채로운 자연을 만들었고, 강물도 다른 곳에 비해 더 맑고 깨끗하다. 네레트바 강에는 곳곳에 댐을 막아 발전을 하고 그를 통해 전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수몰과 환경 파괴라는 부정적 효과도 생겨나고 있다.

코니치에서 모스타르로 이어지는 네레트바 밸리는 한마디로 절경이다. 비가 서서히 그치면서 구름이 산위로 올라간다. 도로는 강을 끼고 달린다. 내려가면서 강폭이 점점 넓어진다. 산을 이루는 하얀 석회암과 에메랄드빛 물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중간 중간 다리도 보이고, 한두 군데 댐도 보인다. 모스타르에 가까워지자 분지가 나타나고 밭에 포도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드리아해에 가까워지면서 지중해성 기후로 바뀌고 일조량이 많아 경사면에서는 포도가 많이 재배된다.   

모스타르 다리의 역사를 알려면 박물관으로 가라

스타리 모스트(Old Bridge)
 스타리 모스트(Old 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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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타르 시내에 접어들어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이슬람 모스크다. 그러나 여기서 꼭 보아야 할 것은 구시가지와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 Old Bridge)다. 스타리 모스트는 네레트바 강에 놓여있는 석조다리로,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것은 다양한 문화적, 종교적, 인종적 배경을 가진 도시 모스타르가 공존이라는 역사성을 지니기 때문이고, 평화라는 인류공동체의 소망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징이 바로 모스타르 다리다.
  
우리는 관광안내소가 있는 구시가지에서 모스타르 관광을 시작한다. 먼저 관광안내소에서 시내 지도를 한 장 얻고, 기념품점에 들러 모스타르 안내 책자를 하나 구입한다. 여기서 모스타르 다리까지 이어지는 길이 쿠윤질룩(Kujundziluk)으로 옛날 시장이다.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올드 바자르(Old Bazar)다. 이곳 길 양쪽으로는 기념품 가게와 공예품 공방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다.

네레트바강과 모스타르
 네레트바강과 모스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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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모스타르 다리를 제대로 보기 위해 강변으로 내려간다. 강변에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곳에서 다리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다리가 아치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가운데 부분이 조금 높다. 다리 양쪽으로는 망루 겸 초소가 있다. 그러나 이곳은 지금 박물관과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눈을 반대편 상류 쪽으로 돌리니 에메랄드 빛 네레트바 강과 하얀 색의 뾰족한 미나레트, 빨간 지붕의 주택이 정말 멋지다.

모스타리 다리가 네레트바 강에 비쳐 만드는 그림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화재는 보는 지점에 따라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거리로 올라온 우리는 가게 한두 군데를 들여다본다. 발칸 반도의 여러 나라와 도시를 보아서 그런지 여기만의 특별한 물건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라벤더 꽃을 수놓고 그 아래 모스타르라는 글자를 새긴 라벤더 향주머니를 다섯 개 산다. 향주머니 가장자리에는 수로 레이스를 만들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가격도 10유로로 비싸지 않다.

모스타르 다리 박물관 개념도
 모스타르 다리 박물관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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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시장과 다리가 만나는 지점에 선다. 이때 나는 아내에게 다리를 건너기 전에, 다리 남쪽 망루(Tara Tower)에 있는 모스타르 다리 박물관을 보자고 제안을 한다. 우선 다리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또 높은 곳에서 다리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5KM이다. 참고로 1유로는 1.95KM이다. 박물관은 모스타리 다리 재건 2주년인 2006년 문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크게 3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구역(A Zone)이 타라 타워에 있는 본 전시실이다. 모두 5층으로 되어 있으며, 5층에는 전망대가 있다. 두 번째 구역(B Zone)은 다리와 다리 아래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유물과 유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다리는 처음 나무다리로 만들어졌고, 그 후 다시 나무다리로 재건되었다가 최종적으로 석조다리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독립전쟁 때인 1993년 11월 9일 세르비아 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고, 2004년 7월 23일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그리고 미로(Labyrinth)라 불리는 세 번째 구역(C Zone)은 설계도, 사진 자료, 멀티미디어 자료로 이루어져 있다.

모스타르 다리는 여러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

철로 만든 유물들
 철로 만든 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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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본 전시실로 들어서자 아랍어가 우릴 반긴다. 터키 지배의 흔적이다. 1층에는 석조다리가 만들어지기 전 나무다리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다리는 없어졌지만 목재 파편과 이들 목재를 연결하던 못이 남아 이곳에 전시되고 있다. 2층에는 석조다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도면과 글을 통해 설명되어 있다. 3층에는 작업에 쓰이던 도구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도끼, 곡괭이, 열쇠와 편자 등이 보이고, 대야 같은 물건도 보인다.

4층에는 이곳에 주둔하던 군인들이 사용하던 물건이 있다. 투구도 있고, 화포의 총신과 쇠공도 보인다. 이 탑은 방어용 타워였기 때문에 병사들이 항상 주둔해 있었다. 이곳을 지나 5층 전망대에 오르면, 원통형 타워를 한 바퀴 돌며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그렇지만 건물 내부기 때문에 사방에 난 구멍을 통해서만 모스타르 시내와 다리를 바라볼 수 있다. 모스타르 다리와 구시가지에는 사람들이 빽빽하지만, 이곳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호젓하게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모스타르 다리
 전망대에서 바라 본 모스타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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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모스타르 다리의 숨겨진 보물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선 내 최대 관심은 다리다. 다리를 위에서 내려다 보니 아치는 보이지 않고 직선으로 보인다. 그곳을 사람들이 떼 지어 지나간다. 이번에는 서쪽으로 가 강 하류 쪽을 바라본다. 루츠키 다리와 빨간 지붕의 주택들이 보인다. 동쪽으로의 경치가 가장 좋은데, 네레트바강과 녹지, 주택 그리고 산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남쪽으로는 마샬 티토 거리 너머의 건물들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이곳 전망대 벽에도 아랍어 글자판이 붙어 있다. 이제 아랍어까지 배워야 할 것 같다.

전망대를 내려오면 잠시 외부 연결통로를 통해 고고학 전시실로 이어진다. 이곳은 유적 위로 놓인 철다리를 통해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 또 석조다리에 쓰이던 돌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내부 통로에 의자를 만들어 잠시 쉬면서 건물의 내부 구조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건물의 벽에는 석조다리의 재건과정을, 도면과 사진, 글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석조다리의 잔해
 석조다리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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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려면 유물이나 유적 그리고 유산 자체도 가치 있어야 하지만,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설치해 역사와 문화를 정리해야 하는 경향이 있다. 모스타르 다리도 2004년 복원되고,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으며, 2006년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세 번째 구역의 사진과 멀티미디어 자료는 주마간산 격으로 보고 나온다. 실제로 다리를 건너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스타르 다리를 건너서

모스타르 다리의 바닥을 보니 대리석으로 되어 있다. 다리를 건너며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을 보니 굉장히 깊어 보인다. 이곳 다리 난간에서는 젊은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네레트바 강으로 다이빙하는 전통이 있다. 이러한 다이빙의 전통은 그 역사가 16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공식적인 다이빙 경기는 1968년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날도 다이빙을 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직접 보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다리의 아치형 문과 대리석 바닥
 다리의 아치형 문과 대리석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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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역시 망루 겸 초소가 있다. 이곳에는 현재 전쟁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에도 한 번 올라가고 싶지만 시간관계상 생략한다. 그리고 다리의 북쪽에는 남쪽에는 없는 문이 있다. 그것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외적이나 사람을 이곳에서 차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문을 나가면 역시 상가와 기념품점,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이 거리가 오네쉬쿠코바 거리다. 이 거리 역시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나는 특별한 게 있나 하고 상가에 전시된 물건들을 살펴본다. 대개 모스타리 다리를 주제로 한 물건들이다. 그 외에 내 눈을 끄는 것은 아라비아식 속옷이다. 색깔이 곱고 장식이 화려하다. 이 길 옆으로는 네레트바 강의 지류인 라도볼리야 강이 흐르는데, 그곳에도 모스타르 다리를 모방한 작은 다리가 놓여 있다. 아슬란트 다리다.

벽의 총탄 자국
 벽의 총탄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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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모두는 버스를 향해 간다. 가면서 보니 폭격으로 파괴되고, 벽에 총탄자국이 가득한 건물이 보인다. 보스니아 독립전쟁의 상흔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런 데서 그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을 지나 우리는 프란시스코 수도원 교회 옆 주차장으로 간다. 그곳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30㎞ 넘게 떨어진 메주고리에로 갈 것이다. 메주고리에는 성모발현지다.


태그:#모스타르, #스타리 모스트(OLD BRIDGE), #네레트바강, #다리 박물관, #카르스트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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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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